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기술의 급속한 발전은 현대 사회를 변화시키고 있지만, 그 변화가 모든 사람에게 동등한 기회를 제공하는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지난 10월 29일 이룸센터에서 열린 ‘디지털포용, 어디까지 왔나?’ 정책세미나는 장애인과 사회적 약자들이 디지털 환경에서 직면하는 문제를 심도 있게 논의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자리였습니다. 다양한 전문가들이 디지털 접근과 포용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각자의 관점에서 국내외 현황과 발전 방향을 공유했습니다.
1. 디지털포용, 어떻게 나아가야 할까?
손다진 교수(성공회대학교 사회복지연구소)는 디지털 기술이 장애인 복지 현장에서 가져온 긍정적인 변화를 강조했습니다. 특히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기술이 장애인의 교육 및 훈련에서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했습니다. 예를 들어, VR 기반 바리스타 훈련의 경우, 장애인들이 가상의 카페 환경에서 실제 바리스타 작업을 체험할 수 있게 하여 교육의 효과성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고 언급했습니다. 손 교수는 “디지털 기술이 장애인 당사자들에게 동등한 기회를 제공하고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도구로써 긍정적인 변화를 미칠 수 있다”라고 강조하며, 디지털 기술의 도입과 활용이 장애인의 복지 향상을 위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하고, 현장 전문가들의 인식 강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습니다.
이연주 사무총장(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은 시각장애인 당사자로서 디지털 포용의 현실적 어려움을 진솔하게 풀어냈습니다. 실제로 터치 기반의 키오스크가 시각장애인에게 큰 장애물이 되고 있으며, 이 기술들이 정보 접근에 어려움을 초래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식당에 가면 키오스크가 설치되어 있지만, 시각장애인은 이를 이용할 방법이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주문조차 할 수 없는 불편함을 겪고 있다”라고 언급하며, 디지털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사용자 체감과 맞춤형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고 강력히 주장했습니다.
정봉근 교수(서울대학교)는 유럽 접근성법(EAA)의 사례를 통해 한국의 디지털 접근성 개선 방향을 제시했습니다. EAA가 장애인뿐만 아니라 고령자와 일시적인 장애를 가진 사람들까지 포괄하는 법률임을 강조하며, “한국도 이러한 포괄적이고 구체적인 법적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정 교수는 “EAA는 기업의 시장 진출을 위해 제품과 서비스의 접근성을 요구하는 법으로, 국제적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표준화된 접근성 기준이 필요하다”라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EAA의 핵심이 장애인의 권리를 보장하는 데 있음을 강조하며, 한국에서도 이와 유사한 법적 프레임워크가 구축되어야 한다고 피력했습니다.
손학 대표(SCE Korea)는 디지털포용의 핵심으로 모바일 접근성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스마트폰이 모든 사용자, 특히 장애인에게 필수적인 정보 소비 기기라고 언급했습니다. “모바일 접근성이 부족할 경우 정보 격차가 심화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장애 유형별 맞춤형 서비스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또한 손 대표는 “모바일 기기를 활용해 장애 유형별 맞춤형 서비스가 가능해야 하고, 개인의 장애 유형에 맞는 디지털 경험이 제공되어야 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모바일 기술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로 발전해야 하며, 이를 통해 디지털 포용이 실현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김춘수 팀장(SK텔레콤 디지털접근성팀)은 SK텔레콤과 스타트업 투아트의 협력 사례를 통해 AI 기술이 시각장애인을 위한 정보 접근성을 어떻게 개선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습니다. 그는 “설리번플러스 앱이 시각장애인들에게 텍스트와 이미지를 음성으로 설명하며 정보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라고 설명하며, 유치원 특수교사가 이 앱을 통해 시각장애 아동들이 친구의 행동을 이해하고 즐거움을 느낀 사례를 소개했습니다. 김 팀장은 “이 기술이 아직 갈 길이 멀지만 고객들의 삶의 어려움이나 편리를 돕는 데 기여하고 있다”라며 AI 기술이 앞으로 장애인들의 생활을 더욱 편리하게 만들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홍경순 수석(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은 키오스크 접근성 문제와 개선 방향에 대해 언급했습니다. “비대면 서비스의 확산이 장애인과 고령층이 느끼는 어려움을 더욱 커지게 했다”고 말하며, 지능정보화기본법 개정안에 따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키오스크 접근성 현황 조사를 통해 시정명령과 과태료 부과를 추진할 예정임을 공유했습니다. 홍 수석은 “장애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사용자에게 영향을 미치는 문제로 인식되어야 한다”라는 점을 강조하며, 접근성 개선을 위한 다양한 조치를 요구했습니다. 또한 “키오스크의 접근성을 개선하기 위해 여러 부처가 협력하여 공통의 기준을 세워야 한다”라며, “특히 장애인 차별금지법과 지능정보화기본법의 조화로운 시행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했습니다.
