흩어진 장애인 건강 과제, 하나의 ‘정책 지도’로 모았다

  • 한국장총 등, 8차례 장애인 건강정책 개선 릴레이 간담회 성과를 종합하는 국회 토론회 개최
  • 치료 대상 아닌 건강권 주체로1차 종합계획 이행·전달체계 연계·안정적 재정을 향후 과제로 제시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은 김예지 국회의원(국민의힘),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국장애인보건의료협의회와 함께 지난 7월 16일(목)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장애인 건강정책 개선 릴레이 간담회 성과와 과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에는 장애계와 의료계, 학계, 관계부처 및 공공기관 관계자들이 참석해 현장의 요구와 정책 추진상황을 공유하고, 지난 1년간의 논의를 실제 변화로 이어가기 위한 과제를 논의했다.

(좌) 김예지 국회의원, (우) 임재영 회장

간담회의 마무리가 아니라 정책을 실행하는 씨앗이 돼야

김예지 국회의원(국민의힘)은 장애인 건강권이 오랫동안 제도의 사각지대에 머물고, 여러 정책이 마련돼도 현장에서 충분히 작동하지 않는 현실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개선하기 위해 릴레이 간담회를 기획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의료계와 장애계, 학계의 전문가 14명을 자문위원으로 위촉하고, 2025년 6월부터 총 8차례에 걸쳐 장애인 건강정책의 주요 현안을 논의해 왔다. 건강통계와 건강주치의, 장애친화 의료기관, 지역사회 건강전달체계, 재활운동 및 체육, 구강건강, 건강권 교육 등 그동안 분산되어 다뤄졌던 문제를 차례로 살펴보고, 현장의 목소리와 전문가 제안을 관계부처에 전달하며 국정감사 질의와 입법 활동으로 연결해 왔다.

김 의원은 “장애인 건강권은 단순히 아플 때 치료받는 데 머무르지 않고,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건강한 삶을 지속할 수 있는 권리로 보장돼야 한다”라며 “이번 토론회가 릴레이 간담회의 마무리가 아니라 장애인 건강정책의 실효성을 마련하는 씨앗이 되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이어 “씨앗을 뿌리고 그대로 두면 사라질 수 있다”라며 국회에서 입법과 제도개선을 이어가고, 장애인 건강권을 확보해 나가는 동반자로서 필요한 목소리를 계속 내겠다고 밝혔다.

“8차례 간담회 결과 흩어진 목소리를 하나의 정책 지도로 모았다

발제를 맡은 임재영 회장(한국장애인보건의료협의회·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은 건강을 의료만의 문제가 아니라 교육, 고용, 소득, 환경이 함께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 회장은 릴레이 간담회를 통해 장애인을 치료와 재활의 대상이 아니라 건강권의 주체로 바라보는 전환이 시작됐다고 평가했다. 특히 첫 장애인 건강보건관리 종합계획 수립과 장애인 분리통계 확대, 관련 법안 발의 등 논의가 정책으로 연결된 점을 주요 성과로 꼽았다.

임 회장은 “1년간의 릴레이는 흩어진 목소리를 하나의 정책 지도로 모았다”라며 “이제 그 지도를 실제 제도와 이를 뒷받침할 예산으로 옮기는 일이 남았다”라고 말했다.

(왼쪽부터) 박종혁 교수, 이문희 인권위원장, 신용일 교수, 임종한 교수, 윤다올 선임팀장, 송준행 과장,

오경원 과장, 이선규 과장, 서경환 부장, 오주연 부장, 전영숙 부장, 홍덕호 과장, 변루나 과장, 구재관 사무관, 임현규 과장

문서 속 계획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체감하는 건강권으로

이어진 1부 토론에서는 장애인 건강정책이 현장에서 작동하기 위해 필요한 다섯 가지 후속과제가 제시됐다.

박종혁 교수(충북대학교 의과대학)는 장애인을 일부 사업의 대상으로만 다루지 않고 모든 보건의료정책에 장애인의 권리와 필요를 반영하는 장애포용적 보건의료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모든 국민이 건강할 권리가 있듯, 장애인도 건강을 돌볼 기반을 보장받아야 한다”라며 건강통계와 법률, 예산, 정책 결정 과정에서 장애인이 더 이상 배제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문희 인권위원장(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은 종합계획의 의미가 사업 개수나 기관 지정 실적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계획이 문서로만 존재하고 현장에서 체감되지 않는다면 장애인의 건강권은 다시 행정문서 속에 갇히게 된다”라며 의료기관 접근성, 의사소통 지원, 건강검진과 건강주치의 이용, 예산 반영 여부를 정기적으로 점검해야 한다고 밝혔다.

