계단식 탈수급을 위한 기초생활보장제도 개선 입법 간담회가 2026년 4월 20일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번 간담회는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서영석 의원, 국회입법조사처,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 기초생활보장법바로세우기공동행동이 공동주최 하였다.
개최 배경: 일하면 탈락하는 구조, 자립을 가로막는 기초생활보장제도
이번 간담회는 저소득 장애인의 노동시장 진입과 자립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 개선 필요성에 따라 마련되었다.
현행 기초생활보장제도는 보충성 원칙에 따라 운영되며, 수급자가 근로를 통해 소득을 얻을 경우 급여가 즉시 감액되거나 수급권이 상실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로 인해 수급자가 근로를 시작할 경우 오히려 복지 상실에 대한 부담이 커지면서 경제활동 참여를 포기하는 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로 제기되었다.
특히 장애인의 경우 의료비 부담이 높아 의료급여 상실에 대한 우려가 노동시장 진입을 가로막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2025년 기준 의료급여 수급자인 등록장애인의 1인당 연평균 진료비는 약 1,102만 원 수준으로, 비장애인 수급자에 비해 약 1.76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상황에서 근로로 인해 의료급여 수급권을 상실할 경우, 장애인은 상당한 경제적 부담을 감당해야 하는 구조에 놓이게 된다.
또한 장애인은 저숙련·단기·비정기적 일자리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아, 근로를 시작하더라도 안정적인 소득 기반을 형성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이에 따라 일시적으로 수급에서 벗어나더라도 다시 빈곤 상태로 돌아가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으며, 이는 제도가 자립을 촉진하기보다 오히려 불안정성을 심화시키는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와 관련하여 김예지 의원은 지난 3월, 저소득 장애인이 근로를 시작하더라도 일정 기간 의료급여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해당 개정안은 근로 이후 일정 기간 동안 의료급여를 유지하여 급격한 복지 상실을 방지하고, 장애인의 노동시장 정착과 자립 기반 형성을 지원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번 간담회는 이러한 입법 추진과 연계하여, 현행 제도의 구조적 한계를 점검하고 단계적 탈수급을 위한 제도 개선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개최되었다.
발제1: 환수 중심 운영, 수급자의 삶을 위협한다
첫번째 발표를 맡은 재단법인 동천 김산하 변호사는 현행 과오수급 반환명령 제도의 구조적 문제를 중심으로 발제했다.
김 변호사는 기초생활보장제도가 소득 변동에 따라 급여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과잉지급이 발생할 경우, 이에 대해 반환명령을 일괄적으로 부과하는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반환명령의 상당수가 100만 원 이하의 소액임에도 불구하고 광범위하게 환수되고 있으며, 감액이나 면제는 제도적으로 가능함에도 실제 적용은 매우 제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적법하게 지급된 급여에 대해서도 사후적으로 환수가 이루어지면서 수급자가 제도의 안정성을 신뢰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신뢰보호 원칙과 수급자의 생활 안정이라는 제도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 운영 방식이라는 점이 강조되었다.
아울러 실무에서 활용되고 있는 급여 상계 방식에 대해서도, 향후 지급될 급여에서 일정 금액을 차감하는 방식은 법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으며, 최저생활 보장을 목적으로 하는 제도의 취지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이러한 구조가 수급자의 소득 발생을 위축시키고, 결과적으로 탈수급이 아닌 제도 유지 상태를 선택하도록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했다. 이에 따라 반환명령은 일률적으로 적용할 것이 아니라 공익과 사익을 비교하는 이익형량을 전제로 운영되어야 하며, 소액 환수에 대한 면제 또는 감액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발제2: 의료급여 특례 도입이 필요하다
두번째 발제를 맡은 국회입법조사처 정용제 조사관은 장애인 의료급여 특례 도입의 필요성과 단계적 탈수급 구조에 대해 발제했다.
정 조사관은 현행 제도가 근로소득 증가 시 생계급여 감소를 거쳐 의료급여까지 상실되는 연쇄 구조로 작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구조는 수급자의 노동시장 진입을 저해하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하며, 특히 장애인의 경우 의료비 부담이 높은 상황에서 의료급여 상실이 생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소득 증가 대비 급여 감소 폭이 크게 나타나 실질적인 소득 증가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점도 지적했다. 일부 사례에서는 근로소득이 증가하더라도 급여 감소로 인해 체감 소득이 거의 증가하지 않는 구조가 나타나고 있었다.
이에 따라 정 조사관은 일정 기간 동안 의료급여를 유지하는 특례 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취업 이후 일정 기간 동안 의료급여를 유지하고, 이후 차상위 지원 및 건강보험 체계로 단계적으로 연계하는 방식이다.
