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이 살기 편하면 모두가 살기 편합니다, 협동조합 ‘무의’ 홍윤희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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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이데일리)

극적으로 살아난 딸 덕분에 세상을 바꿀 힘이 생겼어요.”

소중한 딸을 위해 변화에 도전한 어머니가 협동조합 ‘무의’를 대표해 무대에 섰다. 2018 한국장애인인권상 인권실천부문 수상자, 홍윤희 이사장이다.

2006년, 갓 태어난 딸이 신경모세포종이라는 척추 종양 진단을 받았다. 의사는 “수술을 받아도 전신마비가 되거나 죽을 수 있다”라며 아이를 포기하라고 했다. 부모의 지극정성 노력으로 14번의 항암치료와 10번의 방사선 치료 끝에 딸은 극적으로 살아났지만, 후유증으로 하반신이 마비된 딸을 보며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

그럼에도 현실에 주저하지 않았다. 딸에게 휠체어 바깥세상을 보여주고 싶었고, 정당한 권리가 장애로 인해 제한받는 일은 막고 싶었다. 그녀는 행동하는 사람이 사회를 바꾸어 나갈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생각을 실천으로 옮기기로 했다.

장애에 대한 소극적이고 의존적인 편견을 없애고 장애인도 떳떳하게 자신의 의지를 갖고 능동적인 존재로 살아갈 수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 그녀는 어떠한 노력을 해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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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 지하철 환승지도 제작많은 사람들과 함께 했기에 가능했어요.”

홍 이사장은 딸과 함께 가까운 지하철역인 상일동역을 이용하면서 이동의 불편함을 자주 느꼈다. 한 번은 엘리베이터가 고장 난 지하철역에서 딸과 함께 환승을 하고자 했지만, 도움을 요청드렸던 역무원은 ‘지금 어디 계시느냐, 관할이 다르니 다른 곳으로 문의하라’는 책임을 미루는 말뿐이었다. 그녀는 SNS에 불합리한 현실을 토로했고, 국토교통부에서 해명하는 자료를 보내왔다. 문제를 제기하면 세상이 바뀐다는 것을 깨닫고, 장애인 복지에 눈을 조금씩 뜨기 시작했다.

딸이 지하철에서 보다 쉽게 환승할 수 있는 방법을 찾던 엄마의 고민은 하버드대 학생이었던 김건호 씨를 만나면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시작했다. 조력자의 등장은 협동조합 ‘무의’의 시작, ‘지하철 환승 지도’의 제작으로 이어졌다.

크고 작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2016년 600만원을 모으고 계원예술대 김남형 교수님과 제자들이 직접 휠체어를 타고 이동하면서 꼼꼼히 조사한 끝에 교통약자를 위한 환승 지도는 완성되었다. 이후에 홍 이사의 노력이 알려지면서 자원봉사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결과 서울시내 지하철 환승 지도 53개역 256개가 제작되었다.

‘무의’가 만든 환승 지도는 실제로 지하철역 환승 표지판 개선의 초석이 되었다. 지하철역 곳곳에 환승을 안내하는 표지판이 휠체어 눈높이에 맞춰 부착되고, 리프트를 이용하지 않고 환승할 수 있는 경로를 안내한 표지판, 유모차와 휠체어 개찰구 통과방법이 적힌 안내판이 설치되었다.

이러한 노력은 환승 지도 서비스를 전국화 하는데 기반이 되었다. 최근 정부와 민간기업이 손잡고 기존 공공데이터를 활용해 전국 도시철도 1,107개 역사의 교통약자 이동 및 환승 경로 지도 서비스를 개시한 바 있다. 무의의 노력이 변화의 씨앗이 되었던 것이다.

그녀는 교통약자 환승 지도 제작뿐만 아니라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깨는 여행 콘텐츠 제작, 캠페인에도 앞섰다. ‘지민이의 그곳에 쉽게 가고 싶다’ 장애아 대중교통 여행기, 국내외 명소 휠체어 여행기 등 휠체어를 타고 세상을 누비는 영상을 지속적으로 연재했다. 또한 우리에게 친숙한 캐릭터인 라이언을 활용한 ‘휠체어 탄 라이언 챌린지’ 진행하며 ‘장애인은 여행하기 힘들다’는 편견에 맞섰다.

이처럼 ‘무의’는 그들만의 방식으로 많은 사람들과 함께 힘을 모아 장애가 무의미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전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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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루트임팩트 공식블로그)

다름을 차별로 인식하지 않는 세상을 만드는데 일조하겠습니다.”

한국장애인인권상 수상 이후에도 무의는 여전히 휠체어, 유모차가 편히 다닐 수 있는 방법을 기획하고, 유튜브 콘텐츠를 제작하며 장애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홍 이사장은 “다름을 차별로 인식하지 않는 세상을 만드는 데 일조하는 게 목표다”라고 말하며 본인의 방식대로 장애인 복지 개선을 위해 뛰겠다고 포부를 말한 바 있다. 수상 소감에 걸맞게 그녀는 초등학교 장애학생을 위한 지도 제작을 기획하고 있다. 현장체험 학습이 많아 어려움이 겪는 장애학생이 해당 장소까지 스스로 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지도를 만들고자 한다. 이 또한 딸의 초등학생 시절을 떠올리며 실천에 옮겼고 궁이나 박물관, 미술관 등 주로 현장체험 학습을 자주 가는 장소 위주로 구성된 지도가 세상 밖으로 나올 준비를 하고 있다.

그녀의 첫 지도 제작이었던 지하철 교통약자 환승 지도를 만들 때를 돌이켜보면, 가장 중요한 원칙이 비장애인도 모두 휠체어를 타고 현장을 가보는 것이었다. ‘휠체어에게 편하면 모두에게 편하다’는 생각을 함께하는 사람들에게 심어준 셈이었다.

이렇게 자연스러운 변화 속에서 느끼는 경험이 장애인에 대한 시민의식이 높아지는 계기를 마련해 줄 것이고, 궁극적으로 무의 지도가 필요 없는 사회로 가는 지름길을 열어줄 것이라 믿는다. 자신이 없어도 딸이 지하철을 아주 편하게 탈 수 있는 세상을 꿈꾸는 홍 이사장의 도전은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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