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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설에서 지역사회로 전환’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요구가 되었다. 이에 부응하기 위해 정부는 오는 8월 탈시설 정책 로드맵을 마련하겠다고 한다. 탈시설 정책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이 되려면 이념 논쟁에서 벗어나 당사자들이 정말 원하는 바람이 무엇인지가 담겨야 한다. ‘시설 존폐’냐 아니냐가 아닌 ‘시설 거주 장애인 ‘삶의 정상화’를 궁극적인 목표로 하여 장애인이 주체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기회와 자원을 제공하는 것에 방점이 찍혀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탈시설 정책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주거지원에 관해 다양한 대안 모색이 필요하다. 시설에서 나와 고립이 아닌 독립성이 확보되면서도 지역사회와의 소통, 비용 절감 등 여러 이점을 가져 최근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소셜하우징(사회주택)’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소셜하우징이란 단순히 한 집에서 공간을 공유하는 ‘쉐어하우스’를 넘어 조합을 결성해 함께 짓는 공동주택, 관심사나 가치관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한 마을에 모여 사는 것까지 포괄하는 개념이다.소셜하우징의 개념은 국가마다 다르다. 우리에게 익숙한 공공임대를 포괄하기도 하고 공익적 민간주체에 의한 주택으로 정의되기도 하는 것이다. 국가별로 각기 다른 배경을 가진 소셜하우징의 공통점은 다음과 같다.
① 저렴하거나 부담가능한 임대료
② 취약계층 등의 주택 소요에 부응해 배분
③ 지역재생, 사회통합 등 사회적 목적 추구
④ 공급주체는 지방정부 또는 공공기관이나 비영리 또는 제한적 영리를 추구하는 민간(사회적 경제 주체)
⑤ 공공의 지원(금융, 재정, 토지)을 받아 공급
영국이나 독일의 경우 시설은 없어진 대신 소셜하우징 형태의 장애인 공동체 마을이 조성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공식적으로는 2015년 서울시가 사회주택 지원조례를 만들고 전주, 시흥시 등이 뒤따랐다. 이에 앞서 민간차원의 노력은 훨씬 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1985년 시흥시 은행동에 설립된 최초의 사회주택 목화마을을 필두로 사회적가치를 추구하는 다채로운 소셜하우징이 등장해 왔고 정책과 제도는 그 뒤를 따라가고 있다.
지난해 장애인들도 비장애인과 함께 편하게 거주 가능하도록 유니버설 디자인을 적용해 강북구 수유동과 강서구 화곡동에 만들어진 사회주택, ‘유니버설디자인하우스’가 처음 공개되어 세간에 화제가 되었다. 1인 가구 청년부터 장애인·노인들이 자연스럽게 어울리며 살아가는 모델로서, 입주 후 입주민들이 자발적으로 공동규약도 만들면서 장애인에 대한 편견도 깨고 장애인들도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 속에서 자립해 나간다. 이들 사례가 주목받는 이유는 국내에서 유니버설 디자인을 주택에 적용한 것 자체가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이미 독일 등 유럽에선 상당수준 보편화됐으나 국내에선 서울시 등 일부 지자체에서만 공공분야에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을 뿐이다.
기존 그룹홈, 체험홈은 장애인의 탈시설 중간 과정이거나 임시보호 시설의 역할은 하여도 소셜하우징의 기능은 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탈시설 이후, 고립이 아닌 독립적 삶, 개인의 자유가 보장되면서도 더불어 사는 삶의 실현이 가능한 소셜하우징으로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기존 장애인 시설을 소셜하우징 공간으로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 검토가 필요하다. 이를 통해 탈시설 장애인들이 비좁은 공간에서 강제적인 규율에 맞춘 삶이 아닌, 각자의 공간을 보장받으며 지역사회 안에서 자립과 공동체적 삶을 동시에 누릴 수 있길 바란다.
–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정혜영(chyoung417@gmail.com)
[참고문헌]
– 나눔과미래(홈페이지), ‘소셜하우징 (Social Housing)의 이해- 남철관 지역활성화국장'(2021.02.26)
– 뉴스토마토, ‘장애인도 노인도 편히 사는 유니버설 디자인 사회주택’(2020.0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