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건강권, 치료 중심 넘어 교육 기반 접근으로 전환해야

  • 한국장총 등, 8차 장애인 건강정책 개선 릴레이 간담회 국회서 개최
  • 형식적 집체교육의 한계 지적사례·경험 기반 교육과 의료·복지·교육 연계 구조 강조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은 김예지 국회의원(국민의힘),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국장애인보건의료협의회와 함께 지난 5월 8일(금)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제4간담회의실에서 「제8차 장애인 건강정책 개선 릴레이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번 간담회는 ‘장애인 건강권 교육, 나아가야 할 방향은?’을 주제로, 「장애인 건강권 및 의료접근성 보장에 관한 법률」 제13조와 제14조에 근거한 장애인 건강교육이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점검하고, 장애인 당사자와 가족, 돌봄 제공자, 의료인, 예비의료인 등을 대상으로 한 건강권 교육의 제도적 개선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장애인은 만성질환 유병률이 높고 일상적 건강관리 지원 필요가 크지만, 2023년 장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거주 지역 내에서 ‘건강교육 및 건강교실’을 경험한 비율은 1.5%에 그치고 있다. 또한 의료종사자의 장애 이해 부족으로 인한 진료 거부, 의사소통 어려움, 의료기관 이용 과정의 차별 문제가 반복되고 있어 건강권 교육의 실효성 강화가 중요한 과제로 제기되고 있다.

김예지 국회의원(국민의힘)은 개회사를 통해 지난 8차례의 릴레이 간담회를 돌아보며 “장애인건강권법과 구강보건법 등을 기반으로 장애인 건강권 증진을 위한 방안을 함께 논의하고 법과 제도를 개선해 왔다”라고 밝혔다. 이어 “건강한 장애인이 되기 위해서는 스스로 자신의 건강을 이해하고 관리할 수 있어야 하며, 이를 지원하는 사람들 역시 장애와 장애인의 건강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갖추어야 한다”라며 의료인뿐 아니라 예비의료인을 대상으로 한 장애 이해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건강권은 의료서비스 확대만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발제를 맡은 조주희 교수(총신대학교 교직과)는 장애인 건강권 보장을 위한 교육 기반 국가 실행 전략을 제안했다. 조 교수는 “건강은 치료의 결과가 아니라 학습의 과정”이라며 장애인 건강권이 의료기관 안에서만 다뤄질 문제가 아니라 일상과 교육에서부터 형성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조 교수는 2025년 기준 전국 17개 지역장애인보건의료센터에서 장애인 및 가족 교육, 관련기관 종사자 교육, 여성장애인 건강관리 교육, 보건의료종사자 및 관련학과 학생 교육 등이 운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특수학급 학생 대상 교육은 일부 지역에 한정되어 있어, 학교 기반 건강권 교육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조 교수는 의과대학에서는 장애인의 건강을 질병 중심이 아니라 삶의 맥락 속에서 이해하도록 교육해야 하며, 사범대학에서는 장애학생의 건강 문제를 교육 바깥의 문제가 아니라 교육 안에서 다루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장애인의 건강권은 치료를 통해 사후적으로 보장되는 권리가 아니라, 교육을 통해 형성되고 의료와 복지를 통해 유지되는 권리”라며 국가 차원의 교육과정 반영과 인력 양성체계 개선을 제안했다.

좌장을 맡은 임재영 회장(한국장애인보건의료협의회, 분당서울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은 “모든 주체가 장애인의 건강 특성과 의사소통 방식을 이해하지 못하면 의료접근성을 개선하려는 노력도 실제 현장에서 작동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이어 장애인 건강권 교육에는 권리 인식, 자기 몸과 장애에 대한 이해, 의료서비스 접근 정보, 정신건강과 자기결정권, 동료 지지와 경험 공유 등이 포함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형식적 집체교육 넘어, 현장에서 작동하는 건강권 교육으로

윤다올 책임(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은 의료 현장에서 여전히 진료 거부와 의사소통 어려움이 반복되고 있다며, 이는 단순한 인식 부족을 넘어 의료인이 장애인을 어떻게 이해하고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윤 책임은 “건강관리는 병원 중심의 치료에 한정되지 않고 복약, 영양, 위생, 운동 등 일상생활 속 지속적인 관리로 이어져야 한다”라며 “의료인뿐 아니라 활동지원사 등 돌봄 제공자와 장애인 당사자를 포함한 다층적 교육체계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특히 장애인 당사자 교육에는 건강주치의 제도, 장애친화 의료기관, 의료기관 이용을 위한 이동 정보, 지역사회 기반 건강서비스 안내 등 실제 활용 가능한 정보가 포함되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의료기관 종사자뿐 아니라 병원 운영 방향을 결정하는 의료기관장 교육도 필요하며, “법률 개정을 통해” 의료인 보수교육 과정에 장애 및 의료취약계층 이해와 건강권 보장 내용을 명시하는 방안, 활동지원사 교육과정 내 건강관리 교육을 강화하는 방안도 함께 제시했다.

