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구강건강, 치료에서 ‘지역 기반’으로 전환해야 한다

지역센터는 필요하다. 다만 예산·인력·운영기준 없이 만들면 버티기 어렵다

당사자에게 중요한 건 가까움, 비용, 그리고 실제로 이용 가능한 환경이다

이번 토론회는 2026년 4월 15일(수)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국회의원회관 제1간담회의실에서 개최되었다. ‘장애인 치과의료 접근성 개선을 위한 지역장애인구강진료센터의 제도화와 지속가능한 운영방안 모색’을 주제로 열린 이번 토론회는 국회의원 이수진, 김윤, 서미화 의원이 공동 주최했으며, 스마일재단, 대한장애인치과학회,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이 공동 주관하고 보건복지부가 후원하였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경희대학교 소아치과 이효설 부교수가 주제 발표를 맡아 ‘지역 단위 장애인 구강보건서비스 체계 구축의 필요성과 모델 제안’을 중심으로 발표를 진행했다. 이어진 패널 토론은 서울시장애인치과병원 황지영 진료처장, 경기도의료원 수원병원 정은주 과장, 스마일재단 임지준 이사,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김태현 정책위원, 보건복지부 구강정책과 변루나 과장이 참여해 현장과 정책을 아우르는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주제 발표에 나선 이효설 부교수(경희대학교 치과대학 소아치과학교실)는 먼저 장애인 구강건강의 현실을 짚으며, 현재 상황은 단순한 ‘치료 부족’이 아니라 예방과 조기개입 단계부터 구조적으로 취약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장애인은 구강질환 부담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검진과 관리 접근은 낮고, 이미 상당수가 치료가 필요한 상태에 놓여 있다. 여기에 고령장애인 비율이 높아지면서 구강건강 문제는 일시적 치료가 아니라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만성 문제로 전환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또한 장애인 치과진료는 일반 진료와 동일하게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동의 어려움, 보호자 동반 필요, 진료 협조 문제, 행동조절 어려움 등으로 인해 단순히 의료기관이 존재한다고 해서 접근이 보장되는 것이 아니며, 장애 특성에 맞는 환경과 인력, 진료체계가 함께 갖춰져야 실제 진료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특히 중증장애인의 경우 전신마취, 전문 인력, 사후관리까지 이어지는 연속적인 관리 체계가 필수적임을 강조했다.