신용일 교수(부산대학교 의과대학)는 장애인이 사는 지역 안에서 의료와 돌봄을 함께 받을 수 있는 지역 완결형 통합돌봄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역장애인보건의료센터가 보건소, 의료기관, 복지기관, 통합돌봄 조직을 연결해 장애인이 여러 창구를 찾아다니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 교수는 기존의 공급자 중심 전달체계를 장애인 한 사람의 필요를 중심으로 다시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종한 교수(인하대학교 의과대학)는 법적 근거가 있음에도 장애인 건강주치의가 장기간 시범사업에 머물러 있다며 본사업 전환을 촉구했다. 임 교수는 “단일의사 중심의 진료에서 벗어나 장애인의 복합적인 요구를 충족할 수 있는 팀 기반 통합서비스가 필요하다”라며 의사와 간호사, 사회복지사, 재활전문가 등이 함께하는 다학제 팀과 서비스의 질을 반영하는 보상체계를 제안했다.

윤다올 선임팀장(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은 장애인 건강정책이 병원 이용에만 머물지 않고 병원 이외에서의 삶과 일상에서의 건강관리까지 이어지도록 의료와 복지, 돌봄, 체육을 연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제도가 없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 제도가 현장에서 충분히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이미 만들어진 제도가 현장에서 작동할 수 있도록 법의 실행력과 전달체계, 안정적인 예산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책의 기반, 장애인 분리통계 확대 본격화

토론회 2부에서는 관계부처와 공공기관 관계자들이 릴레이 간담회에서 제기된 요구가 정책에 어떻게 반영되고 있는지 설명했다.

송준행 과장(국가데이터처 통계정책국 통계정책과)은 “정책 발전을 위해서는 통계에서부터 기반이 세밀하게 뒷받침돼야 한다”라며 장애유형과 성별, 연령 등을 반영한 통계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국가데이터처는 전국 단위로만 제공하던 인구주택총조사 장애인 인구·가구 통계를 2025년부터 지역별로 세분화해, 장애인 인구는 시군구 단위로, 장애인 가구는 시도 단위로 제공하고 있다. 통계마다 목적과 조사방식이 달라 장애 항목을 일률적으로 의무화하기보다는 정책 수요가 높은 통계부터 집중적으로 개선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오경원 과장(질병관리청 건강영양조사분석과)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건강수준을 비교할 수 있는 분리통계가 필요하다는 간담회 요구를 반영해, 2026년 지역사회건강조사에 장애인 등록 여부 항목을 처음 도입했다고 밝혔다. 전국 성인 약 23만 명을 대상으로 수집된 결과는 올해 12월 공표하고, 원시자료는 내년 2월 공개할 예정이다. 또한 전국 등록장애인 1,988명이 참여한 국가 단위 장애인 구강건강 실태조사 결과와 원시자료를 공개했으며, 2028년 차기 조사도 준비해 장애유형별 구강건강 격차를 지속적으로 살펴보겠다고 설명했다.

이선규 과장(질병관리청 감염병정책과)은 올해 제2차 감염병 실태조사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확진·사망 현황과 의료이용을 비교하고, 장애유형과 장애정도에 따른 입원일수와 응급실 이용 차이를 분석한다고 밝혔다. 장애인 당사자 면담을 통해 감염병 상황에서 겪은 의료소통 단절, 정보 부족, 격리 과정의 어려움도 조사해 다음 감염병 위기에서 장애인이 다시 소외되지 않도록 정책 근거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장애인 건강주치의 기반으로 검진과 건강관리 연계 필요

서경환 부장(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지원사업실)은 건강주치의 방문진료를 통해 가족의 일상을 되찾은 이용자 사례를 소개하며, 낮은 인지도와 참여율을 높이는 것이 우선 과제라고 밝혔다. 공단은 의료인력과 이용자 등록, 요양급여비용 지급관리와 함께 장애인단체 홍보협의체 운영, 의료기관·복지관 현장 홍보 등 제도의 이용 기반을 넓히는 역할을 맡고 있다. 이러한 노력으로 건강주치의 참여 장애인은 지난해 말 약 1만 3,300명에서 올해 6월 약 2만270명으로 52% 증가했고, 건강·치과주치의도 약 1,400명에서 1,850명으로 늘었다. 서 부장은 앞으로 공단 플랫폼과 장애인단체 협력을 통한 홍보를 확대하고, 인지도 조사와 참여 절차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방문재활서비스가 안정적으로 시행될 수 있도록 관련 전산체계도 지원해 건강주치의가 “장애인 건강권을 지키는 든든한 기반”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오주연 부장(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지불제도평가부)은 건강주치의 참여를 실질적으로 높이기 위해서는 홍보와 함께 서비스 내용과 수가체계가 현장에 맞게 개선돼야 한다고 밝혔다. 심평원은 그동안 건강주치의 사업모형과 수가를 단계적으로 보완해 왔으며, 하반기에는 주장애관리와 통합관리 유형에 물리치료사와 작업치료사가 가정을 방문하는 재활서비스를 도입할 예정이다. 간호사가 교육·상담과 비대면 건강관리에 참여할 수 있도록 서비스 범위를 넓히고, 방문재활 수가와 평가서식 등 구체적인 운영기준도 마련한다. 의료기관이 겪는 자료입력과 제출, 재청구 부담을 줄이도록 기존 평가자료를 활용하는 방안과 시스템 개선도 추진한다. 오 부장은 건강주치의와 주장애관리 서비스 간 정보연계를 강화해 제도가 개별 진료에 머무르지 않고 하나의 큰 보건의료체계 안에서 작동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전영숙 부장(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검진부)은 건강검진이 질병을 조기에 발견하고 예방하기 위한 제도이지만 장애인에게는 그 문턱이 더욱 높다고 지적했다. 장애친화 검진기관을 확대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장애인이 기관 정보를 확인하고 이동·동행 지원과 검진을 받은 뒤 치료와 사후관리까지 이어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공단은 수어 안내영상과 음성상담 등 정보 접근성을 높이고, 코디네이터와 수어통역, 장애유형별 맞춤 지원을 포함한 실질적인 수검률 향상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의료·운동·돌봄이 지역사회에서 끊기지 않게

