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시설․자립생활은 이념이 아니라 이젠 실천이 되어야 한다!![성명서]

8명의 시설장애인이 지옥 같은 시설생활을 거부하고 노숙을 시작한지 12일째다.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해 지역사회로 나왔지만 생존권적 요구에 우리사회는 귀 기울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편안한 시설을 두고 돌봐줄 사람 하나 없는 지역사회로 왜 나오려 하느냐는 반응이다.

시설에서 나온 이유는 간단하다. 자립생활을 하며, 자유롭게 함께 살고 싶다는 것이다. 지난 20년, 30년간 세상과 단절되고 통제된 생활을 겪었을 이들의 고통을 생각하고, 인간답게 살고자 절규하며 세상으로 뛰쳐나온 이들이기에 우리는 최소한의 생활터전을 제공하는 것은 국가와 사회의 최소한의 역할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 우리사회는 주어진 최소한의 책무성조차도 포기한 채 이들을 노숙으로 내몰았다.

최근 서울시에서 실시한 시설 장애인 실태조사결과에 따르면 70%에 이르는 장애인이 거주 지원과 활동보조서비스지원이 이뤄지면 시설에서 나오겠다고 하고 있다. 반면 장애인 가족의 94%는 돌봐줄 가족이 없고, 경제적 부담을 이유로 장애인들이 시설에서 살기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결국 장애인가족도 장애당사자와 마찬가지로 적절한 거주시설과 서비스가 제공된다면 장애인이 굳이 시설에 있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역사회와 탈 시설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더 이상 장애인을 배제와 보호의 대상이 아니라고 하지만 국가와 사회는 아직도 시설장애인의 자립을 위한 어떠한 계획과 지원조차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단지 시설이라는 단절의 울타리에 가둠으로서 책임만 피하고 있다. 지금 시설에서 나와 노숙을 하고 있는 8명의 장애인이 느끼고 있는 절박함은 이들뿐 아니라 사회복지시설에 거주하고 있는 3만4천여 명의 시설 장애인 모두가 경험하고 느끼는 감정이다.

이번 노숙농성을 계기로 우리 480만 장애인은 시설정책에 대한 국가와 사회의 보다 책임 있는 행동과 대안 마련을 촉구한다.
첫째, 시설장애인의 안정적인 주거지원 대책 마련을 요구한다. 주거는 인간이 살아가고 모든 관계를 하는데 있어 가장 기본적 거점이기 때문이다.
둘째,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활동보조인서비스를 제공하라. 시설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은 자립생활을 가능하게 하는 기본적인 생존권적 요구이다.
셋째, 시설장애인의 욕구를 적극 반영하여 지역사회에서 제대로 된 자립생활을 할 수 있는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시설장애인의 탈 시설을 보장하라.

2009. 6. 15.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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