의료인을 길러내는 구조 자체가 바뀌어야

임종한 교수(인하대학교 의과대학)는 장애인 건강권 교육이 선언적 수준에 머물러서는 안 되며, 국가 차원의 교육과정 재구성과 인력 양성체계 전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임 교수는 의료인들이 장애 환자를 실제로 어떻게 진료하고 소통해야 하는지에 대한 훈련 경험이 부족하다며, 교육 내용이 장애 이해를 넘어 의사소통 접근성, 재난 대응, 권리 기반 진료, 건강 격차 해소까지 포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 교수는 의과대학 인증 과정에 장애 감수성과 장애인 건강권 교육의 실효성을 반영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현장의 변화를 위해서는 교육뿐 아니라 의료서비스 제공 방식과 보상체계도 함께 바뀌어야 한다며, 장애인의 건강 수준 개선과 충분한 설명, 지속적 관리가 평가받을 수 있는 가치 기반 의료체계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승희 학술이사(한국의학교육학회)는 의학교육에서 공감과 시민성 교육이 실질적으로 작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학술이사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에서 장애인 당사자와 의대생이 함께 참여하는 리빙랩 수업을 운영한 경험을 소개하며, “좋은 의사가 되는 길은 강의실의 끝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강의실 밖에서 한 사람을 마주하는 시간에서 시작된다”라고 말했다.

이어 의학교육은 단발성 강의가 아니라 사례 기반, 현장 기반, 단계적 교육으로 설계되어야 하며, 각 의과대학이 활용할 수 있는 공유 교육 플랫폼과 리빙랩형 교육과정 확산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당사자가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교육이어야

홍산 연구원(서울대학교 산업공학과 인간공학 박사과정)은 장애인 건강권 교육의 목표가 단순한 정보 전달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홍 연구원은 건강권 교육이 당사자가 자신의 몸과 환경을 이해하고, 건강한 삶을 살고자 하는 동기를 갖고, 스스로 필요한 전략을 세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건강문해력과 함께 신체문해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장애인 당사자가 자신의 신체 역량과 생활환경, 지역사회 인프라를 이해한 뒤 실제 건강 행동으로 이어갈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디지털 헬스케어와 보조기술도 당사자가 필요성과 효과를 체감하지 못하면 수용되기 어렵기 때문에, 교육은 기술이나 서비스 이용의 전제 조건이자 지속 가능한 건강관리의 기반이 되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희성 팀장(경기도남부 지역장애인보건의료센터)은 지역장애인보건의료센터의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건강권 교육의 전달체계와 인력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팀장은 전국 17개 지역장애인보건의료센터가 지난 5년간 약 152개 건강 관련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 10,022명에게 교육을 제공해 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여전히 “이런 제도가 있는지 몰랐다”, “어디에 문의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많다며, 장애인이 건강검진, 치과 진료, 방문진료, 장애인 건강주치의, 지역사회 서비스 등을 쉽게 안내받을 수 있는 연계·조정 기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지역장애인보건의료센터가 교육, 사례관리, 의료기관 이용 지원, 지역 연계를 동시에 수행하고 있지만 인력과 예산이 부족해 전문적인 교육사업을 지속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신애 대표(전국장애인건강권연대)는 장애 유형과 생활 상황에 따른 구체적 사례를 중심으로 교육 매뉴얼과 지침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입원과 퇴원 과정에서 지적장애인이나 중증장애인이 자신의 병력, 가족력, 복약, 필요한 의료기기와 돌봄 지원을 충분히 설명받지 못하는 현실을 지적했다. 이어 의료기관, 지역장애인보건의료센터, 보건소, 활동지원사 등이 협력해 입원·퇴원·응급상황·일상 건강관리에서 실제로 작동할 수 있는 지원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교육·의료·복지가 끊기지 않는 구조로 이어져야

이날 간담회에서는 장애인 건강권 교육이 인식개선 교육이나 일회성 강의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 장애인 당사자가 자신의 건강 상태와 권리를 이해하고, 필요한 의료·복지서비스를 실제로 이용할 수 있어야 하며, 의료인과 돌봄 제공자는 장애 특성, 의사소통 방식, 진료 과정의 지원 필요를 구체적으로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예비의료인과 예비교원 양성과정에 장애인 건강권 교육을 반영하고, 의료인 보수교육과 의과대학 인증기준, 활동지원사 교육과정, 학교 교육과정 안에서 건강권 교육이 체계적으로 다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지역장애인보건의료센터의 교육·상담·연계 기능을 강화하고, 장애인 당사자와 가족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정보 제공체계와 사례 기반 매뉴얼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됐다.

간담회 논의 내용은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홈페이지에서 자료집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2026. 5. 14.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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