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장애당사자 국가인권위원을 지명해야 한다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는 6월 20일 서미화 인권위원의 후임자로 4명의 후보를 지명권자인 대통령에게 추천했다. 지난 4월, 3년의 임기가 만료된 서미화 인권위원은 최초의 시각장애인 당사자로, 장애당사자의 사회 진출 및 공직 활동영역을 넓히는 귀감이 되었다.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위원은 국가인권위원회법 제19조에 따라, 인권에 관한 법령·제도·정책·관행의 조사와 연구 개선이 필요한 사항에 관한 권고 또는 의견 표명을 하고, 인권침해행위나 차별행위에 대한 조사와 구제, 인권상황에 대한 실태조사, 인권에 관한 교육 및 홍보, 관련 지침의 제시 및 권고 등을 담당하는 매우 중요한 직이다.

국가인권위원회 통계를 보면, 통계가 작성된 2001년부터 2021년까지 접수된 차별행위 진정 접수 현황 중 장애를 사유로 한 것이 45.4%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차별이 바로 ‘장애’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장애 문제는 장애 패러다임에 대한 이해, 장애인차별금지법 등 국내법과 유엔장애인권리협약 등 국제법에 대한 이해, 그리고 복지와 인권에 대한 기본 지식 등 장애에 대한 이해와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영역이다. 의료적 장애 패러다임과 시혜와 동정에 기초한 잘못된 장애 인식을 가지고는 장애 인권의 대변자인 국가인권위원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

더욱이 장애에 대한 감수성은 단순히 지식이나 봉사 경험 정도로는 체득할 수 없다. 특히 장애당사자로서 삶을 살아낸 경험이야말로 그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인권위원의 자질이며, 265만 장애인들의 바람이다.

하지만 현재 인권위원 중 장애당사자는 단 한 사람도 없다. 서미화 위원의 임기만료 이후 장애당사자뿐만 아니라 장애에 대한 깊은 이해와 경험을 갖춘 인권위원은 한 명도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에서 장애와 관련된 인권위의 수많은 진정들을 제대로 처리할 수 있을지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이번 국가인권위원회 비상임위원은 반드시 장애를 가진 당사자가 지명되어야 한다. 물론, 장애당사자가 아닌 후보자도 나름의 훌륭한 이력을 갖고 있겠지만, 장애당사자 위원의 후임인 만큼, 또한 인권위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장애차별 진정접수 현실을 고려하여 윤석열 대통령은 장애당사자 인권위원을 지명해야 한다.

우리나라에 장애인구는 5%뿐이지만 세계 인구의 15%는 장애를 가진 것으로 추정한다. 선진국 반열에 오른 우리나라 인권위에 장애당사자 위원이 한 명도 없다는 국제적인 불명예를 겪지 않기를 바란다.

*작성자 : 남궁 은 책임(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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