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은 ‘돌봄재정 획기적 확대 공동행동’의 일원으로서 통합돌봄 재정 확대를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통합돌봄이 중앙정부 차원의 제도 설계를 넘어 각 지역에서 실질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 역시 구체적인 이행계획과 예산·인력·협력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재단법인 돌봄과 미래는 7월 1일, 새 지방정부에 돌봄 공약의 구체적 이행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은 이 성명이 그간 돌봄재정 확대를 위해 함께 요구해 온 과제들과 문제의식을 같이한다는 점에서 이에 뜻을 함께하며, 성명서 전문을 아래와 같이 게재한다.
새 지방정부 출범에 즈음하여 지역사회돌봄 공약 시행을 촉구하는 성명서
돌봄 공약은 선거용 구호가 아니라 주민의 삶에 대한 공적 약속이다
새 지자체장은 통합돌봄 공약을 구체적 계획과 실행으로 이행하라
2026년 7월 1일,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통해 선출된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임기를 시작한다. 새 지방정부의 출범을 축하한다. 주민의 선택으로 새롭게 출발하는 지방정부가 지역의 삶을 더 안전하고 존엄하게 만드는 책임을 다하기를 기대한다.
그 책임의 중심에 돌봄이 있다. 돌봄은 일부 취약계층만의 문제가 아니다. 누구나 아플 수 있고, 늙을 수 있으며, 장애를 가질 수 있고, 가족을 돌보는 사람이 될 수 있다. 돌봄은 개인과 가족에게만 맡겨둘 수 없는 삶의 기반이며, 주민이 살던 곳에서 계속 살아갈 수 있게 하는 지역사회의 핵심 인프라다. 초고령사회와 지역소멸 위기 앞에서 돌봄은 지방정부가 반드시 구축해야 할 사회적 안전망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돌봄은 더 이상 주변 의제가 아니었다. 많은 후보들이 지역사회 통합돌봄 체계 구축, 노인·장애인·아동 등 대상별 돌봄 지원, 주거·보건의료·이동지원 등 생활기반 서비스 확충, 돌봄인력 처우 개선을 주요 공약으로 제시했다. 어떤 후보의 공약은 지역 돌봄체계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수준에 머물렀고, 어떤 후보의 공약은 예산과 대상, 전달체계까지 비교적 구체적으로 담고 있었다. 내용과 수준은 달랐지만 한 가지 사실은 분명하다. 돌봄은 이제 지방정부가 외면할 수 없는 핵심 책무가 되었다.
그만큼 새 지자체장들의 책임도 무겁다. 선거 과정에서 약속한 돌봄 공약은 취임 이후 구체적인 계획과 예산, 인력과 실행체계로 증명되어야 한다. 그것은 돌봄이 필요한 주민, 가족 돌봄으로 일상과 생계를 동시에 감당하는 시민, 살던 곳에서 계속 살아가고 싶은 노인과 장애인, 갑작스러운 돌봄 공백 앞에서 막막한 가족들에게 한 약속이다. 새 지자체장들은 그 약속을 선언으로 남기지 말고 행정으로 증명해야 한다. 돌봄 공약은 선거용 구호가 아니라 주민의 삶에 대한 공적 약속이다.
유권자들도 이미 돌봄을 지역정치의 중요한 기준으로 삼았다. 재단법인 돌봄과 미래가 지방선거를 앞두고 실시한 「통합돌봄 인식 및 돌봄 정책 선호도 조사」에 따르면, 지자체장 후보자의 통합돌봄 정책 포함 여부가 투표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는 응답은 80%에 달했다. 지자체장이 통합돌봄 정책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응답도 88%였다. 유권자들은 돌봄 공약을 보고 후보를 판단했고, 돌봄을 지방정부의 중요한 책무로 요구했다.
2026년 3월부터 지역사회 통합돌봄이 전국에서 시행되었다. 이제 통합돌봄은 일부 지자체의 시범사업이 아니라 모든 시군구가 책임져야 할 제도이다. 그러나 제도가 시행되었다고 해서 돌봄이 저절로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지역마다 의료·복지 인프라가 다르고, 돌봄인력의 확보 수준이 다르며, 주거·이동·보건의료·장애인 지원의 격차도 여전히 크다. 결국 통합돌봄의 성패는 각 지방정부가 얼마나 구체적인 실행계획과 예산, 인력, 협력체계를 마련하느냐에 달려 있다.
유권자들이 요구한 것도 바로 실행력이다. 조사 결과, 후보자의 돌봄정책을 평가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요소는 예산 확보 능력, 정책 추진 의지, 돌봄 인력 양성 및 관리 계획이었다. 시민들은 “돌봄을 잘하겠다”는 말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그 돈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누가 수행할 것인지, 어느 부서가 책임질 것인지, 지역의 병원·보건소·복지기관·돌봄기관과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를 묻고 있다.
