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구강건강, 더 늦기 전에 바꿔야 한다… 실태조사 넘어 제도개선 본격화

  • 한국장총 등 7차 장애인 건강정책 개선 릴레이 간담회국회에서 개최
  • 김예지 의원 장애인 구강건강실태조사 3년마다 실시할 수 있도록구강보건법일부개정법률안 발의

지난 4월 9일,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실과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국장애인보건의료협의회는 국회의원회관 제2간담회의실에서 ‘제7차 장애인 건강정책 개선 릴레이 간담회’를 개최하고, 장애인 구강건강 정책의 현황과 개선과제를 논의했다. 이번 간담회는 ‘장애인 구강관리, 어떻게 해야 하나?’를 주제로 열렸으며, 장애인 구강건강이 영양섭취, 의사소통, 일상생활, 사회참여와 직결되는 핵심 건강권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예방·치료·사후관리 전반에서 구조적 공백이 존재한다는 문제의식 속에서 마련됐다.

발제를 맡은 이재영 교수(단국대학교 보건과학대학 치위생학과)는 2025년 장애인 구강건강 실태조사가 국가승인통계로 수행된 첫 전국 단위 조사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그간 장애인 구강건강에 관한 조사가 일부 지역이나 시설 중심으로 이뤄져 국가 차원의 근거 축적이 어려웠다고 짚으며, 이번 조사를 통해 장애인의 구강건강 수준과 치과의료 이용 격차를 보다 체계적으로 드러낼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유치우식경험자율 52.2%, 영구치우식경험자율 88.9% 등 장애인의 구강건강 수준은 전반적으로 취약했고, 예방처치와 치과의료 이용에서도 구조적 불리함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앞으로 예방-조기진단-치료-유지관리로 이어지는 평생 관리 기반 국가 구강보건체계, 기능회복 중심 치료지원 확대, 장애유형별 맞춤형 정책, 국가조사의 정례화와 전문인력 확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좌) 이재영 교수 / (우) 윤다올 책임

자문위원 의견에서는 구강건강을 개별 치과치료의 문제가 아니라 건강불평등과 권리보장의 문제로 보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호승희 소장(국립재활원 재활연구소)구강건강이 건강생활 실천의 핵심 요소임에도 장애인은 일반 건강검진과 마찬가지로 구강검진 수검률이 낮고, 특히 의료급여 대상 비중이 높은 집단이라는 점에서 취약성이 더 크다고 지적했다. 신용일 교수(부산의대 재활의학교실 및 양산부산대학교병원)는 농촌 등 의료 인프라가 취약한 지역에서 장애인 구강관리가 더욱 어렵다며, 보건소는 조기 발굴과 예방의 허브, 권역센터는 고난도 치료, 지역 치과의원은 정기관리, 복지기관은 교육과 동행지원을 맡는 지역 협력모형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박종혁 교수(충북대학교 의과대학)는 치과의원이 주로 2층 이상에 위치해 물리적 접근이 어렵고, 장비와 의사소통 지원, 발달장애인의 진정·마취 환경이 부족한 점을 짚으며, 권역센터 확충과 지역 간 분포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숙랑 한국장애인보건의료협의회 이사는 장애인 구강실태조사의 3년 주기 지속 실시와 지역별 대표성 있는 표본 설계를 강조했다.

윤다올 책임(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은 장애인 구강건강 문제가 제도적으로는 포함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별도의 영역으로 분리되어 지속적으로 후순위에 놓여 왔다고 지적했다. 또한 장애당사자의 사례를 통해 주돌봄자의 일상적인 구강관리 습관과 이를 위한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건강주치의 제도에서 방문재활이 논의되는 것처럼 치과주치의 제도에도 방문 구강관리 서비스를 도입해 치과위생사와 함께하는 방문 진료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장애 유형에 따라 필요한 지원이 다르다는 점을 짚으며, 의사소통 방식과 진료 과정에서의 설명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청각장애인의 경우 마스크 착용으로 인해 입모양 확인이 어려워 의사소통에 제약이 있는 만큼, 필담이나 수어통역 등 보조 수단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부 의료기관에서 시행 중인 수어통역사 고용 사례를 적용할 경우, 청각장애인의 구강 진료 접근성을 실질적으로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수정 사무국장(한국지적발달장애인복지협회)은 발달장애인의 구강검진은 진료실 안의 문제만이 아니라 검진 전 준비, 검진 과정의 의사소통, 검진 이후 관리까지 전 단계에서 지원이 필요한 영역이라고 말했다. 김신애 대표(전국장애인건강권연대) 역시 성인기 장애인의 낮은 구강검진률에는 치료 결정과 동의의 어려움이 상당히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단순히 검진 기회를 늘리는 것을 넘어 의사결정 지원과 치료 연계까지 함께 설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문희 인권위원장(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은 장애인 구강건강정책이 일부 치료 지원에 머물러서는 안 되며, 예방·치료·재활·지속관리와 당사자 참여를 포함하는 종합적 건강권 정책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밝혔다.