아울러 행정 절차를 간소화하기 위해 자동 특례 적용과 부처 간 데이터 연계를 통해 탈락을 사전에 방지하는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토론 주요 내용: 계단식 탈수급, 해법이 될 수 있는가
토론에서는 계단식 탈수급 구조의 필요성에는 대체로 공감하면서도, 현행 제도의 근본적인 한계를 고려할 때 보다 구조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김윤영 활동가(빈곤사회연대)는 ‘계단식 탈수급’이라는 개념 자체에 문제를 제기하며, 계단은 한 칸만 있어도 장벽이 될 수 있는 만큼 보다 완만한 구조, 나아가 보편적 사회보장 체계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의료급여 특례는 장애인뿐 아니라 모든 빈곤층을 대상으로 확대될 필요가 있으며, 과거 이행급여 특례를 전면적으로 재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과오수급 반환명령과 관련하여 상계 방식과 소액 환수 구조가 수급자의 생활 안정성을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적자료와 실제 삶의 차이를 수급자가 직접 입증해야 하는 구조 역시 취약계층에게 과도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수급자의 권리를 중심으로 제도 운영 원칙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성은 국민기초생활보장법개정추진위원장(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은 장애인의 빈곤 문제가 장기간 지속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행 기초생활보장제도가 이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의료급여 탈락에 대한 우려로 인해 장애인이 근로를 기피하는 구조를 문제로 제기하며, 의료급여를 기초생활보장제도와 분리하여 지속적으로 보장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소득 발생 시 급여를 즉시 중단하는 방식이 아니라 일정 기간 유예하거나 단계적으로 감액하는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와 함께 고용·교통·주거 지원 등 노동시장 진입을 위한 실질적 정책과 부처 간 연계 강화, 장애인 노동권 보장을 위한 별도 제도 마련 필요성도 제기했다.
김태완 박사(한국보건사회연구원)는 과오수급 문제를 제도 내부 개선의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하며, 소액 과잉급여에 대한 유예, 상계 방식 조정 등은 제도 개선을 통해 검토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말했다. 또한 과오수급의 상당 부분이 공적자료 반영 시차에서 발생하는 만큼, 조사 시점 조정 등 행정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편 계단식 탈수급과 관련해서는 현행 제도가 공공부조 기준을 넘는 순간 지원이 급격히 단절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의료급여뿐 아니라 생계·주거 영역에서도 탈수급 이후를 연결하는 중간 단계 제도 마련과 기존 제도 간 연계 강화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에 보건복지부 기초생활보장과 홍승표 서기관은 과오수급 환수 방식이 근로 유인을 저해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공감하면서도, 제도 운영 과정에서 형평성과 행정적 현실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과오수급 발생의 주요 원인인 공적자료 반영 시차와 소득 유형 차이 등을 감안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반환금 감면을 원칙화할 경우 부정수급과 과오수급 간 판단 기준이 더욱 중요해질 수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제도 개선 시 이러한 실무적 쟁점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상계 방식 역시 수급자 동의를 전제로 운영되고 있으나, 향후 보다 적절한 방식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기초의료보장과 한혜원 사무관은 장애인의 자립을 지원하기 위한 의료급여 특례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현행 제도의 소득 기준 체계와 기존 정책 수단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맞춤형 급여 체계 도입 과정에서 이행급여가 폐지된 배경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한 근로소득 공제, 의료비 공제 등 기존 제도를 통해 자립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는 만큼, 특례 도입과 같은 방식과 기존 제도 개선 간 정책 수단의 선택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아울러 차상위 본인부담 경감제, 재난적 의료비 지원 등 기존 제도의 연계를 강화하는 방향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향후 과제: 「기초생활보장법」 자립 지원 중심으로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
이번 간담회는 기초생활보장제도가 수급자의 자립을 지원하기보다는 오히려 제도 내에 머무르게 하는 구조로 작동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소득 증가에 따른 급격한 급여 탈락 구조, 의료급여 상실에 따른 생존 불안, 환수 중심의 제도 운영, 수급자 중심이 아닌 행정 중심 구조 등이 주요 한계로 지적되었다. 특히 의료보장은 단순한 급여의 일부가 아니라 노동과 자립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조건이라는 점에서, 근로 여부와 무관하게 안정적으로 유지될 필요성이 강조되었다. 아울러 탈수급 과정 역시 급격한 탈락이 아닌 단계적이고 연속적인 이행 구조로 설계되어야 한다는 점은 모두의 동의를 얻었다.
기초생활보장제도는 ‘탈락을 관리하는 제도’에서 ‘자립을 지원하는 제도’로 전환되어야 한다. 향후 제도 개선은 급여 조정 수준을 넘어, 의료보장 강화, 환수 방식 개선, 제도 간 연계 강화, 권리 중심의 운영 원칙 정립 등을 포함하는 구조적 개편으로 이어질 필요가 있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은 향후 입법 논의 과정에서 장애인의 현실을 반영한 제도 개선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정책 모니터링과 의견 제시를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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