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은 장애인권리보장법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장애인복지법도 함께 전면 개정될 것이다. 40여 년 넘게 장애인복지의 기본 토대로 역할을 해 온 장애인복지법이 어떻게 바뀌게 될까? 21대 국회에 발의된 4개의 법안(장혜영·김민석·최혜영·이종성 의원(안))을 살펴보며 변화를 예측해보고자 한다.
장애인복지법 전면개정의 의미
장애인복지법은 장애인의 인간다운 삶과 권리보장을 위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등의 책임을 명백히 하고, 장애발생 예방과 장애인복지대책을 종합적으로 추진하며 장애인의 복지와 사회활동 참여증진을 통하여 사회통합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법의 목적을 밝히고 있다. 의료와 교육, 직업재활, 생활환경 개선, 자립생활, 보호 및 수당 지급 등 장애인복지와 관련된 기본법으로 전체적인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장애인권리보장법과 함께 개정될 장애인복지법은 종합적 망라의 성격보다는 장애특성과 욕구에 적합한 복지서비스를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하는데 목적이 있다. 오히려 기본법의 성격은 장애인권리보장법이 가지게 되고, 장애인복지법은 서비스와 복지지원을 원활하게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이원화되는 것이다.
새롭게 개편되는 만큼 기본원칙이 중요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김민석·이종성 국회의원은 공급자 입장에서 차별금지, 자기결정권 존중 등의 제공원칙을 제시하고 있고, 김민석 의원(안)은 서비스 제공자의 전문성을 보다 강조하고 있다. 장혜영·최혜영 국회의원은 ‘서비스 이용권리’라는 조항을 통해 장애당사자의 5가지 서비스 이용 권리를 규정해 김민석·이종성 의원(안)과는 관점에서 차이가 있다. 장애인복지법의 대상자를 누구로 보는지 관점이 갈리는 지점이다.
가장 큰 변화는 서비스 전달방식
장애인복지법 전면개정의 하이라이트는 서비스 전달방식의 변화다.
1) 서비스 신청 및 장애인등록
우리나라 복지서비스는 당사자의 신청에 의해 시작된다. 장애인 관련 복지혜택을 받기 위해서 지방자치단체에 신청을 해야하며 김민석·이종성 국회의원은 현재와 같이 장애인등록 후 서비스가 개시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장혜영·최혜영 국회의원은 장애인등록 없이 욕구조사에 따라 복지서비스 이용증을 발급하도록 하였다.
2) 욕구조사 및 개인별 지원계획
욕구조사와 개인별 지원계획 수립은 4개 법안 모두 공통적으로 시행하는 절차이나 명칭과 대상에는 차이가 있다.
(1) 욕구조사
(2) 개인별 지원계획
김민석·이종성 국회의원은 개인별 지원계획 수립 대상을 사례관리가 필요하다고 결정된 사람으로 하였다. 또한 김민석 의원은 주거서비스 제공기관 퇴소지원 대상자까지 포함하고 있다.
장혜영·최혜영 국회의원은 김민석·이종성 국회의원보다 대상자가 넓으며, 이용자 및 보호자가 개인별 지원계획에 대해 변경이나 수정을 신청하면 재수립하도록 절차를 보장하고 있다.
3) 서비스 계약 및 연계, 모니터링
장혜영·최혜영 국회의원은 장애인이 이용하고자 하는 복지서비스에 대한 계약을 체결하도록 하였으며, 계약 체결 후 2주 이내에 서비스 제공기관을 연계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다. 장애인을 복지서비스의 대상자 혹은 수혜자가 아니라 구매자 혹은 소비자로서 인식한 것이다. 또한 서비스 이용실태와 만족도 등에 대한 모니터링을 하도록 하여 장애인복지서비스의 질 향상을 꾀하고 있다.
하지만 김민석·이종성 국회의원은 관련된 별도 조항이 없다.
같은 듯 다른 조항들 – 표준소득, 탈시설, 주거지원
장애인 복지지원에 있어서도 장혜영·최혜영 의원(안)과 김민석·이종성(안)은 차이가 난다.
