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현실 반영한 신종플루 대응 방안을 마련하라 [성명서]

신종플루 관련 보도가 연일 지속되고 있다. 신종플루 감염자는 4천명을 넘어섰다. 그러나 정부는 심각한 단계가 아니며 국민 불안을 조성하지 않도록 신중하게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신종플루의 위험은 그 누구도 비켜가지 않는다. 콜럼비아 대통령도 신종플루에 감염됐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한 나라의 대통령도 신종플루의 위험에 노출되는 상황에서 만성질환을 앓거나 면역체계가 취약한 장애인들의 발병 위험이 높다는 것은 누구나 예측할 수 있는 사실이다. 장애인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첫째, 2008년 이정선의원이 공개한 자료에서 생활시설 입소 장애인들의 25.7%가 질식 및 호흡곤란, 폐렴으로 사망하였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신종플루는 그 자체의 위험보다 폐렴 등의 합병증으로 사망에 이르기 때문이다. 시설거주 장애인에 대한 감독 책임은 시설장이 지도록 되어 있어 적절한 격리조치를 취하지 못하였을 경우 집단감염이 우려된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2007년 기준 장애인생활시설 입소자는 21,709명에 달한다. 그러나 개인운영시설 등 미신고시설과 종교시설 등은 통계수치에 포함되지 않고, 실태파악조차 어려운 실정이어서 신종플루 행정 대처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정부는 군대, 학교 등 집단발병이 우려되는 곳에 대하여 확산을 막고자 우선 조치를 취할 것을 고려하고 있다. 그러나 시설거주 장애인에 대해서는 논의조차 되고 있지 않다. 따라서 우리는 생활시설 장애인에 대한 실태파악 및 종합대책 마련을 촉구하며, 무엇보다 미신고시설 등에 대해서는 더욱 철저한 대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한다.

둘째, 면역체계가 취약한 중증 장애인을 백신접종 우선순위에 반드시 포함시킬 것을 촉구한다. 정부는 백신 예방접종 우선순위를 예방접종심의위원회를 거쳐 9월 중 구체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지금까지 언론에 보도된 우선순위를 보면 의료방역요원, 임산부, 영유아 등이 우선 고려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장애인들이 만성질환자로 포함돼 고위험군으로 분류되어 있기는 하지만 우선순위에서는 여전히 소외되고 있다. 따라서 이들 대상에 대해 우선 배정할 것을 요구한다.

셋째, 신종플루의 검진비 및 치료비를 지원해야 한다. 신종플루의 감염 확인을 위한 검사비가 132,500원의 고액으로 책정되어 있다. 의심환자에 대해서는 건강보험급여를 인정해 검사비의 30~50%만을 본인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의심환자가 아니면 전액을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이러한 현실에서 장애인들은 신종플루가 의심되어도 선뜻 병원을 찾아가기 어렵다. 2008년 장애인실태조사 결과, 장애인들이 국가에 대해 가장 많이 요구하는 사항으로 의료보장을 꼽았다. 또한 57.3%가 돈이 없다는 이유로 병원이용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정부는 장애인들의 취약한 소득 현실을 반영하여 저소득 장애인들이 의료보장의 시각지대에 머무르지 않도록 최소한의 지원책을 강구해야 한다.

정부는 대유행 이전단계인 현재에도 타미플루 사재기 현상 등 양극화 조짐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직시하고, 장애인들의 현실을 반영한 지원책을 반드시 강구하여야 한다. 백신 수급상황이 여의치 않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어려운 때일수록 배제된 계층은 없는지 돌아봐 줄 것을 당부한다. 현 시점에서는 최대한 확산을 막는 예방책이 우선이다.

2009. 9. 1.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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