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청인(서울교통공사)과 피신청인(원고 장○○, 전○○) 사이의 지하철단차관련 차별구제등청구사건에 따른 소송비용액 확정결정 신청에 관하여, 신청인이 제출한 (피신청인의 전부부담) 비용계산서를 송부하오니, 이 최고서를 받은 날로부터 10일 이내에 의견을 제출하기 바랍니다.”
지난 2019년부터 이어져 온 서울교통공사 상대 차별구제등청구소송(이하 지하철 단차 소송) 1심,2심에서 패소한 장애인당사자들에게 최근 송달된 법원의 최고서 내용이다.
[지하철 단차 사진@ 더 인디고 ]
누구나 차별 없이 이용해야 마땅할 서울지하철의 환경 개선을 위해 공익소송에 나선 사회적 약자들에게, 서울지하철공사는 1심, 2심 변호사 수임비용 천만원(10,045,900원)을 부담하라고 통보한 것이다.
2019년도 서울시의회의 서울교통공사 행정사무감사에서 확인된 것만 봐도 서울 지하철 승강장 간격 단차가 규정을 넘는 곳이 전체 승강장 대비 80%인 1만 5530개소나 됐고, 최대 간격차는 28센티미터나 되었다. 그뿐인가. 서울 지하철 발빠짐 사고 건수는 2018년에 208건,2019년 1월〜9월까지 155건에 이르고 있다. 이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피신청인(1,2심 재판 원고)들은 전체 교통약자를 대표하여 지하철 단차로 인한 차별을 구제받기 위한 공익소송을 제기하였던 것이다.
특히 1심에 대한 항소심에서 재판부는 이번 사건의 지하철역에 설치된 승강장이 차량과의 간격이나 단차로 인해 휠체어 사용자의 승하차가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을 인정했다. 또한 이동식 안전발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이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지하철역에 연락을 하여 담당 직원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등 서비스의 내용과 이용 현황이 정당한 편의로 보기 어렵다고도 했다. 재판부는 이러한 상황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차별행위라고 규정했던 것이다.
하지만 재판부는 장애인차별금지법 제4조의 제3항에서 규정한 ‘과도한 부담이나 현저히 곤란한 사정’ 등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 차별행위로 보지 않을 수 있다고 또 다시 면죄부를 준 것이다. 그런데, 서울교통공사가 변호사 수임비까지 공익소송의 사회적 약자 원고들에게 부담토록 청구하다니. 이 또한 과도한 부담이었단 말인가. 본인의 안전과 생명의 위협을 통해 타인의 차별과 피해까지 살펴 거대 공기업의 책임을 묻는 일. 이제 꿈도 꾸지 말라는 것인가.
지하철 단차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서울 지하철 역사에서 발빠짐 사고가 계속하여 발생할 것이고, 1심,2심 패소는 물론이고 소송비용까지 전액 부담 지우려는 행태를 보면 서울교통공사의 잘못된 관행과 심각한 차별, 위험 속에 지하철을 이용해야함은 불 보듯 뻔하다.
이 소송의 한 원고(전OO)는 ‘개인적으로 바퀴가 턱에 걸려 오르지 못하고 내 몸만 튕겨져 지하철 바닥에 나동그라지는 사고를 당했다. 당시 경험이 트라우마처럼 남아 있다. 장애인들이 매일 숨어있는 단차를 넘나들다 결국 누군가 죽어야 국가가 나설 것인가!’라며 언론을 통해 울분을 토했다.
본 소송의 처음과 현재를 함께하고 있는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은 원고들과 함께, 원고의 소송대리인인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이 법원에 제출한 의견서에 대한 서울교통공사와 법원의 판단을 지켜볼 것이다.
장애인에겐 일상의 목숨 건 사투(死鬪).
매일 희생자를 기다리는 지하철.
비극은 현재도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