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가족 돌봄 참사, 국가 돌봄 예산으로 개선 의지를 보여줘라!

최근, 지적장애가 있는 30대 조카에게 수면제를 먹인 뒤 바다로 유인해 숨지게 한 외삼촌이 체포돼 구속영장이 신청됐다. 또한 뇌병변·지적장애가 있는 40대 딸을 34년간 돌보던 70대 아버지가 딸을 살해한 혐의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앞서 2023년과 2024년에도 중증 장애가 있는 가족을 장기간 돌보던 보호자가 결국 장애 가족의 생명을 빼앗는 사건이 반복됐다. 이제 이 비극은 더 이상 개별 가정의 불행이나 돌봄 당사자의 극단적 선택으로만 설명될 수 없다. 가족이 감당할 수 없는 책임을 끝내 가족에게만 떠넘긴 국가와 사회의 실패다.

이런 사건이 반복될 때마다 우리 사회는 안타까움을 말하지만, 정작 삶의 구조는 바꾸지 않았다. 가족은 마지막까지 버텼고, 보호자는 생계와 돌봄, 건강 악화와 고립을 견디며 무너져 왔다. 그 결과는 참혹하다. 누군가는 삶을 잃고, 누군가는 평생 지워지지 않을 파괴를 떠안는다. 더 이상 이를 ‘간병 비극’이라는 말로 덮어서는 안 된다. 이것은 국가 책임의 공백이 만들어 낸 사회적 참사다.

가족이 감당해야 할 부담이 이토록 무거운 이유는 분명하다. 장애인에 대한 돌봄 지원이 여전히 권리 보장의 체계가 아니라, 가족이 먼저 책임지고 공공은 부족한 부분만 메우는 방식으로 설계돼 있기 때문이다. 성인 장애인의 삶조차 가족이 돌보는 것을 당연한 전제로 삼는 한, 가족의 희생은 정책의 바깥에서 반복될 수밖에 없다. 수십 년간 이어지는 돌봄의 무게를 개인의 책임으로 방치해 놓고, 사건이 발생한 뒤에야 안타까움을 표하는 방식으로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우리 연맹은 이미 장애인 통합돌봄이 노인 중심 예산 구조 속에서 주변부로 밀려나 있으며, 장애인의 삶에 필요한 지원은 단순한 보호나 일상 지원을 넘어 자립, 이동, 의사소통, 보조기기, 주거환경 개선까지 포괄하는 복합적 체계여야 한다고 지적해 왔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구조에서는 이러한 필요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지역 간 재정 격차에 따라 서비스 수준이 갈리며, 장애인 관련 예산은 여전히 단기 시범사업 중심에 머물고 있다. 필요에 맞춘 지원이 아니라 예산 범위에 맞춘 축소된 지원만 반복되고 있다.

이제 정부와 국회는 말이 아니라 예산으로 답해야 한다. 장애인의 삶을 정말 국가가 책임지겠다면, 장애인 전용 통합돌봄 예산 항목을 별도로 신설하고, 중증으로 악화된 이후 뒤늦게 대응하는 방식이 아니라 조기 개입과 건강관리, 주거 안정, 지역사회 기반 지원에 선제적으로 투자하는 예방 중심 재정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

장애인 통합돌봄은 노인 중심 구조에 덧붙이는 보조 사업이 아니라 독립된 재정 라인을 갖춘 정책으로 설계되어야 하며, 2027년 예산안에는 인건비 지원 예산 384억 원, 돌봄 인프라 구축 예산 1조 1,310억 원 등 실질적 반영이 뒤따라야 한다. 그래야만 공공이 돌봄 책임을 구조적으로 분담하겠다는 최소한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다.

반복되는 가족 돌봄 참사는 더 이상 버티라고 강요받는 삶의 끝에서 발생하고 있다. 장애인과 그 가족은 국가 책임의 빈자리를 몸으로 메우는 존재가 아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가족의 희생을 전제로 유지돼 온 돌봄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장애인의 생존과 지역사회 삶을 실질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예산과 체계를 조속히 마련하길 바란다.

2026. 4. 2.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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