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국민권익위원회가 정부와 공공기관에 장애인 의무고용제도 취지에 맞게 장애인 고용을 늘리도록 ‘장애인 고용촉진 제도의 실효성 제고방안’을 마련, 노동부와 교육부 등에 제도개선을 권고했습니다. 각 기관은 내년 5월까지 개선하겠다고 밝혔죠. 이에 앞서 지난 4월에는 2018년 당시 진주교대 입학관리팀장이 중증시각 장애를 가진 학생의 입학을 차단하기 위해 성적을 조작했다는 폭로가 한 언론사를 통해 대서특필되었습니다.
교육 현장은 모두가 차별과 배제의 대상이 아닌 평등하고 존엄한 존재임을 가르치고, 공동체적 삶을 살아가는 민주시민을 길러내는 곳입니다. 그럼에도 교사가 되길 희망하는 장애인들은 능력과 별개로 장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교육대학 입학에서부터 교직 임용 과정, 이후 교육 현장에서까지 정당한 편의 제공을 받지 못할 뿐만 아니라 편견과 차별로 인해 여러 부조리와 불편한 상황에 처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요,
올해 두 번째 열리는 장애인 아고라에서는 장애인 교사에 대한 편견을 해소하고 차별과 배제 없는 교육 현장을 만들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현직 장애인 교사들의 목소리를 전하는 자리를 마련해보았습니다.
제2회 장애인 아고라 현장(복지TV 스튜디오)
지난 24일,“4人4色 선생님들의 조금 특별한 이야기”라는 타이틀로 열린 장애인 아고라에서는 여러 유형의 장애인 교사들이 모여 교육 현장에서 겪은 다양한 경험을 나누고, 장애인 당사자이자 교사라는 직업인으로서 현재 고민과 그들이 꿈꾸는 교육현장의 모습은 어떠한지 함께 나누었습니다.
김한음 선생님(목일중학교)
“교사는 칠판이란 무대 위에 학생이란 관객과 소통하는
배우 같은 존재라 생각해요. 학생들에게 더 다가가기 위해 노력합니다.”
목일중학교에서 2년째 과학을 가르치고 있는 김한음 선생님(지체장애), 원래는 연기하고 연출하는 것에 관심이 많았다고 합니다. 고등학교 때 허물없이 친근하게 학생들을 대해준 선생님 한 분을 만난 후 장래희망이 선생님으로 바뀌었다는데요, 멘토가 되어준 스승처럼 제자들에게 더 친근하고 대화가 잘 통하는 선생님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런 마음이 제자들에게 통한다고 느낄 때 교사로서 보람을 느낀다고 합니다.
아울러 교사로서 일하며 물리적인 어려움보다는 장애인 교사에 대한 주변의 냉랭한 시선에 대한 두려움이 더 컸다고 전했습니다. 간혹 자신의 장애에 대해 비하나 혐오의 말을 내뱉는 학생들을 접할 때고 있답니다. 그런 경우 비난의 대상이 아닌 포용하고 이해하며 잘 가르쳐야 할 존재로 그들을 바라봐야 한다고 따뜻한 마음을 전했습니다.
류창동 선생님(서연중학교)
“장애를 가졌더라도 환경만 받쳐주면 충분히 해낼 수 있거든요.
그런 환경이 부족하다 보니 교사로서 제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기회를 빼앗기고 있단 생각이 들어요.”
우리나라 제1호 시각장애인 일반학교 역사교사인 류창동 선생님은 현재 서연중학교에서 2,3학년생들에게 역사를 가르치고 있는데요, 교사가 되기 전 사회적 기업 근무, 장애인식개선교육 강사 활동 등 다양한 경험을 쌓은 이력을 소개했습니다. 특히 초·중·고등학생 대상 장애인식교육 때 학생들이 스펀지처럼 반응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고 합니다. 교육 현장에서 자신과 같은 장애 교사가 활동하는 것만으로 학생들에게 장애인, 나아가 자신과 다른 상황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공감 능력을 자연스럽게 길러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교사의 길로 전환하게 되었다고 전했습니다.
물론 교사가 되기까지 길이 마냥 순탄치는 않았습니다. 특히 임용 준비과정에서 필독서만 스무 권 정도 되는데 그 중 대체도서로 제작된 것은 두 세권 밖에 안됐다고 합니다. 다른 수험생들은 책을 펴는 그 순간부터 임용준비 시작이었으나, 자신은 책을 만드는 것부터 수험준비의 시작이었습니다. 수험서를 대체도서로 제작하는 과정이 짧게는 3~4개월, 길게는 거의 1년 가까이 걸렸습니다. 아울러 선배 시각장애 역사교사가 없다보니 수험정보를 얻기 힘든 혼자만의 싸움의 연속이었다고 아쉬움을 전했습니다.
교사가 된 후에도 여전히 장벽은 존재했는데요, 특히 수업준비나 행정업무 때 주로 이용하는 NEIS나 K-에듀파인 같은 교육행정정보시스템의 웹 접근성이 떨어져 다른 동료 선생님들의 도움 없이는 일처리를 할 수 없는 상황이 가장 힘들었다고 전했습니다.
결국 제대로 일하고자 하는 의지와 그럴만한 능력이 있어도 장애 교사를 둘러싼 환경, 그 환경을 만드는 주체들의 장애인식이 부족하다 보니 자신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기 힘든 것 같다고 토로했습니다. 아울러 정책 설계와 집행 단계에서 장애교원에 대한 충분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전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에게 감동을 주는 아이들 덕분에 교사로서 보람과 긍지를 느낀다고 전했는데요, 교사로 부임한 첫해 자신이 만든 점자 동아리에서 활동하던 학생들이 주도하여 스승의 날 선물로 감사인사가 담긴 점자 롤링페이퍼를 받은 것이 가장 인상에 남는다며 제자들에 대한 특별한 사랑을 내비쳤습니다.
