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할머니가 “아이고 삭신이야. 비가 오려나보다.” 하시면 정말 비가 내렸다.
비오는 날엔평소에도 불편했던 허리가 유독 더 아프다하셨다.
비오는 날 평소에 삐걱대던 관절이 유독 아파오는 것처럼,코로나사태 전부터 차별받던 우리 사회의 약자들은 코로나로 병든 사회에서더 고통받는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지난 5월 발표한 온라인 혐오표현 인식조사에서 온라인 내 장애인 혐오 표현이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주로 누구에게 혐오가 표출되는가를 통해우리 사회의 갈등 양상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 지를 조망할 수 있었는데, 최근 극심해진 성별 갈등과 세대 갈등을 반영하듯 혐오 표현의 대상은 여성 80.4%과 페미니스트 76.8%, 노인 72.5%, 특정지역출신 76.9%이 주를 이뤘다. 장애인에 대한 오랜 차별을 반영하듯장애인 혐오는 67%로 이주민(65.7%)이나 북한이탈주민(52.7%), 아동청소년(52.8%), 저소득층(45.9%)보다 높았다.
“대체 왜 혐오표현을 하는가?” |
라는 질문에 응답자들은‘우리 사회의 구조적 차별(86.1%)’과 ‘일자리 등 경제적 어려움을 약자에게 표출(82.4%)’, ‘언론의 보도 태도(79.2%)‘ 등을 주 원인으로 꼽았다.‘정치인 등 유명인이 혐오표현을 써서 문제라고 느끼지 않게 되었다(76.3%)’는 응답이 뒤를 이었는데, 이는2019년 조사결과(49.4%)의 1.5배에 달하는 수치로 최근 많은 논란이 되었던정치인 등의 혐오표현이 사회에 끼친 해악을 반영하고 있다.
‘온라인 혐오표현 인식조사’에서 또 하나 눈길을 끄는 사실은응답자의 79.3%가 온라인 혐오표현을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으며 신고처리 절차 개선 등 조치가 필요하다고 느꼈지만,그러한문제 의식이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세부적으로는‘문제가 있는 표현이라고 생각했다(73.5%)’면서도 ‘대응하지 않았다(40.2%)’거나 ‘피하게 되었다(33.6%)’ 등소극적으로 대처했다는 응답이 73.8%로 과반수인 반면,‘혐오표현에 반대 표시(17.5%)’를 하거나 ‘신고했다(4.8%)’ 등 적극적으로 행동했다는 응답 비율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무대응 사유는 ‘신고를 해도 조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것 같아서(43.5%)와 ‘대처 방법을 잘 몰라서(20.0%)’ 가 대다수로신고시스템 접근성을 높이고 이용자들의 신뢰를 쌓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가 ‘장애인 혐오’에 예민해져야 하는 이유 |
미국의 저술가 리베카 솔닛은 「이것은 이름들의 전쟁이다」 에서 아래와 같이 말한다.
명명은 해방의 첫 단계다.
무언가를 정확한 이름으로 부르는 행위는
무대책·무관심·망각을 눈감아주고, 완충해주고, 흐리게하고,
가장하고, 회피하고, 심지어 장려하는 거짓말들을 끊어낸다.
호명만으로 세상을 바꿀 수는 없지만, 호명은 분명 중요한 단계다.
리베카 솔닛, 「이것은 이름들의 전쟁이다」 , p. 8
때때로 어떤 명명(혐오표현)은 수없이 많은 정체성으로 구성된 입체적인 개인을 어떤 속성(장애, 노인, 여성)으로 납작하게 만들고 조롱한다. 또 어떤 명명은(“그건 혐오에요.”) 어느 것이 문제인지를 명료하게 하고 문제의 고리를 끊어낸다. 우리가 장애인 혐오에 예민해지고 맞서야할 이유다.
* 작성자: 한국장총 김혜진 주임(heyjin0120v@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