그럼에도 현재 제도는 권역센터, 치과주치의, 보험 가산제도, 통합돌봄 등 다양한 정책이 존재하지만, 이들이 하나의 체계로 연결되지 못하고 각각 분절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예방, 일상진료, 전문치료, 사후관리 기능이 따로 작동하면서 환자 입장에서는 지역 안에서 지속적으로 이용 가능한 서비스 체계가 부재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즉, 정책은 늘었지만 실제 이용 체계는 여전히 끊어져 있는 상태라는 것이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지역장애인 구강진료센터’를 중심으로 한 지역 기반 전달체계 구축을 제안했다. 권역센터는 고난도 치료에 집중하고, 지역센터는 예방·기본진료·지속관리·연계를 담당하는 ‘허리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제도화를 위해서는 단순한 기관 확충이 아니라 명확한 역할 설정, 안정적 재정 지원, 인력 양성, 네트워크 구축, 데이터 기반 관리가 함께 이루어져야 하며, 이를 통해 중앙–권역–지역–주치의로 이어지는 통합적 구강보건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첫번째 패널토론으로 나선 황지영 진료처장(서울시장애인치과병원, 대한장애인치과학회 이사)는 지역장애인 구강진료센터 논의가 중요하다는 데 동의하면서도, 센터의 역할과 필요한 전문인력, 예산 구조를 먼저 촘촘하게 설계해야 한다고 짚었다. 단순히 시설을 만드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실제로 장애 진료를 수행하는 의료진과 보조인력, 임상협진 네트워크가 제대로 뒷받침되지 않으면 지속가능한 운영이 어렵다는 것이다. 또한 센터마다 모병원의 운영 철학에 따라 성격이 크게 달라지고 있는 현실을 지적하면서, 운영방식의 표준과 함께 수가 체계의 표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는 같은 환자가 어느 기관으로 의뢰되느냐에 따라 진료비 부담 차이가 매우 커서, 환자가 비용 때문에 진료를 포기하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지역센터 제도화에 앞서 중증장애 치과치료를 담당하는 상위 전달체계가 지역 안에서 제대로 기능하고 있는지 먼저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부 병원은 이미 전신마취 중심 진료를 수행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기관을 단순히 ‘지역센터’로 볼 것인지, 오히려 권역 기능을 더 강화해야 하는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장애인 치과주치의 제도는 예방과 관리 측면에서 의미가 크지만, 실제로는 환자 발굴과 행정 부담, 낮은 이용률이 한계로 작동하고 있다고 보았다. 이에 따라 장애 등록 단계부터 구강검진과 개인별 관리계획을 연계하고, 필요한 경우 주치의와 사실상 필수적으로 연결되는 구조를 고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마지막으로 의과 분야처럼 방문 치과진료도 조속히 제도권 안으로 편입해야 한다며, 병원 방문 자체가 어려운 장애인에게는 이 제도가 실질적인 접근성 개선 수단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두번째 패널토론으로 정은주 진료과장(경기도의료원 수원병원 경기도장애인구강진료센터)은 지역 단위 장애인 구강보건 서비스 체계의 필요성에 강하게 공감한다고 밝혔다. 실제 현장에서는 공적 자원이 확대되었음에도 여전히 환자 입장에서 체계가 낯설고 접근성이 낮으며, 권역센터와 전신마취 진료 수요가 계속 쏠리면서 대기와 정체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전신마취 이후의 검진·예방관리, 경증장애인의 일상 진료, 지속관리까지 모두 감당하기 어려운 구조가 되었고, 결국 권역과 일상진료 사이 ‘허리 역할’을 하는 지역기반 서비스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지역장애인 구강진료센터를 만들더라도 안정적인 예산과 인력 지원, 명확한 운영모델, 지속적인 평가와 투자 장치가 함께 마련되지 않으면 제 역할을 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현재처럼 예산 없이 시범사업을 돌리면 병원은 적자 구조를 이유로 소극적일 수밖에 없고, 실무팀은 진료보다 행정 부담을 더 크게 떠안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허리 역할의 지역센터는 전신마취 중심 기관보다 수익 구조가 더 약하기 때문에 인건비, 공간, 행정자원, 초기 구축비용에 대한 공적 지원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했다. 아울러 장애인 치과주치의 제도는 환자를 정기적으로 불러들이는 데 도움이 되지만 200명 제한이 있어 현장 활용에 한계가 있다며, 주치의 제도의 확장과 원스톱 네트워크 구축도 함께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세번째 토론을 밭은 임지준 이사(스마일재단, 따듯한 치과병원 대표원장)는 지역센터 확대 논의에 일정 부분 공감하면서도, 현재의 권역센터 구조와 지원 방식부터 다시 점검해야 한다고 보았다. 권역센터가 단순히 진료량을 늘리는 방식으로만 작동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되묻고, 일본 사례처럼 한 사람을 많이 치료하는 것보다 장애인을 볼 수 있는 치과의사와 기관을 더 많이 길러내는 교육 기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초기부터 예방과 관리가 잘 이뤄지면 전신마취나 고난도 치료 수요 자체를 줄일 수 있는데, 지금은 지나치게 ‘치료 중심’으로만 구조가 짜여 있다는 것이다.

​특히 현행 지원 체계가 장애인을 지원하는 것인지, 센터를 지원하는 것인지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마취과 인건비나 비급여 지원이 실제 환자에게 공정하게 돌아가기보다 기관 단위로 작동하면서, 센터 간 편차와 쏠림을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어떤 곳은 높은 수준의 비급여 혜택을 주는 반면, 다른 곳은 그렇지 못해 결국 환자가 특정 기관으로 몰릴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그래서 지원은 센터 중심이 아니라 환자 중심 바우처나 상한제 방식으로 더 공정하게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동시에 민간에서 장애인 진료를 이어가는 치과들도 지속할 수 있도록 제도를 손봐야 한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이동 장벽이 큰 장애인에게는 결국 방문 치과진료가 ‘세 번째 큰 변화’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번째 변화는 치과주치의 도입이었음) 특수학교, 지역사회, 방문진료, 지역센터, 권역센터가 단계적으로 연결되는 구조를 만들어야 중증화 이전에 개입할 수 있고, 지금처럼 병을 키운 뒤 힘겹게 치료하는 악순환도 줄일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당사자로선 유일하게 토론에 참여한 김태현 정책위원(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장애인사회연구소)은 당사자 경험을 바탕으로 장애인 치과의료 접근성은 물리적 접근성과 경제적 접근성 두 가지가 모두 중요하다고 말했다. 본인의 틀니 경험을 이야기하며, 치과 보철 비용은 장애인에게 매우 큰 부담이고, 특히 경제적 어려움이 큰 장애인의 현실을 고려하면 틀니 등 보철치료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범위를 더 넓히거나 적용 연령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단지 치료기관이 있다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실제 치료비를 감당할 수 있어야 접근성이 완성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또한 지역 거점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했다. 거리가 멀면 진료 한 번 받기 위해 하루를 비워야 하고, 일하는 장애인에게는 병가나 소득 손실 문제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까운 곳에서 치료받을 수 있는 지역 거점 확대, 그리고 휠체어 장애인을 포함한 다양한 장애인이 실제로 접근 가능한 시설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더불어 장애인 치과진료 인력을 키우는 과정에서 장애 이해 교육, 특히 지적장애·자폐성장애·중증 뇌병변장애인을 만나는 데 필요한 실제적 교육이 충분히 강화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치료만이 아니라 예방도 중요하므로, 양치가 어려운 중증장애인에게 워터픽 같은 구강관리 보조기기를 지원하는 방식도 검토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제도 설계보다 앞서, 장애인이 실제로 겪는 이동·비용·일상 관리의 어려움에 정책이 더 가까이 가야 한다는 점을 환기시켰습니다.


