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장애인 지역사회돌봄을 묻다 (4) 시설 밖, 장애인을 환대하는 동네의 조건

시설 밖, 장애인을 환대하는 동네의 조건

3월 27일 「돌봄통합지원법」의 시행을 앞두고 있습니다. 새로운 제도 속에서 장애인의 돌봄은 어떻게 자리 잡게 될까요? ​우리 시대의 복지 국가 설계자, 김용익 전 의원의 저서 『김용익의 장애인 돌봄 이야기』를 다섯 편의 시리즈로 소개합니다. ​내용은 책에서 제시한 돌봄의 철학과 정책적 제안을 중심으로, 원문을 그대로 발췌·재구성해 정리한 글입니다. ​이번 연재를 통해 장애인 당사자와 가족의 삶과 부담을 넘어, 우리 사회가 어떤 돌봄 체계를 만들어가야 하는지 함께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연재 순서>

  1. [철학] 돌봄은 ‘짐’이 아니라 ‘권리’입니다
  2. [현실과 욕구] 왜 장애인 돌봄은 더 세밀해야 할까
  3. [서비스] 내 집으로 찾아오는 ‘돌봄 팀’이 있다면
  4. [공간] 시설 밖, 장애인을 환대하는 동네의 조건 (●)
  5. [정책] 지역사회 돌봄을 완성하는 돈과 책임

주야간 서비스 제공 ‘센터 증설’로 돌봄 부담 경감해야

주야간 보호는 돌봄이 필요한 사람이 주야간보호센터를 방문하여 낮이나 저녁 시간대의 일정 시간 동안 머무르면서 돌봄을 제공받는 서비스이다. 재활이나 정신 치료를 목적으로 주간에만 병원에 머무르면 ‘낮 병동’이라는 용어를 쓰기도 한다.

주야간 보호에서는 급식, 이동, 목욕 등을 포함하는 일상생활 지원; 운동 등 건강 및 기능 증진 활동; 여가·문화 활동 등으로 구성 된 서비스를 반복적 또는 일시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집에 거주하는 장애인들이 매일 또는 정기적으로 제공기관에 다니는 방식이므로 시설에 들어가는 일을 줄일 수 있고, 가족의 돌봄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이런 성격 때문에 주야간 보호는 방문 서비스 와 함께 지역사회 돌봄에서 양대 서비스 중 하나이다.

일상생활 지원과 여가·문화 활동 등의 서비스에 더해서 더 포괄적이고 다양한 서비스를 구성해야 한다. 다양한 보건의료 및 운동 전문가가 채용되거나 주기적으로 방문하여 건강의 증진과 기능의 복구를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음악, 미술, 공예, 문학, 연극, 영화, 사진, 체육 등 예체능 활동을 결합하면 더 복합적이고 효과적인 서비스가 가능해지고 자립생활의 실현에도 도움을 줄 것이다. 주야간 보호는 장애인의 기능 저하나 고립의 심화 등 상태 변화를 조기에 발견하고 대응해 주는 기능을 가져야 하고, 사회참여와 자립을 촉진하는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

장애인과 노인의 주야간 보호는 일부 공통으로 운영할 수 있으나, 대부분 별도의 기관에서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장애의 유형에 따라서도 구분하여 구성해야 한다. 지체·뇌병변 장애, 정신 장애, 발달장애 등은 서로 요구 수준이 다르고 서비스 내용이 달라 섞이기 어렵다. 장애의 정도가 상대적으로 덜 심할 때는 공동 사용이 가능할 부분도 있을 것이다. 이런 특성이 장애인 주야간 보호센터의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충분히 고려되어야 한다. 지역별로 소요되는 주야간보호센터의 종류와 수효는 실증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pp.117~119)

기술 발전이 사회적 불평등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사회보장 강화해야
AI 시대에도 ‘돌봄 인력 확대’ 정책 지속 필요

탈시설화와 탈가족화를 지향하는 지역사회 돌봄에서 보조기기와 의료기기는 핵심적인 전략의 하나이다. 기기에 대해서는 흔히 ‘물건’을 제공해 주는 것으로 일이 끝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평가, 선정, 훈련, 조정, 유지, 재평가로 이어지는 일련의 서비스가 기기와 결합하여 장애인들에게 제공되어야 제대로 된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장애인이 작업치료사, 물리치료사 등과 함께 장애 상태와 생활환경 전체를 고려해서 필요한 기기와 주택 개조의 방식을 판단하는 것이 우선이다. 이를 바탕으로 당사자에게 가장 적합한 기기들을 선정하고, 부담을 느끼지 않는 비용으로 구매 또는 임대하여, 사용법을 충분히 훈련받을 수 있어야 한다. 유사한 장애 상태라 할지라도 생활 습관, 직업, 주택 구조에 따라 기기는 달라질 수 있다. 그 후에도 지속적인 고장 수리와 상태 변화에 따른 교체가 가능해야 한다. 필요성이 사라진 기기는 반납하고 재활용하는 체제가 필요하다. 이런 절차가 보조기기와 의료기기의 전달체계로 제도화되어야 한다.