재단법인 돌봄과 미래는 지난 3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주거, 보건·의료, 복지·돌봄, 사회연대경제, 장애인 통합돌봄, 아동돌봄 등 6대 분야 23개 돌봄공약을 제안했다. 또한 국민 인식 및 정책 선호도 조사를 통해 시민들이 어떤 돌봄을 필요로 하고, 어떤 정책을 우선적으로 요구하는지 확인했다. 이제 남은 것은 당선자들의 실천이다. 제안은 끝났고, 유권자의 요구도 확인되었다. 새 지방정부는 그 약속을 실제 행정으로 옮겨야 한다.
이에 재단법인 돌봄과 미래는 새 지방정부에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첫째, 모든 지자체는 선거 과정에서 제시한 돌봄 공약을 점검하고, 임기 초 구체적인 이행계획을 공개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공약별 추진 일정, 담당 부서, 예산 규모, 협력기관, 성과 지표를 주민에게 설명해야 한다. 공약은 당선 이후 사라지는 문장이 아니라, 임기 동안 주민이 확인할 수 있는 책임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
둘째, 통합돌봄을 지역사회 운영체계로 설계해야 한다. 돌봄은 한 부서의 업무로 해결될 수 없다. 주거, 보건의료, 복지, 이동, 장애인 지원, 아동돌봄, 지역 일자리와 공동체가 함께 연결되어야 한다. 광역지자체는 지역 간 격차를 줄이고 지원체계를 구축해야 하며, 기초지자체는 주민을 발굴하고 서비스를 연결하는 현장 실행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셋째, 지역 간 돌봄 격차를 줄이기 위한 예산과 인프라 확보에 적극 나서야 한다. 의료기관이 부족한 지역, 방문서비스가 취약한 지역, 이동지원이 어려운 지역, 장애인과 아동 돌봄이 충분하지 않은 지역일수록 더 촘촘한 지원이 필요하다. 사는 곳이 다르다는 이유로 누군가는 돌봄을 받고, 누군가는 돌봄 공백에 놓이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넷째, 돌봄인력의 안정적 확보와 처우 개선 없이는 질 좋은 돌봄도 없다. 돌봄은 사람을 통해 이루어진다. 충분한 인력, 안정적인 노동조건, 지속적인 교육과 관리체계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돌봄은 이름만 남고 현장에서는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 질 낮은 돌봄은 주민의 삶을 지키기보다 또 다른 방치와 부담을 만들 수 있다. 각 지자체는 돌봄노동의 가치를 인정하고, 현장의 인력이 지속가능하게 일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해 질 좋은 돌봄을 보장해야 한다.
다섯째, 사업 수와 실적보다 주민의 삶에서 실제로 작동하는 돌봄을 만들어야 한다. 주택개조, 방문건강관리, 이동지원, 긴급·일시돌봄, 아픈 아동 돌봄, 장애인 맞춤형 지원, 퇴원 후 지역 복귀 지원 등은 주민의 삶에 꼭 필요한 서비스다. 그러나 필요한 서비스를 몇 개 늘리는 것만으로 통합돌봄이 실현되는 것은 아니다. 새 지방정부는 사업 수와 실적을 앞세우는 방식에서 벗어나, 필요한 지원이 주민의 상황에 맞게 연결되고 있는지, 돌봄 공백이 실제로 줄어들고 있는지, 주민이 살던 곳에서 삶을 이어갈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되고 있는지를 기준으로 정책을 점검해야 한다. 통합돌봄은 숫자로 보여주는 성과가 아니라, 주민의 삶에서 확인되어야 할 변화다.
선거는 끝났지만 돌봄 공약에 대한 평가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재단법인 돌봄과 미래는 지난 3월 제안한 6대 분야 23개 돌봄공약과 국민 인식 및 정책 선호도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새 지방정부가 후보 시절의 약속을 실제 행정으로 옮기는지 지속적으로 지켜볼 것이다. 각 지자체가 어떤 통합돌봄 계획을 세우는지, 공약을 어떤 예산과 인력으로 구체화하는지, 조례와 행정체계, 지역 협력망을 어떻게 마련하는지, 사업 수와 실적이 아니라 주민의 삶에서 돌봄이 실제로 작동하고 있는지를 하나하나 확인할 것이다. 당선으로 공약의 책임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주민의 삶에서 돌봄이 실제로 작동할 때 비로소 그 책임은 이행된다.
지방정부의 역량은 곧 돌봄의 역량이다. 돌봄을 잘하는 지방정부가 주민의 삶을 지키는 지방정부이며, 돌봄을 책임지는 행정이야말로 초고령사회와 지역소멸 위기 앞에서 지방자치가 증명해야 할 가장 중요한 역할이다.
새 지자체장들은 기억해야 한다. 돌봄 공약은 주민에게 한 약속이며, 그 약속은 행정으로 증명되어야 한다. 이제 그 약속을 이행할 시간이다.
2026년 7월 1일
재단법인 돌봄과 미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