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에 접수된 장애인 차별 관련 진정 사건은 전체의 42.6%를 차지했다. 이는 장애인들이 일상에서 여전히 차별을 겪고 있다는 현실을 반영한다. 인권위는 국민의 인권 보호와 증진을 위해 설립된 기관으로, 인권침해에 대한 조사와 구제, 법률 및 제도개선 등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누구든 인권침해를 당했거나 그 사실을 인지한 사람은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할 수 있으며, 인권위는 접수된 사건을 조사해 기각하거나 권고 조치를 내린다.
그러나 현재, 인권위가 사건을 조사할 때 피진정인이 제출한 진술과 사진 자료만을 바탕으로 판단하는 경우가 많아 차별 구제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최근 A씨는 전동휠체어로 식당에 들어가려다 출입 거부당한 사건이 현장조사 없이 식당 의견만 반영되어 기각된 사례가 있었다. 식당 직원들은 “휠체어가 통로를 막아 다른 손님들에게 불편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출입을 거부한 것이다. A씨는 통로가 충분히 넓어 휠체어가 통행을 방해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이 사건을 인권위에 진정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A씨의 주장을 충분히 검토하거나 현장조사를 하지 않고, 식당 측이 제출한 사진 자료만으로 통로의 협소 여부를 판단해 차별 진정 사건을 기각했다.
반면, 현장조사가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스타벅스 광화문R점이 있다. 이 매장은 인권위 조사관과 함께 현장을 점검한 결과, 건물 소유자와의 원활한 협의를 통해 경사로를 설치했다. 이로 인해 휠체어 사용자가 독립적으로 매장에 출입할 수 있게 되었으며, 이는 장애인뿐만 아니라 휠체어 사용자의 접근성을 대폭 향상시키고 삶의 질을 크게 개선한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이처럼 장애인 권리 보장을 위해서는 현장조사를 통해 실질적인 문제를 직접 확인하고 해결하는 절차가 필수적이다. 현장조사는 공정한 사건 해결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일부 피진정인은 자신에게 유리한 결정을 얻기 위해 왜곡된 각도의 사진 자료를 제출하는 경우가 있어, 이를 그대로 반영할 경우 공정한 판단을 내리기 어렵다.
특히, 장애인 차별 사건에서는 현장조사를 통해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지 않으면 피해자가 겪은 차별의 맥락과 구체적인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결국 장애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으며, 차별을 용인하는 면죄부로 이어질 수도 있다. 더불어 장애인 차별 사건이 아니라고 판단하여 진정을 기각할 경우, 유사한 사건들이 이어질 때에도 부정적인 선례로 작용된다. 따라서 담당 조사관이 현장에 직접 나가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상황을 확인하는 절차가 반드시 필요하다.
장애인제도개선솔루션은 국가인권위원회의「인권침해 및 차별행위 조사구제규칙」 제16조(진정 및 피해자 조사)에 두 가지 조항을 추가할 것을 요청했다. 진정 내용만으로 사실관계 파악이 어려운 경우, 현장 조사를 실시할 것, 그리고 현장조사 결과 진정 내용과 다른 사실이 확인된 경우, 진정인에게 미리 통지해 해명 기회를 제공에 대한 조항을 추가 할 것을 요청했다.
사진출처:연합뉴스자료사진
※ 진행상황
○ [공문 회신] 국가인권위원회 장애인차별조사1과 (2024. 10. 21.)
– 인권위는 「국가인권위원회법」 제36조 제1항에서 정한 방법으로 진정에 관하여 조사하고 있으며, 조사 방법으로는 △진정인ㆍ피해자ㆍ피진정인(이하 “당사자”라 한다) 또는 관계인에 대한 출석 요구, 진술 청취 또는 진술서 제출 요구(제1호), △당사자, 관계인 또는 관계 기관 등에 대하여 조사 사항과 관련이 있다고 인정되는 자료 등의 제출 요구(제2호), △조사 사항과 관련이 있다고 인정되는 장소, 시설 또는 자료 등에 대한 현장조사 또는 감정(제3호), △당사자, 관계인 또는 관계 기관 등에 대하여 조사 사항과 관련이 있다고 인정되는 사실 또는 정보의 조회(제4호)임
– 또한 같은 법 제36조 제2항은 인권위는 조사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위원 또는 소속 직원에게 일정한 장소 또는 시설을 방문하여 장소, 시설 또는 자료 등에 대하여 현장조사 또는 감정을 하게 할 수 있음. 이 경우 인권위는 그 장소 또는 시설에 당사자나 관계인의 출석을 요구하여 진술을 들을 수 있고, 같은 법 제3항은 인권위의 진술서 제출을 요구받은 사람은 14일 이내에 진술서를 제출하도록 규정하고 있음
– 아울러 같은 법 제1항과 제2항에 따른 피진정인에 대한 출석 요구는 인권침해행위나 차별행위를 한 행위당사자의 진술서만으로는 사안을 판단하기 어렵고, 인권침해행위나 차별행위가 있었다고 볼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만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음
– 귀 단체의 건의사항은 장애차별 진정사건 조사 시 피진정인이 제출한 자료 및 진술에만 의존하지 말고 현장조사와 진정인 및 피해자의 진술을 충분히 청취하여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하다는 것으로 보임
– 이에 인권위는 진정의 내용을 살펴 「국가인권위원회법」 제36조에서 정한 방법 중 적정한 방법으로 조사하고 있으나, 귀 단체가 지적한 사항에 대해 유념하여 앞으로 진정사건의 사실관계 확인을 위하여 보다 적극적으로 현장조사를 실시하는 한편, 진정인과 피해자 등 진정사건 당사자에게 충분한 진술을 청취하겠음
– 귀 단체가 건의한 현장조사를 의무화하고, 진정사건을 결정하기 전에 진정인에게 미리 통지하여 해명 또는 항변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인권침해 및 차별행위 조사구제규칙」에 신설하는 것은 인권위의 모든 분야 진정사건 조사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여 현 상황에서 귀 단체의 건의사항을 반영하기는 어려움을 양해 바람
○ [추가건의] (2024. 11. 15.)
「국가인권위원회법」 제36조 제1항에 따라, 국가인권위원회는 진정인ㆍ피해자ㆍ피진정인 또는 관계인에 대한 출석 요구를 명시하고 있음. 그러나 장애인 차별 관련 진정 사건에서 진정인과 피진정인 간의 주장이 다른 사실이 확인된 경우, 진정인에게 충분한 해명 및 반론의 기회가 제공되지 않은 채 바로 기각 처리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음. 이는 장애인으로서 권리를 충분히 보호받지 못하고, 면죄부를 주는 결과를 초래함. 이에 현장조사 결과 진정 내용과 다른 사실이 확인된 경우, 진정사건을 결정하기 전에 진정인에게 해명 및 반론의 기회를 사전에 제공하는 절차를 마련할 것을 요청함
○ [추가건의에 대한 공문회신] 국가인권위원회 장애차별조사1과 (2024. 11. 29.)
「국가인권위원회법」 제 36조는 진정 내용의 사실 판단을 위한 조사 방법을 규정함. 여기서 규정하는 조사 방법 외에 의한 조사를 의무로 규정하기는 어려움. 아울러 진정사건의 진정인은 위원회의 결정에 불복하여 우리 위원회 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할 수 있음. 귀 단체가 건의한 사항을 우리 위원회 조사 방법으로 반영하기 어려움을 양해바람. 우리 위원회는 앞으로 진정사건의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현장조사를 실시하는 한편, 진정인과 피해자 등 진정사건 당사자에게 충분한 진술을 청취하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