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행복한 길일까? 끊임없이 질문하는 박옥순 사무총장

제 23회를 맞이하고 있는 한국장애인인권상! 지난 8월 17일부터 접수가 시작되었다. 인권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겨보고자 지난해 인권실천 부문 수상자인 박옥순 사무총장(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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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동운동이 사치스럽게 느껴질 정도로 장애인의 삶이 팍팍해 보였어요. 

노동잡지사에서 일을 하다가 우연히 장애인 신문사에서 일하게 된 박옥순 사무총장. 장애인의 삶이 너무 팍팍해보였다고 한다. 그녀는 장애해방, 인간해방이라는 가치가 너무 중요해서 장애인 운동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이를 기사로 썼다. 기사를 열심히 쓰다가 장애인이 편안하고 안전해야 모두가 편하고 안전한 사회가 될 수 있다고 느낀 그녀는 장애인 운동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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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스팔트보다 꿈쩍하지 않는 정책결정자가 힘들었어요.

박옥순 총장은 30년 간 여러 날 아스팔트 위에서 투쟁하며 장애인과 관련된 제도를 개선하는 데 많은 힘을 써왔다. 7년간의 풍천노숙 투쟁으로 일궈낸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 1841일간의 광화문 지하 농성 투쟁으로 건져올린 장애등급제 폐지, 15년간 지난하게 외친 결과 회자된 탈시설 지원법. 그 어느 하나 소중하지 않은 순간이 없었다고 한다. 투쟁을 이어가는 원동력인 동지들이 그녀와 함께이기에 춥건 덥건 아스팔트는 고되지 않았다.

아스팔트 위에서 투쟁을 하게 하는 정책결정자들의 모습이 그녀의 힘을 빠지게 했다. 길거리에 나서야만 그들은 면담, 만남, 응답했다. 투쟁하지 않고서는 꿈쩍도 하지 않고 업무를 이행하지 않는 모습이 겹쳐보였다고 한다. 그들의 태만한 모습은 그녀를 안타깝게 하고, 한편으로는 분노를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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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도 행복하고 남도 행복해야모두가 행복한 인권 중심 사회가 됩니다.

박옥순 총장에게 인권이란, 개인인 내가 행복해지는 세상을 의미한다. 내가 행복한 세상은 곧 우리가 행복한 세상이다. 같은 맥락에서 장애인이 편안하고 안전해야만 모든 사람이 편하고 안전한 사회가 될 수 있다.

이를 테면, 발달장애인이 동네 슈퍼에 가자마자 과자봉지를 확 뜯어서 입에 털어 넣을 때, 슈퍼 주인이 “00야! 오늘 또 과자봉지부터 뜯었냐”며 소리 지르지 않고, “오늘도 오시자마자 과자를 뜯으셨군요. 혹시 돈은 가져왔나요? 이따가 부모님이 와서 과자 값을 치루나요?” 또는 “슈퍼에 오면 과자를 계산대까지 가져와서 비용을 지불하고 봉지를 뜯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나요?”라고 묻는 사회문화를, 그녀는 꿈꾸고 있다.

그런 세상이 된다면 누구든 노후에 치매를 겪게 되더라도 걱정하지 않는 사회가 되지 않을까하고 느꼈다고 한다. 장애인이 편안하고 안전한 사회 환경은 모든 사람의 편안함과 안전에 연결된다. 우리가 행복해지기 위한 안전한 환경을 구성하는 것은 나 그리고 우리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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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권은 ‘?(물음표)’에서 시작됩니다.

투쟁을 하면서 생긴 습관이자, 잃지 않으려 노력하는 자세가 있다고 한다. 바로 ‘살짝 긴장’이다. ‘살짝 긴장’이란, 현재 사회 모습에 대해 기민하게 반응하고 낯설게 바라보는 것이다. 모두가 행복해지기 위해 꼭 필요한 긴장이라고 한다. 그녀는 살짝 긴장하기 위해 주로 ‘질문’을 많이 활용한다. ‘이 사회에서 이렇게 하는 것이 행복한가?’, ‘이것이 장애인(또는 소수자)에게 좋은 것이 맞는가?’ 투쟁에서는 ‘!(느낌표)’로 말하고 있지만 사실 끊임없는 질문(물음표)을 하고 있는 것이다.

끊임없이 질문하며 장애인을 포함한 모두가 행복한 세상이 되기 위해 힘쓰고 있는 박옥순 사무총장. 그녀의 다음 질문은 무엇일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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