홍덕호 과장(문화체육관광부 장애인체육과)은 제6차 릴레이 간담회 이후 보건복지부와 국립재활원 주관으로 장애계·의료계·체육 전문가와 문체부·복지부 관계자가 참여하는 「장애인 재활운동 및 체육 협의체」가 구성됐다고 밝혔다. 협의체는 지난 7월 14일 첫 회의를 열어 재활운동과 재활체육의 법령상 정의와 용어, 의료와 체육의 역할 구분 등을 논의했으며, 향후 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는 서비스 모형을 구체화할 예정이다. 홍 과장은 재활운동이 치료 영역으로만 규정되면 지역사회 체육과의 연계가 어려워질 수 있다며, 장애 정도와 유형에 관계없이 누구나 의료적 재활 이후 생활체육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도록 「장애인건강권법」에 근거한 재활운동 및 체육과 지역사회 체육 기반을 연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원하는 반다비체육센터 108개소 가운데 42개소가 개관했으며, 전국 17개 장애인 체력인증센터와 장애인 생활체육지도자 966명, 장애인 스포츠강좌이용권 등을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홍 과장은 이러한 시설과 전문인력을 재활운동 및 체육과 연계해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차별 없이 운동하고, 의료·재활에서 생활체육과 평생체육으로 이어지는 단절 없는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변루나 과장(보건복지부 건강정책국 구강정책과)은 김예지 의원이 대표발의한 장애인 구강건강 실태조사를 3년마다 실시하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장애인 구강건강 증진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의 「구강보건법」 개정 취지에 공감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장애인 구강건강 실태조사는 별도의 정기적인 조사주기가 마련되지 않아 약 10년 만에 실시되는 등 정책 근거를 지속적으로 축적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이에 질병관리청과 국가데이터처의 협의를 거쳐 2025년 조사 이후 2028년, 2031년 등 3년 주기로 실시할 예정이며, 법 개정을 통해 안정적인 조사 기반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전국 17개 권역장애인구강진료센터와 중앙장애인구강진료센터를 통해 중증장애인의 치과진료를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재관 사무관(보건복지부 통합돌봄지원관 통합돌봄과)은 지난 3월 전국 시행을 시작한 통합돌봄이 우선 지체·뇌병변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되, 준비된 지역에서는 다른 장애유형도 포함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장애인 통합돌봄을 준비하는 기초지자체는 지난해 4곳에서 현재 170곳 이상으로 늘었지만, 제도를 몰라 신청하지 못하는 경우가 여전히 많아 홍보와 안내를 강화할 계획이다. 보건소와 지역장애인보건의료센터가 개인별 지원계획 수립에 참여하도록 해 의료와 복지, 돌봄이 지역사회 안에서 연결되는 체계를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종합계획 수립으로 끝내지 않고 씨앗을 키워가겠다

임현규 과장(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국 장애인건강과)은 일회성 의견수렴이 아니라 1년간 이어진 릴레이 간담회를 통해 현장의 어려움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이를 제1차 장애인 건강보건관리 종합계획에 반영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특히 이번 간담회의 주요 성과로 부처와 기관 간 협업의 계기를 마련한 점을 꼽았다. 장애인 건강문제는 보건복지부 한 부서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만큼 관계부처와 기관이 간담회에 함께 참여했다. 이를 통해 장애인 분리통계 생산, 감염병 실태조사, 건강주치의 개선, 재활운동 및 체육 등 여러 부처의 협조가 필요한 과제를 직접 논의하고 후속 협의를 이어갈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임 과장은 의원실의 지속적인 관심과 관계부처 참여가 통계와 정책과제를 보다 원활하게 반영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올해 장애친화 산부인과 5개소를 추가 지정하고 장애친화 건강검진기관 8개소를 지원하는 한편, 발달장애인 거점병원과 어린이재활의료기관 등 장애친화 의료기반을 확대할 예정이다. 장애 특성을 고려한 건강보험 보상방안을 연구하고, 다학제 팀과 가치 기반 보상체계 등 건강주치의 제도개선도 다른 지역사회 1차 의료사업과 함께 검토한다. 종합계획의 추진상황은 매년 점검하고, 관계부처와의 협의를 통해 과제별 이행력을 높여갈 계획이다.

임 과장은 김예지 의원의 ‘씨앗’ 발언을 언급하며 “종합계획이 수립됐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라며 “뿌려진 씨앗이 실제 성과로 이어지도록 장애인단체와 전문가의 의견을 반영하고, 관계부처와 협력해 제도를 계속 발전시키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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