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요양보장체계에 장애인 배제 반대한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8월11일. 그동안 논의되어온 ‘노인요양보장체계’시안을 발표하고 이에 대한 관계 전문가와 각계각층의 의견을 듣는 공청회를 마련하였다.
공적노인요양보장체계를 마련하게 된 배경은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기에 치매, 중풍 등 요양보호 노인이 급격히 증가함은 물론 핵가족화, 여성의 사회활동 증가 등으로 가족의 노인부양 기능이 지속적으로 악화되는 현실에서 근본적인 대책이 요구되었기 때문이다.
본 제도의 구체적인 실행방안 등을 마련하기위해 정부는 작년 ‘공적노인요양보장추진기획단’ 운영에 이어, 금년 3월에는 ‘공적노인요양보장제도 실행위원회 및 실무기획단’을 구성하였다.
이번에 발표된 ‘노인요양보장체계’에 의하면 정부는 별도의 법률제정을 통해 본 제도를 다른 사회보장제도와 독립된 제도로 창설하고, 이에 대한 관리는 건강보험공단이 맡게 되며, 재원은 건강보험가입자들의 보험료 및 정부지원, 이용자부담 등 혼합방식으로 마련하겠다는 안을 제시하였다.
정부가 1년이 넘게 요양보장체계를 위한 제도마련에 심혈을 기울여온 노고에는 우선 찬사를 보내지만, 본 제도의 내용을 자세히 살펴볼 때 우리는 너무나 명백한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수급권자 결정을 위해 제안된 안을 보면 65세 이상 노인과 45-64세 노화 및 노인성질환 대상자를 포함하자는 제1안과, 1안의 대상자 외에 수발이 필요한 중증장애인(64세 이하)을 추가로 포함하는 제2안 등 두 가지 안이 논의되었다.
실행위원회는 4차례에 걸친 회의결과 정부 및 국민부담 과다 등의 이유로 수급권자 선정에 있어 중증장애인을 제외한 제1안을 채택하였으며, 64세 이하 장애인은 제도안정 이후에 재검토키로 시안을 마련하였다.
그러나 우리 장애인들은 이번 발표된 시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힌다.
우리 장애인들은 우선 공청회 이전까지는 이번 정책이 노인계층에 대한 특화된 정책으로만 막연히 이해하였다. 그러나 핵심내용이 중,고연령층의 신체적,정신적 장애에 대한 간병, 수발 등의 일상생활 지원과 요양관리, 간호, 재활 등 그동안 장애인들이 지속적으로 요구해 온 정책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에 새삼 주목한다.
중증장애인 가족들의 간병과 수발 등 장애로 인한 추가비용을 보전해 주고자 마련된 장애인복지법상의 보호수당은 아직도 실시되지 않고 있으며, 장애인의 자립생활을 위한 활동보조인 지원제도도 실현되지 않고 있다. 또한 장애수당의 확대 및 현실화, 장애연금의 도입 등도 장애인들이 줄기차게 요구해 온 사항이다.
전 국민을 상대로 한 요양보장체계구축에 애초부터 장애인과 가족 그리고 관련전문가를 포함시켜서 논의하였다면 장애인들의 그동안의 주장이 일정정도 반영되는 계기가 마련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논의에서 참여를 배제하여 온 것은 가장 수발서비스가 필요한 장애인을 의도적으로 외면하려는 계산된 행동으로 밖에 이해할 수 없다.
그러나 애써 장애인을 외면하기에는 정부가 추진하려는 노인요양보장제도에 논리성과 형평성이 크게 결여되어 있다. 가족의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사회적 지원시스템을 마련한다는 취지로 볼 때 노인으로 분류되는 65세 이상으로 연령을 한정하기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45~64세까지의 노화 및 노인성 질환자를 대상으로 포함한 것은 이미 노인만을 위한 제도라는 논리성에서 벗어나 있다.
또한 중풍 등의 노인성 질환은 뇌병변 장애로 분류되어 이미 장애범주에 들어있기 떄문에 요양보호대상에 특정장애유형만 해당된다는 것은 수발을 필요로 하는 다른 장애유형과의 평형성에서 어긋난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 사회적 요양체계를 마련하면서 노인들을 우선 지원하고 장애인들을 차후에 추가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진행하여 지원대상 추가과정에서 적지 않은 논란이 있었다. 아울러 복지선진국의 경우에는 노인과 장애인의 요양문제는 ‘장애’(disability)라는 관점에서 하나의 문제로 파악하고, 이에 대한 제도의 정비와 정책수행을 통해 복지서비스를 확충하고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요양 수급권자 선정기준을 어떻게 마련하든, 마련된 기준에 따른 대상에는 중증의 장애인들이 우선적으로 포함될 것이 분명한데도 이를 계층으로 구분해 배제한다는 것은 분명한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며 위헌의 소지마저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수급권자 선정에 요양보호가 필요한 수발대상인데도 노인은 되고 장애인은 안 되며 45세~64세의 중,고연령층에서도 유독 장애인만 제외한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정당한 이유를 찾을 수 없다.
이에 우리 장애인들은 노인요양보장체계 구축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이 제도가 보완되어져야 할 것을 강력히 주장한다.
우리의 요구
하나. 요양보호 대상에 중증의 장애인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하나. 이 제도의 명칭은 장애인을 배제하기 위해 ’노인‘이라는 용어로 국한하지 말고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국민요양보험(보장)제도‘로 변경하여야 한다.
하나. 이후의 정책수립과정에 장애인과 가족 그리고 관련전문가를 반드시 참여시켜야 한다.
2004. 9. 1.
사단법인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