이샛별 선생님(인천인혜학교)
“장애 교사와 장애학생을 좀 더 포용하고 이해하는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인천 최초의 공립 지적장애 특수학교인 인천인혜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는 이샛별 선생님(뇌병변장애)은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음악을 가르치고 있는 3년 차 교사입니다. 대학 특수교육학과에 진학해 여러 장애유형의 학우들과 함께 어울려 교육봉사와 실습을 하며 교사에 대한 꿈을 키웠는데요, 임용 준비를 하며 선배 장애교원이 없다 보니 유형별 장애인 수험생에게 제공되는 편의 지원에 대한 정보를 얻기 힘든 점이 가장 어려운 부분이었다고 전했습니다.
임용 후에는 이동의 문제보다 각 교실에 구축된 환경이 다양해 적응하고 아이들과 소통하는 게 가장 힘들었다고 전했습니다. 가령 PPT 수업 자료를 보는 동시에 학생들과 1:1 맞춤형 교육을 해야 하고요, 장애 특성상 손떨림이 수반되어 수업자료 제작 시 가위로 오려 붙이는 등 섬세한 작업에 어려움이 있어 동료 교사나 가족의 손을 빌리기도 했다고 전했습니다. 다행히 학교 측에서 보조인력 배치, 보조공학기기(전자칠판) 배정 등 많은 배려와 지원 덕분에 현재는 수업하기 훨씬 수월해졌답니다.
특히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발달장애 특성상 1:1 코칭이 필요해 비대면 수업만으로는 진행이 어려운 점, 전면수업 시 마스크 착용을 통제하기 힘든 점 등이 현재 학생들을 지도하며 겪는 어려움으로 꼽았습니다.
그럼에도 배움의 속도가 비장애 학생들보다 굉장히 느린 학생들이 전에 배웠던 내용을 기억해 답변을 해줄 때 교사로서 보람을 느낀다며 환한 미소를 지으며 답했습니다.
끝으로 일반 대중에게 눈으로 보이는 장애뿐만 아니라 발달장애 아동들에 대해서도 이해하고 포용하는 시선으로 바라봐 주길 당부했습니다. 특히 이들의 학습능력에 대해 편견의 시선으로 바라보지 말길 바라며, 맞춤형 눈높이 교육이 이뤄지는 통합교육이 학교 현장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바람을 전했습니다.
최 별 선생님(인천시 교육청)
“장애청소년들이 롤모델로 삼을 선배 교사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대학에서, 학교에서 (예비)장애교원들에 대한 처우 개선이 시급합니다!”
마지막으로 인천교육청 특수교육지원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는 최별 선생님(청각장애)은 센터에 오기 전 특수학급에서 3년, 특수학교에서 3년을 포함, 총 7년간 교직에 몸담고 있는 선생님입니다.
최별 선생님은 임용시험 준비 과정에서 강의 수강 시 문자통역이 지원되지 않아 수업 내용보다는 강사분의 발음, 어조 등이 중요한 고려 요소가 되는 부분이 상당히 아쉬웠다고 전했습니다.교사로 재직하면서도 소통의 문제가 가장 컸는데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장애다 보니 문자통역과 같은 청각장애교원에 대한 지원이 그간 부족했다고 전했습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 이후 대면 수업 시 마스크를 종일 착용하느라 학생들의 입모양을 읽을 수 없어 힘들었다고 전했습니다. 그럼에도 ‘경증인데 굳이 보조 인력을 써야 하나’, ‘전문성이 떨어져서 보조인력 이용하려는 것 아니냐’라는 주변의 편견도 부담이 되었다고 합니다.
최 선생님은 현재 함께하는장애인교원노동조합의 일원으로 활동하고 있는데요, 자신과 같은 장애 교사가 더 많아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조합 활동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장애 교사가 왜 이렇게 적을까?’에 대해서는 장애를 가진 선배 교사들을 본 적이 없어서 그런 꿈을 꾸기 힘들 수 있다고 생각을 전했습니다. 장애 교사를 늘리기 위해 진주교대 사건을 반면교사로 삼아 대학의 문턱을 낮추고, 장애교원에 대한 처우가 개선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끝으로 장래희망으로 선생님을 꿈꾸는 장애청소년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을 전했는데요, 김한음·류창동 선생님은 “어떤 상황에서도 학생들과 함께 마주하고 대하는 것이 정말 좋은 지” 스스로 반문해보길 바란다며, 학생들에 대한 사랑과 관심 없이 정년 보장과 같은 일면만 보고 도전하지는 말길 바란다고 전했습니다. 최별 선생님은 “교사라는 직업이 내 적성에 맞는지 알기 위해 학생들과 만나는 것을 포함, 다양한 경험을 많이 해보고 신중히 판단하기 바란다”라고 전했습니다. 이샛별 선생님은 “우리처럼 다양한 유형과 정도의 장애교원들이 있다는 것에 힘을 얻길 바란며 ‘나는 이래서 못 할거야’라고 스스로 한계를 두지 말고 도전하길 바란다”고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그 밖에도 더 많은 이야기들이 녹화 현장에서 오갔는데요, 장애인 선생님 네 분의 솔직담백한 이야기가 궁금하신가요? 6월 2주 차, 복지TV 채널을 통해 방영 예정인 2021년 제2회 장애인 아고라 “4人4色 선생님들의 조금 특별한 이야기”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시청 바랍니다. (정확한 방영일시는 추후 공지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