2. 디지털포용을 위한 대화, 우리가 직면한 과제는?
발표에 이어 세미나 현장에서는 디지털포용 분야 이해관계자 및 전문가들이 방청객으로 참석하여 활발한 질의응답이 이어졌습니다. 이러한 소통은 디지털 포용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하고, 실제 정책과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중요한 기회를 마련했습니다.
현장 참석자인 조창원 논설위원(파이낸셜뉴스)은 디지털포용이 산업진흥과 규제 강화 사이에서 충돌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대한민국은 산업 고도화에 최적화된 구조로, 민주화와 인권이 뒷전으로 밀리는 사이클이 발생하고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디지털포용의 개념이 모호해지고, AI 중심의 용어로 대체될 위험이 있다고 우려하며, “디지털포용을 논의하는 것이 의미가 있을지 궁금하다”라고 질문했습니다.
이에 정봉근 교수는 “디지털포용 논의는 결코 무의미하지 않으며, 학계에서 그런 혼란을 예방하기 위해 데이터 네트워크 AI를 디지털 아래로 두어 AI가 디지털을 엎지르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AI의 한계에 대한 논의가 앞으로 쏟아질 것”이라며, “AI법에서 장애인 여부를 AI가 판단하는 기준이 모호하다는 점이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했습니다. “장애가 신체적으로 드러나지 않거나 지능적 판단이 필요한 경우, AI가 잘못된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또 다른 참석자인 이의윤 CL4(삼성전자)는 11년 동안 TV 관련 접근성을 연구해왔으며, 여러 장애인 단체와 협의체와 지속적으로 소통해온 경험을 공유했습니다. 접근성이 당연히 이루어져야 하는 목표이지만, 기업의 입장에서는 접근성을 위한 투자가 단순히 이익을 낳지 않는 딜레마에 빠진다고 설명하며, “돈이 되지 않는 접근성에 대한 투자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많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넷플릭스와 같은 플랫폼은 접근성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만, 국내 OTT는 아직 많은 제약을 받고 있다”라며, “사용자들이 접근성을 요청하고 경험을 나누어야 기업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의견을 공유했습니다.
김동호 좌장은 장애인 단체가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요구해야 함을 강조했고, 이어 유럽접근성법이 민간기업에 우선 적용된다는 점을 언급하며,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라고 언급했습니다. 이렇게 참석자들과 소통하며 디지털포용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정부, 기업, 장애인단체 등 모두가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습니다.
3. 모두가 누리는 디지털 환경, 포용적 사회를 향한 첫걸음
이번 ‘디지털포용, 어디까지 왔나?’ 정책 세미나는 디지털 기술이 장애인과 사회적 약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심도 있게 논의하고, 각 전문가들의 의견을 통해 향후 개선 방향을 모색하는 중요한 자리였습니다. 발표자들은 디지털 기술의 긍정적인 변화 가능성을 강조하며, 기술 발전이 장애인에게 실제적인 혜택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점을 공통적으로 언급했습니다.
또한, 디지털포용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정책적 지원과 포괄적인 접근, 그리고 사용자 맞춤형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공유했습니다. 방청객과의 활발한 소통을 통해, 디지털포용의 개념과 방향성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었고, 모두가 동등한 디지털 환경에서 참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공동의 노력이 강조되었습니다. 향후 디지털포용에 관한 논의가 지속적으로 이어져, 장애인과 모든 디지털 취약계층이 함께하는 디지털 사회가 실현되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