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재난, 교통약자 얼마나 더 희생 돼야 해요?

교통약자, 반복되는 철도재난에 속수무책

지난 5월 31일, 서울 지하철 5호선 여의나루역과 마포역 사이를 운행 중이던 열차에서 방화로 인한 화재가 발생했다. 한 임산부는 바닥에 뿌려진 휘발유에 넘어져, 신발이 벗겨진 채 가까스로 대피했다. 곧이어 방화범은 휘발유에 불을 붙였고, 열차 안은 순식간에 불이 번졌다. 2초만 늦었어도 큰 화를 입는 아찔한 상황이었다. 이 모든 과정은 지하철 CCTV에 기록되었다.

지난 5월 31일 서울 지하철 5호선 여의나루역과 마포역 사이를 운행 중이던 열차에서 방화로 인한 화재 발생 당시 CCTV모습 ⓒ채널A유튜브캡쳐

2021년 부천 상동역 화재 당시, 휠체어를 이용하던 50대 남성 장애인이 장애인 화장실에 고립된 채 사망했다. 화재 진압 설비에서 방출된 이산화탄소에 중독돼 쓰러졌지만, 초동 대응 시 장애인 화장실은 점검 대상에서 제외돼 뒤늦게 발견됐다.

임산부와 장애인 모두 교통약자에 해당한다. 교통약자란 장애인, 고령자, 임산부, 영유아 동반자 등 일상적인 이동에 불편을 겪는 사람들을 의미하며, 재난 시 신속한 대피가 어렵다. 하지만 현재 지하철을 이용하는 교통약자를 위한 국토교통부의 구체적인 대피 매뉴얼은 마련돼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단지 ‘우선 대피 대상’으로만 분류될 뿐, 실제로 어떻게 대피해야 하는지에 대한 세부 지침은 없다.

장애인, 두 번째로 많은 교통약자대중교통 안전은 곧 생존권

2023년 교통약자 이동편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교통약자는 1,586만 명, 이 중 고령자는 973만 명이고, 장애인 264만 명으로 두 번째로 많다. 이들은 주로 버스 42%, 지하철은 28.1%가 이용한다. 교통안전공단 철도안전정보포털(지표누리)에 따르면, 최근 3년간 크고 작은 열차 충돌·탈선·화재 등의 사고가 67건 발생했다. 교통약자는 대중교통 이용 시 안전 확보는 필수이며, 생존권과 직결되는 문제이다.

장애인 화재 사망률 비장애인의 약 9배 높아

특히, 장애인은 위기 상황에서 거동, 감각, 정보 접근 등에 제약이 있어 신속한 대피가 어렵다. 소방청 자료에 따르면, 2021년과 2022년 모두 화재 발생 시 장애인의 사상자 비율이 비장애인 보다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21년 기준 장애인 화재 사망률은 인구 10만 명당 3.6명으로 비장애인 0.4명에 비해 보다 약 9배나 높다.

철도재난 시 교통약자 매뉴얼은 없음’, 장애인은 각자도생

2020년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장애인 재난 대응 안내서」는 2개 유형(화재, 지진)과 4개 장애유형에 대응하는 자료였으나, 실효성이 부족하고 형식적이다. 예를 들면, 휠체어 이용자 또는 거동이 불편한 지체·뇌병변 장애인에게 계단을 이용해 탈출하라는 것이다. 국토교통부 철도안전정책과에 확인 한 결과, 철도에 대한 별도의 교통약자 대피 매뉴얼은 없으나, 철도 운영자가 교통약자를 우선한 긴급대피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고 답했다.

피로 쓰인 안전, 교통약자가 희생될 것인가 철도재난대피 표준매뉴얼시급

「장애인복지법」 제24조는 국가와 지자체가 장애인 특성을 고려한 안전대책을 마련할 의무를 명시하고 있다.「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시행령」제3조의2 및「철도안전법」제2조11호에 따른 재난주관기관은 국토교통부이며, 재난관리책임기관은 한국철도공사, 서울교통공사 등 철도운영사이다. 따라서, 국토교통부장관은 장애인을 포함한 교통약자의 특성을 반영하는 철도재난 위기 대피 표준 매뉴얼을 마련해 각 철도운영사에 보급해야 한다.

