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법원은 장애계가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생활편의시설 장애인 접근권 보장 소송에서 국가의 책임을 인정하는 역사적인 판결을 내렸다. 이 소송은 6년의 긴 법정 투쟁 끝에,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차별구제소송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원고에게 각 10만 원의 배상을 명령하면서 마무리되었다. 대법원의 이번 결정은 장애인 인권 실현을 위한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며, 장애인의 접근권이 단순한 편의 제공이 아니라 권리로서 보장받아야 함을 명백히 한 것이다.
장애인의 접근권은 단순히 물리적 시설의 문제를 넘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하는 기본 조건이다. 그러나 그동안 소매점 95%가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 의무를 면제받으면서, 많은 장애인은 일상적인 이동과 사회적 참여에서 심각한 제약을 받아왔다. 이번 판결은 이러한 현실이 장애인차별금지법과 장애인등편의법의 취지를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지적하며, 국가의 부작위가 명백히 위법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또한 24년이 넘는 기간 동안 장애인의 접근권 보장이 실질적으로 이뤄지지 못한 점을 지적하며, 이는 단순한 행정적 실수나 소홀함이 아니라 장애인들의 존엄과 가치를 부정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히 300㎡ 이상 시설에만 편의시설 설치를 의무화한 시행령을 2022년에야 50㎡로 개정한 점, 그리고 이마저도 신축 건물에만 적용해 기존 건물에는 효과가 미미하다는 문제를 지적하며, 입법·행정의 전반적인 책임을 분명히 했다.
단순히 금전적 배상을 명령한 것을 넘어, 국가가 장애인의 평등한 사회 참여를 보장하기 위해 제도적 차별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던졌다. 장애인 접근권 보장을 선택적 의무가 아니라 모든 국민이 평등하게 사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를 재정비하고, 현실적인 대안 마련이 조속히 필요하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은 이번 판결을 적극 환영하며, 이를 계기로 제도 개선과 사회적 인식 변화를 촉구한다. 특히 장애인차별금지법과 장애인등편의법의 실효성을 높이고, 장애인의 접근권이 보장되는 시설 확충을 위한 법률 개정이 신속히 이루어지길 바란다. 더불어 법 개정과 행정 집행 과정에서 장애인 당사자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도록 실질적인 협력과 참여를 요구한다. 이 판결을 출발점으로 삼아 장애인 인권 보장을 위한 구체적이고 지속 가능한 노력이 이어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