마지막으로 보건복지부 구강정책과 변루나 과장은 우선 지금의 권역장애인구강진료센터 체계 역시 매우 더디고 어려운 과정 끝에 겨우 기반을 갖춰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역센터는 오랜 기간 인건비, 전담인력, 시설, 장비 등이 모두 부족한 상태에서 운영돼 왔고, 실제로 독립적인 체계를 갖추기까지도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그동안은 미설치 지역에 권역센터를 설치하고 기존 센터의 인력과 예산을 현실화하는 데 집중할 수밖에 없었고, 그 때문에 지역센터 설치까지는 여력이 충분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다만 현재는 상황이 조금 달라졌다고 했다. 권역센터 설치가 일정 부분 마무리된 만큼, 이제는 경제적·물리적 접근성 문제를 보완하기 위한 지역센터 설치 필요성에 정부도 공감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복지부는 지난해 지역센터 신규 예산 확보를 시도했고, 올해도 다시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토론회는 국회와 예산 당국, 그리고 장애인 당사자들에게 지역센터의 필요성을 함께 설득하는 의미 있는 자리라고 평가했다. 다만 수요조사를 해보니, 지역에서 지역센터 역할을 맡을 수 있는 기관이 생각보다 많지 않았고, 이 점은 기대와 함께 한계도 확인한 결과였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3개소 시범사업을 시작한 것은 지역 거점 모델을 실제로 시험해보고, 권역센터를 무작정 늘릴 수 없는 현실 속에서 역할 분담과 기능을 구체화해보려는 시도였다고 설명했다.

​변 과장은 앞으로의 방향으로 지역센터 추가 발굴과 시범사업 확대를 제시했다. 올해는 몇 곳을 더 찾아 시범사업을 넓혀보면서, 권역·중앙센터와 지역 거점센터, 그리고 장애인 치과주치의 제도가 어떻게 역할을 나누고 연결될 수 있을지 모델을 정리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복지부는 지역센터를 “주치의가 해결하기 어려운 치료를 담당하는 곳”, 권역·중앙센터는 “최종적으로 고난도 환자를 치료하는 곳”으로 보고 있으며, 이런 구조가 명확해질수록 예산 당국과 국회 설득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중앙–권역–지역센터의 기능 재정립은 분명히 필요하며, 복지부도 지역센터 설치를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역시 이번 토론에서 제기된 다양한 문제의식에 깊이 공감한다. 특히 지역장애인 구강진료센터는 획일적인 방식이 아니라 지역 특성과 여건에 맞는 독립성과 자율성을 기반으로 운영되어야 하며, 현재와 같이 모병원의 운영 방식에 따라 센터의 기능과 방향이 좌우되는 구조는 개선이 필요하다.

​아울러 특수학교 및 장애등록 단계에서 구강검진을 필수 요소로 제도화하여 예방 중심의 구강건강 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방문 치과진료 도입을 통해 예방처치, 위생관리, 보호자 교육까지 일상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예산 부담이 병원에 전가되는 구조, 마취 중심 수가 구조로 인해 지역 의료기관이 참여하기 어려운 현실, 비급여 진료비 부담 문제 등 재정 구조 전반에 대한 개선 역시 시급하다. 특히 비급여 진료비에 대한 상한제 도입과 지역 기반 의료기관에 대한 공적 재정 지원 확대는 필수적인 과제이다.

​한국장총은 이러한 과제들을 중심으로 향후 장애인 구강건강, 구강보건관리, 구강검진, 구강진료, 치과주치의 제도 전반에 대한 심도 있는 정책 모니터링을 지속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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