대중교통 이용 중 사고는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다. 결국, 나 자신은 물론 가족, 친구, 동료 등 소중한 생명이 위협받는다는 것이다. “피로로 쓰인 안전”이라는 말처럼, 더 이상 누군가의 희생으로 유지되는 안전은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철저한 예방과 모두를 위한 대비가 필요하다.

장애인제도개선솔루션은 국토교통부 철도안전정책과에 ▲교통약자 철도재난 위기 대피 표준매뉴얼 제작 및 배포 ▲철도운영사 대상 표준매뉴얼 배포 및 운영점검 ▲전국 통일 교통약자용 체험형 안전 훈련 체계 마련 ▲교통약자 철도 안전 체험·홍보관 조성 ▲장애유형별 시민안전체험 프로그램 운영할 것을 요청했다.

※ 진행상황
[공문회신] 국토교통부 철도안전정책과 (2025. 8. 20.)
교통약자에 대해서는 각 철도운영사에게 철도 사고 발생 시 교통약자가 최우선적으로 대피할 수 있도록 교통약자의 대피요령 및 대피지원에 대한 세부적인 내용을 소관 행동 매뉴얼에 포함토록 요청함. 다만, 교통약자의 유형과 재난상황이 다양하므로, 각 유형별 세부사항을 일률적으로 표준 매뉴얼에 규정하기는 곤란함. 대신 각 운영사별 여건에 따라 철도재난 훈련 시 교통약자를 포함토록 요청함. 각 운영사의 대응능력을 제고하는 등 실효성을 확보할 예정임

[회신] 한국철도공사 안전본부 시민안전처 (2025. 10. 2.)
○ 그간 추진 현황
교통약자에 대한 대피절차와 국민행동요령을 현장조치 행동 매뉴얼에 수록하여 철도 재난대응 과정에서 즉시 활용될 수 있도록 운용하고 있음.
(첨부자료: 한국철도공사 철도사고 재난 현장조치 매뉴얼- 교통약자 대피절차 및 국민행동요령)
또한, 교통약자가 실제 참여하는 비상대응 훈련을 지속적으로 시행하여 대응 절차를 숙달하고 역량을 강화하고 있음 (첨부자료: 교통약자와 참여한 비상대응 훈련 실시 사진)

○ 매뉴얼 개정 예정
국토부 회신 취지에 따라, 현장조치 매뉴얼을 개정(교통약자 여부 우선 확인 등 승무원 및 기초대응팀 임부 부여)하여 교통약자를 세분화하고 구조역량을 집중함으로써 피해를 최소화 하는 등 대응절차를 한층 구체화 할 계획임.
또한 비상대응 훈련 시 개정된 매뉴얼을 기반으로 한 시나리오를 적용하여 현장에 정착시킬 것임

[회신] 서울교통공사 안전계획처 (2025. 10. 24.)
○ 현황
교통약자 철도재난 위기대피에 대한 매뉴얼은 서울교통공사 철도사고 재난 환경 조치 행동 매뉴얼, 비상대응 현장 조치 매뉴얼에 수록 되어 있음
○ 훈련체계
비상대응훈련을 현업부서(역, 관리소 등) 근무조별 분기1회 실시 중이며 훈련 유형 중 교통약자의 대피사항에도 포함됨
○ 향후 매뉴얼 개정 예정사항
– 비상대응계획 내 교통약자 긴급대피 관련 내용을 추가하는 안을 추가 검토중임 “한국장애인개발원”에서 발간한 장애인을 위한 재난 안전 가이드를 추가 검토중임
– 비상대응 훈련시 개정된 매뉴얼을 기반으로 추진할 예정임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Languag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