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장애인시설은 없다, 생각 많은 둘째언니 장혜영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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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PRAN-프란’ 유튜브)

크고 작은 격리들이 만연한 사회를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생각을 행동으로 실천하며 편견에 갇힌 세상을 향해 신선한 환기를 불러일으킨 장혜영 감독.

2019년 12월, 한국장애인인권상 인권실천부문에서 수상한 장 감독은 중증 발달장애인 동생과 사는 장애인 가족 중 한 명이다. ‘생각 많은 둘째 언니(현 장혜영)’라는 유튜브 채널과 ‘어른이 되면’이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통해 흥 많은 막내 동생과의 시설 밖 생존 일기를 전하며 대중에게 ‘장애인 탈시설’ 문제에 대한 화두를 던졌다.

우리 모두 본연의 모습으로 살아갈 자유를 원한다. 허나 그 자유마저 박탈당하는 삶을 사는 곳이 바로 장애인 거주시설이다. 우리 안에 차곡차곡 쌓아온 격리와 배제, 비인간적인 처사를 납득해온 오랜 경험 때문인지 사회에 의문조차 내밀지 못했던 게 현실이었다.

“우리는 왜 약자를, 약한 것을 자꾸 밀어내는 사회를 이대로 두고 있는가?”

마음속에 뿌리 잡은 의문을 제기하며 장 감독이 사회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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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유튜브)

장애인에게 좋은 시설이라는 것은 없다.”

몇 해 전 동생이 거주하던 시설에서 발생한 인권침해. 그리고 조용한, 얌전한, 가만히 있는 장애인만을 원하는 시설에서 통제하기 힘든 장애인은 골칫거리가 되었다. 바로 장 감독의 동생처럼 개성을 가지기를 원하고 규칙 밖의 행동을 원하는 사람 말이다.

장 감독은 동생이 시설에 거주할 때 종종 동생을 집으로 데려오면 몸에는 늘 새로 생긴 상처들이 있었고, 모든 소지품에는 검정 매직으로 이름이 적혀 있지만 낯선 이름이 적힌 속옷을 입고 오기도 했다.

이를 계기로 장 감독은 어쩌면 시설이 어떤 장애인에 대한 돌봄을 전문적으로 제공하는 곳이라는 생각이 환상일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동생과 함께 사회에 나와서 살아가야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함께 살면서도 인생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혼자 힘으로 해결하는 것이 동생의 자립이어야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장 감독은 삶을 돌아보며 늘 누군가에게 그때그때 가장 필요한 도움을 받고 의존하며 살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자립이란 끊임없이 누군가에게 적절히 의존하면서 자신이 원하는 삶을 끝없이 찾아나가는 여정이라 생각하며 장 감독은 동생의 여정에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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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시네마달)

“장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얼마나 나와 다른 사회적 처우를 받았는가?”

동생이 시설에 살았을 때 입버릇처럼 말했던 것이 “어른이 되면 할 수 있어”였다. 이미 동생은 법적 신체적으로는 한참 어른이 되어있었지만, 무엇인가 안 된다고 할 때 어른이 되면 하라는 이야기를 계속해 왔다고 한다.

“동생과 함께한 영화제작은 나와 비슷한 조건으로 태어난 한 인간이 장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얼마나 나와 다른 사회적 처우를 받았는가라는 것에 대한 반성에서 출발했다.”

장 감독은 자신이 그동안 품었던 생각과 말의 오류에서 벗어나 다큐멘터리 ‘어른이 되면’을 통해 밖으로 나와서 동생이 어른임을 자각하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공존할 수 있는 우리 모두 함께 잘 살아가는 세상을 보여주고자 했다.

중증 발달장애인 동생과 함께 사는 장 감독에게는 사회적 제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당장 생존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그렇기에 장 감독은 더욱 절실하게 장애인 인권을 위해 열심을 낼 수밖에 없었다.

두 자매가 꾸는 세상은 대단하거나 거창하지 않다. 그저 사람들 사이에서 자기다움을 잃지 않고 평범하게 살아가는 세상, 사람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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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KBS 뉴스)

장애를 불행의 문제가 아닌 불평등의 문제로 볼 수 있길

장 감독은 한국장애인인권상 수상 이후에도 자신이 꿈꾸는 세상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꾸준히 정진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장 감독이 아닌 장 의원으로 불리는 게 익숙하다. 이번 21대 국회의원이 된 장 의원은 “다큐멘터리 촬영했던 순간이 시민으로서의 정치였지만 한계를 느꼈다. 대의하는 정치, 더 많은 힘을 가지고 실제로 결정할 수 있는 정치를 하고 싶다”라고 세상에 전했다.

또한 장 감독은 “장애에 관한 정책을 바꾸기 위해서는 장애를 불행의 문제가 아닌 불평등의 문제로 보도록 관점을 바꿔야 한다”라는 말을 남겼다. 사회의 뿌리 잡은 모든 격리 구조는 개인의 노력만으로 바꿀 수 없다. 한 사람 한 사람 “이건 잘못됐어, 바꿔야 해”라는 신념으로 변화되는 것이 출발점이 되는 것이다.

장 감독이 그토록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오랫동안 지속돼왔던 차별의 고리를 끊고, 사람들이 함께 목소리를 내주길 바란다는 것이 아닐까?

장애인 처한 문제에 사람들이 조금만 더 관심을 가지고 변화에 동참해 주길 소망하는 장 감독, 앞으로 그의 행보가 장애인 인권증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켜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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