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천주교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 총무이자 장애인거주시설 ‘둘다섯해누리’의 원장인 이기수 신부가 비인간동물(이하 동물)의 지능과 발달장애인의 지능을 비교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심각한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인터넷언론 비마이너에 따르면 이 신부는 지난 10월 26일, ‘장애인 탈시설 범사회복지 대책위원회’ 주최로 열린 ‘장애인 주거복지정책의 방향성 모색 토론회’에 발제자로 참여했다. 그는 한 발달장애인 ㄱ씨가 나오는 영상을 틀며 “이게 2급이다. 우리 시설(둘다섯해누리)에 사는 아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 신부는 다른 발달장애인 ㄴ씨의 인터뷰 영상을 틀었다. 이 신부는 영상 속 ㄴ씨를 향해 “요거는 3급 정도 되는 친구다”라고 주장했다. 영상에 나온 장애인 당사자 ㄴ씨는 “현재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월급은 220만 원 정도를 받는다”고 말했다.
이 신부는 두 사람을 비교하며 “자립은 저런 친구들(ㄴ씨)이 하는 거다”라고 잘라 말했다. 급기야 이 신부는 동물의 지능과 발달장애인의 지능을 비교하는 표를 만들어 스크린에 띄우기까지 했다. 표를 보면 앵무새와 까마귀는 지적장애 1급, 호랑이과 고양이는 지적장애 2급에 해당한다는 식으로 설명돼 있다. 강아지 지능부터는 장애인 보호작업장 근무가 가능하며 코끼리 지능부터 자립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 신부의 발언은,
첫째, 모든 장애인은 다른 사람과 동등한 선택을 통해 지역사회에서 살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규정한 유엔장애인권리협약에 반하는 발언이다. 해당 행사가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이하 유엔협약)과 서울시 장애인주거복지정책 토론회’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신부가 예를 든 직장생활 가능 여부를 기준으로 한 ‘자립’ 만을 주장한다면 지역사회에서의 삶을 주장하는 유엔협약과 장애인의 권리를 무시하는 처사이다.
둘째, 무엇보다 인간이 아닌 동물의 지능과 발달장애인의 지능을 표로 비교하며 자립가능 여부를 주장한 것은 장애인에 대한 명백한 혐오와 차별의 발언이다. 지능이 낮다고 예를 든 앵무새, 까마귀, 호랑이, 고양이 등은 인간에 의해 격리되지 않으면 자연환경에서 이미 자립해 스스로 자신의 삶을 살고 있고 이는 동물과 발달장애인을 위험하고 통제할 수 없는 존재로 함께 묶고 있다. 또한 지능을 중심으로 동물과 발달장애인을 서열화하고 상호 단순 비교한 것 역시 비장애인에 비해 무능한 존재임을 의미하는 차별의 발언이다.
여러 이유로 돌봄 체계가 필요한 중중의 장애인은 이 사회에 분명히 존재한다. 지역사회에서 살고 싶어 하는 인간의 권리와 장애인의 그것이 다르지 않음을 살피고, 여러 이유로 일방적 분리, 배제의 환경에서 생활해온 장애인의 권리를 되찾아야 한다는 주장 역시 분명히 존재한다.
둘 사이의 간극은 좁혀가야 하고 반드시 그럴 수밖에 없음을.
그 과정에서 ‘차별’로는 어떤 ‘권리’도 주장할 수 없음을.
‘동물’의 지능과 비교되길 바라는 ‘인간’은 없음을.
명심해야할 것이다.
2023.12.6.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