인공지능을 비롯한 신기술이 장애인의 삶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가능성은 크다. 이동, 조작, 감각, 소통 등 장애로 인해 저하된 능력이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획기적인 개선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또한 물리적 인공지능이 돌봄 노동의 상당 부분에서 인간을 대체할 가능성도 빠르게 현실화하여 가고 있다. 이런 기술은 적극적으로 활용되어야 한다.

그러나 모든 신기술이 그러하듯이 고가의 비용은 큰 부담이 될 것이다. 사회보장이 급여해 주지 못하는 신기술은 불평등을 증폭시킬 가능성이 크다. 지금도 중증 장애, 특히 뇌병변 장애인이 필요로 하는 고가의 장비들을 개인 부담으로 구매해야 하는 상황을 생각해 보라. 인공지능에 대한 섣부른 기대는 돌봄 인력의 부족을 기계로 대체할 수 있다는 기술주의적 환상을 주고, 돌봄 인력을 확대하는 정책을 게을리할 명분을 줄 수도 있다. 돌봄은 인간이 하는 일이고 관계의 문제라는 것을 다시 새기고, 인간 중심의 관점에서 기술과 기계를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pp.122~124)

‘지원주택’ 확대와 ‘유니버설 디자인’ 기반 ‘무장애 환경’ 조성 필요

상당수의 장애인은 집을 가지지 못한다. 시설에 사는 장애인은 집이 없다. 성인이 되어도 독립하지 못하고 부모와 함께 사는 장애인들도 많다. 사실상 이들도 자기 집이 없는 것이다. 또한 장애인들이 거주하는 집의 상당수는 건축적으로 안전하지 못하다. 비장애인에게는 안전한 구조라도 장애인들에게는 사정이 다를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장애인들에게 집은 매우 기본적인 생존의 문제가 된다.

장애인이 사는 집의 구조가 적절하지 못하다면 ‘주택 개조’ 서비스가 제공되어야 한다. 주택 개조는 안전한 생활의 조건을 제공하고 활동의 어려움을 감소시켜 장애인의 자립생활을 가능하게 하는 사회적 개입이다. 주택 개조는 지자체의 기본 서비스 중 하나가 되어야 한다.

물리적 공간으로서의 집과 주거지원 서비스를 결합한 ‘지원주택’은 장애인들의 삶을 크게 바꿀 수 있다. 지원주택은 장애인이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당사자가 계약 주체가 되는 안정적 장기 임대 주택이며 보통 1~2인 가구가 입주한다. 주거 지원 서비스는 주택의 공급과 유지를 위한 주거 유지 지원부터 입주민의 기능 저하 상태에 따라 청소, 빨래, 식사, 장보기, 외출 동행 등 생활 지원 서비스가 맞춤형으로 구성되어야 한다.

더 나아가서 주택을 비롯한 모든 건축물과 생활환경에 ‘유니버설 디자인’을 적용해야 한다. 건축물의 사용자는 늘 변화할 수 있기 때문에 어떤 사용자도 배제하거나 차별하지 않는 보편적 설계가 필요하다. 적어도 개조의 가능성을 열어 두어야 한다. ‘유니버설 디자인’은 물리적 장벽을 미리 예방하고 사전에 완화하는 것이다.

주택을 넘어서서 동네에 무장애(barrier free) 환경이 조성되어야 장애인들이 집안에 갇히지 않고 밖으로 나와 ‘동네 한 바퀴’를 돌 수 있다. 고르지 못한 보도, 경사로 없는 계단, 장애인 출입이 어려운 화장실, 자동차 중심의 광폭 도로와 신호체계 등이 대표적인 장벽들이다. 주거지역 외에도 상업, 행정, 교통의 중심 지역은 우선하여 무장애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주거복지와 무장애 생활환경 조성은 노인과 장애인의 독립생활을 위한 정책의 한 부분이며, 복지를 담당하는 보건복지부와 주택과 교통을 담당하는 국토교통부가 공동으로 노력해야 한다. 공공임대 주택을 공급하는 주택토지공사의 역할이 중요하다. 또한 지역사회 돌봄을 주체적으로 담당하게 될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이 주거복지와 무장애 생활환경 조성으로 확대되어야 한다. (pp.124~126)


김용익의 장애인 돌봄 이야기 표지

* 출처: 김용익(2026), 『김용익의 장애인 돌봄 이야기』, 서울: 건강미디어협동조합
* 본 글은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이 저자의 사전 동의를 받아 원문을 발췌·재구성한 콘텐츠입니다.
* 도서 정보: https://buly.kr/9BXPv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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