(왼쪽부터) 조원빈 원장, 황지영 진료처장, 하종철 센터장

토론에서는 현장의 진료 공백과 제도 보완 필요성이 보다 구체적으로 제기됐다. 장애인 치과주치의 시범사업에 참여 중인 조원빈 원장(광주 서울우리아이치과의원)은 광주·전남 지역의 경우 장애인이 사실상 전남대치과병원에 집중되다 보니 단순 치료조차 수개월씩 대기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 원장은 당장 발치나 잇몸치료가 필요한 환자에게 6개월을 기다리게 하는 현실은 맞지 않는다며, 지역 의원급 의료기관이 장애인 진료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행정적·제도적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황지영 진료처장(서울시장애인치과병원)은 국내에 다양한 의료·복지제도가 존재하지만 전달체계가 분절돼 효율성이 떨어지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황 처장은 장애인구강진료센터와 치과주치의 제도가 얼마나 충실히 작동하고 있는지, 당사자와 보호자가 제도를 얼마나 알고 실제 이용에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부터 점검해야 한다며, 기존 제도를 더 촘촘하고 더 편안하게 작동하도록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현재 장애인 치과주치의 제도에는 방문진료가 포함돼 있지 않지만, 내원이 어려운 장애인의 현실을 고려할 때 간단한 도구와 장비만으로도 방문을 통한 구강관리, 예방치료, 단순처치의 접근성을 충분히 높일 수 있다며 방문치과진료 제도의 도입과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종철 센터장(경기북부장애인구강진료센터)은 권역장애인구강진료센터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센터별 전담인력과 전신마취 여건, 진료역량의 편차가 커 실제 서비스 수준이 천차만별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전신마취 수술방과 마취 인력 확보가 어려워 대기기간이 길어지는 현실을 설명하며, 센터 수 확대뿐 아니라 전담인력 확충과 지역별 운영체계 보완, 장애등록 시점부터의 주치의 연계 및 지속적인 예방·관리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좌) 최경호 사무관 / (우) 임현규 과장

정부 측도 제도 개선 필요성에 공감했다. 오경원 과장(질병관리청 건강영양조사분석과)은 장애인 구강건강 실태조사를 국가 승인통계로 안착시키기 위해 2023년 사전기획연구를 거쳐 대표성 있는 조사체계를 마련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최경호 사무관(보건복지부 구강정책과)은 구강정책과가 장애인구강진료센터 운영과 보건소 구강보건사업을 총괄하고 있으며, 전신마취와 장애인 진료 관련 개선과제도 보험 관련 부서와 협의하며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임현규 과장(보건복지부 장애인건강과)은 정부가 현장의 어려움에 비해 충분한 지원을 하지 못한 점을 언급하며, 지역장애인보건의료센터와 보건소를 통한 교육·체험 프로그램, 권역센터 연계 사례 등을 토대로 개선방안을 계속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간담회는 장애인 구강건강 문제가 더 이상 개별 치과진료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가 책임 있게 다뤄야 할 건강권 과제임을 다시 확인한 자리였다. 참석자들은 실태조사 정례화, 예방과 조기개입 확대, 지역 간 접근성 격차 해소, 치과주치의 실효성 강화, 방문구강관리의 구체화와 내원이 어려운 장애인을 위한 방문 치과진료·연계 관리체계 마련 등이 함께 추진돼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특히 김예지 의원이 4월 14일 장애인 구강건강실태조사의 3년 주기 실시 등을 담은 「구강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하면서, 이번 간담회에서 확인된 문제의식과 개선 요구가 제도 보완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를 더했다.

※ 제7차 장애인 건강정책 개선 릴레이 간담회 자료집 보기: https://buly.kr/AarfpLB

※ 제7차 장애인 건강정책 개선 릴레이 간담회 녹화영상 보기: https://buly.kr/A47Osul

2026. 4. 16.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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