장혜영·최혜영 의원은 18세 이상 장애인의 장애정도와 소득을 고려해 장애로 인한 추가비용에 준하는 금액을 지급하도록 하는 ‘장애인표준소득’과 집에서 복지서비스 제공장소 간의 이동을 돕는 ‘이동지원’, 탈시설 및 18세 미만 장애인의 지역사회 정착을 지원하는 ‘자산형성 지원사업’, ‘새로운 서비스의 발굴’ 등의 조항을 새롭게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은 탈시설과 자립지원, 장애인 주거지원에 관한 것이다.
장애인탈시설지원법을 별도 발의한 최혜영 국회의원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탈시설지원계획을 수립하고 탈시설하는 장애인의 거주전환 조치, 자립생활주택을 설치·운영해야 한다고 하였다.
장혜영 국회의원은 장애인거주시설이나 정신요양시설에서 탈시설 지원이 필요한 장애인에 대한 거주전환 조치, 지역사회 자립정착금 지급, 자립생활주택 설치 및 임대보증금 융자, 탈시설지원계획 수립 등 최혜영 의원보다 폭넓게 제안하였다.
김민석 국회의원은 장애인거주시설 거주 장애인을 대상으로 매년 자립지원 조사, 퇴소지원 대상자 선정, 개인별 지역사회 자립지원 계획 수립 등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종성 국회의원은 탈시설 및 거주전환 지원에 관한 별도 조항을 언급하고 있지 않다.
장애인 주택과 주거지원에 대하여 장혜영·최혜영 국회의원은 장애인 주거복지 전담부서 및 전담인력 배치, 장애인 주거정책 실무협의기구 구성, 탈시설장애인의 주거 확보, 1인가구 및 장애인으로만 구성된 가구, 고령장애인가구 등에 대한 대책 수립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또한 건설임대주택 물량의 3% 이상을 장애인에게 추가 할당하며 주택임차료 보조, 최저주거기준 미충족시 대책 마련, 주택개조 및 원상복구에 대한 비용 보조, 주거수당 지급, 장애인에게 주택을 임대하는 임대사업자에게 주택개보수 시설 등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일반적인 지역사회 주거와 탈시설장애인에 대한 주거를 같이 고려하고 있다.
이종성 국회의원은 장애인주택을 돌봄주택과 자립주택, 단기지원주택, 생활주택 등으로 구분하고 장애인 우선 임대, 주택 구입 및 임차자금, 주택개조, 주거유지를 위한 시책을 마련하고 3년마다 주거서비스지원 실태조사를 실시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탈시설장애인에 대한 주택에 대한 별도 언급은 없다.
김민석 국회의원은 주거에 관한 별도 조항이 없다.
* 현재 21대 국회에는 장애인권리보장법안 4개와 장애인복지법 전면개정안 4개, 그리고 탈시설지원법(최혜영 의원 대표발의)과 장애인의 지역사회 자립 및 정착지원 등에 관한 법률(이종성 의원 대표발의)이 각각 발의되어 있다.
박근혜·문재인 전 정부를 거치며 장애계와 정부는 논의를 계속해왔다.
장애계에서는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한국장총)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20대 국회에서 각각 법안을 만들고 통합안으로 조정하는 과정을 거쳐 21대 국회에는 별도 법안을 발의했다.
정부는 문재인 정부에 이어 윤석열 정부에서도 장애인권리보장법안 국회 논의 지원을 주요과제로 선정하며 지속 추진할 의지를 제6차 장애인정책종합계획(2023-2027)을 통해 밝혔다.
장애계와 정부는 어느 정도 입장을 마련했지만 21대 국회 임기가 1년 남짓 남은 상황에서 내년 총선을 앞두고 얼마나 진전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하지만 21대 국회 내에 여·야 합의를 이뤄 장애인권리보장법이 제정된다면 윤석열 정부의 성과로 기록될 것은 분명하다.
작성자 :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남궁 은 책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