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이용 장애인이 짐인가요?

(사진: 8호선에 설치된 동행존 및 교통약자석)

○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에 의거, 지하철은 교통약자석 포함 편의시설 의무 설치
○ 지하철은 장애인이 많이 이용하지만, 동시에 많이 불편해하는 교통수단
○ 교통약자석(휠체어석) 및 동행존에는 장애인, 영유아동반자(유모차) 외 무거운 짐 소지자도 탑승 가능해
○ 휠체어 이용 장애인 및 영유아동반자는 그 자리가 아니면 탑승 힘들며, 짐 소지 승객과 갈등 우려

출퇴근을 책임져주는 지하철. 빽빽한 인파 속 앉기는커녕 발 디딜 곳 겨우 찾아 버티기 일쑤다. 휠체어 이용 장애인은 더 막막하다. 휠체어의 부피 때문에 사람 한 명이 차지하는 공간만으로는 탑승이 불가하다. 휠체어 이용 장애인이 지하철을 편히 이용할 수 있도록 교통약자석이 운영되고 있다. 지하철에서 종종 의자가 설치되지 않은 빈 공간을 마주하는데, 그 공간이 교통약자석으로 많이 쓰인다. 일반석이나 노약자석과는 달리 그들은 그 자리가 아니면 탑승이 힘들다.
 

문제는 교통약자석이 캐리어 등 무거운 짐과 동승할 수 있게 되어있다는 것이다. 무거운 짐 소지자도 교통약자석에 착석 가능하게 안내되어 있어 자칫 짐과 동등한 성격으로 취급될 우려가 있다. 휠체어 이용 당사자 A씨는 “제가 짐짝으로 취급되어야 하냐”며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실로 지하철은 장애인이 많이 이용하지만, 편리하지는 않은 대중교통이다. 장애인실태조사(2020)에 따르면, ‘지하철 및 전철(7.8%)’이 버스 다음으로 많이 이용되는 대중교통인 것으로 나타났다. 모순적이게도 ‘버스·택시 등 대중교통이 불편해(52.6%)’ 교통수단 이용이 어렵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교통약자 이동실태조사(2021)에서는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을 위해 우선적으로 ‘버스, 지하철에 편의시설을 설치해야 한다(32.8%).’고 답변했다.
 

장애인을 비롯한 교통약자의 이동편의를 위해 교통약자석이 의무적으로 만들어졌다. 휠체어 이용 장애인이나 영유아 동반자(유모차) 등 일반 의자에 앉기 어려운 교통약자를 위해 빈 공간을 교통약자석으로 운영하고 있다. 한편, 교통약자가 아닌 ‘무거운 짐 소지자’도 탑승 가능하도록 안내되어있다. 2021년 하반기부터는 일부 8호선 지하철에 교통약자석 공간을 ‘동행존’으로 만들어 휠체어 이용 장애인, 영유아 동반자(유모차), 캐리어 소지자가 이용할 수 있게 했다. 이 동행존은 2호선, 6호선 등 점차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교통약자가 아닌 승객까지 이용가능하게 되어 있어 오히려 교통약자가 이용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에서 명시한 교통약자란 장애인, 고령자, 임산부, 영유아 동반자, 어린이 등 일상생활에서 이동에 불편을 느끼는 사람을 의미한다. 캐리어 등 무거운 짐은 교통약자가 아니며 배려의 대상이 아니다. 짐과 뒤섞여 타면 탑승도 어려울 뿐더러 짐 소지 승객과 충돌이 일어날 우려도 존재한다.
 

짐과 사람은 분리되어야 한다. 이와 더불어 휠체어 이용 장애인이 탈 수 있는 최소한의 공간을 보장하기 위해 배려할 수 있는 사회적 인식이 자리잡아야 한다. 이연주 솔루션위원(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은 “(짐을) 배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홍보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사실 몰라서 공간을 활용하시는 분들도 계실 거라 생각한다. 이것저것 안내방송 하지만 휠체어석 안내 방송은 들은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장애인제도개선솔루션은 서울교통공사에 캐리어 등 무거운 짐 소지자가 지하철 교통약자석(휠체어석)에 착석하지 않도록 제외하고 교통약자석 안내표시 내 캐리어 픽토그램을 삭제하도록 요청했다. 아울러 캐리어 등 무거운 짐을 보관할 수 있는 공간을 별도로 마련하고, 교통약자석(휠체어석) 비워두기에 대한 인식개선 방송 홍보를 요청했다.
 

장애인제도개선솔루션은 20명의 장애인단체 실무책임자이자 장애전문가들이 모여 일상 속 문제해결을 위해 논의하고 건의하는 협의체다.

진행상황

○ 서울교통공사에 건의서 발송(23.07.04)
 

[내용]: 캐리어 등 무거운 짐 소지자의 지하철 교통약자석(휠체어석) 착석 제외 및 안내표시 내 캐리어(픽토그램) 삭제 요청, 캐리어 등 무거운 짐 보관 공간 별도 마련 요청, 교통약자석(휠체어석) 비워두기에 대한 인식개선 방송 홍보 요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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