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건강목표 부실한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

지난달 27일 제5차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Health Plan 2030, 2021~2030, 이하 ‘HP2030’)이 발표됐다. 모든 정책에 건강을 실현하기 위한 법과 제도 기반 구축을 우선 고려하고, 지역 간, 소득 간 건강격차를 완화하는 것을 목표로 건강격차 감소, 건강형평성 제고 등의 단어가 눈에 띈다. 
 
국가와 지자체는 대게 5년 단위 중장기계획을 수립한다. 하지만 건강정책은 2002년부터 10년 단위 장기계획 하에 목표를 설정하여 추진하고 있다. 특히 이번 HP2030은 2017년부터 수립을 위한 준비를 시작하였고, 관계부처와 각 분야 전문가, 학회 등의 논의를 통해 마련했다고 보건복지부는 밝히고 있다. 
 
그러나 장애인분야의 건강증진목표는 부실하기만 하다. 
HP2030은 6개 분과 28개 중점과제 400개 성과지표로 구성되어 있다. 그 중 장애인 건강은 ‘성인 장애인 건강검진 수검률’을 2030년까지 69.9%로 지금보다 5% 향상시키는 것을 대표지표로 총 29개 성과지표로 구성된다. 
 
장애인분야의 건강증진목표가 부실한 이유는 첫째, 성과목표 설정에 허술함 때문이다. 
장애인 분야 29개 목표 중 27.6%인 8개의 목표가 변화 없이 동일한 목표치로 계획되어 있다. 
‘장애인 고혈압 유병률'(341번), ‘장애인 당뇨병 유병률'(342번), ‘장애인 골다공증 유병률'(343번), ‘장애인 우울증 유병률'(344번), ‘장애인 자살 시도율'(346번), ‘장애인 미충족 의료 이용률'(349번), ‘보장구 건강보험 급여율'(351번), ‘장애인 의료비 본인부담률'(352번) 등 적어도 8개 과제는 10년 동안 장애인 건강수준 개선에 대한 의지를 확인할 수 없다.

연번

과제

번호

성과지표

기준치

(‘18)

목표치

(‘30)

341

16

장애인 고혈압 유병률(20세 이상)

44.9%

(’17)

44.9%

342

17

장애인 당뇨병 유병률(20세 이상)

21.4%

(’17)

21.4%

343

18

장애인 골다공증 유병률

13.8%

(’17)

13.8%

344

19

장애인 우울증 유병률

12.1%

(’17)

12.1%

346

21

장애인 자살 시도율

1.4%

(’17)

1.4%

349

24

장애인 미충족 의료 이용률

17.2%

(’17)

17.2%

351

26

보장구 건강보험 급여율

90%

90%

352

27

장애인 의료비 본인부담률

0%

0%

고혈압,당뇨병 등의 만성질환은 생활습관 개선을 통한 사전예방이 중요하지만 일반국민들의 유병률도 증가하는 추세다. HP2020을 수립할2008년 당시의 기준치보다 증가했다(고혈압‘0826.9%‘1828.3%,당뇨병‘089.7%‘1810.4%).그러나 이번HP2030에서는 현재의 기준치보다1%하향한 계획을 세워 장애인의 건강증진계획과는 대조된다.장애인은 비장애인보다 심각한 만성질환 유병률을 보이고 있음에도(장애인의 고혈압 유병률1.6,장애인의 당뇨병 유병률2.1)장애인의 건강에 대해서 손쓰지 않겠다는 셈이 된다.

연번

과제

번호

성과지표

HP2020

HP2030

기준치

(‘08)

목표치

(‘20)

기준치

(‘18)

목표치

(‘30)

170

고혈압

1

고혈압 유병률

26.9%

23.0%

28.3%

27.3%

341

16

장애인 고혈압 유병률(20세 이상)

44.9%

(’17)

44.9%

178

당뇨병

9

당뇨병 유병률

9.7%

11.0%

10.4%

9.4%

342

17

장애인 당뇨병 유병률(20세 이상)

21.4%

(’17)

21.4%

둘째, 장애인의 건강관리 과제 발굴이 안일하다. 
장애인 분야 29개 목표 중 27.6%(8개)가 건강검진과 관련된 목표에 해당한다.

연번

과제

번호

성과지표

기준치

(‘18)

목표치

(‘30)

327

장애인

2

성인 장애인 건강검진 수검률

64.9%

(’17)

69.9%

328

3

남성장애인 건강검진 수검률

66.6%

(’17)

71.6%

329

4

여성장애인 건강검진 수검률

62.5%

(’17)

67.5%

330

5

중증장애인 건강검진 수검률(20세 이상)

54.0%

(’17)

59.0%

331

6

성인남성 중증장애인 건강검진 수검률(20세 이상)

55.8%

(’17)

60.8%

332

7

성인여성 중증장애인 건강검진 수검률(20세 이상)

51.2%

(’17)

56.2%

333

8

중증장애인 구강검진 수검률(20세 이상)

18.1%

(’17)

23.1%

334

9

장애친화 건강검진기관 지정수

8

(’17)

100

‘장애인 건강검진 수검률’은 지난 HP2020에도 계획되어 2020년까지 64.7%를 달성하겠다는 목표가 이미 포함되어 있었다. 이를 2030년까지 69.9%로 향상하겠다는 것인데 건강검진은 1977년 의료보험이 출범하면서 전 국민을 대상으로 국가제도화되어 이제는 보편적인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았다. 이를 방증하듯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건강검진 수검률 목표는 HP2030에서 처음으로 제외되었다. 장애인은 건강검진기관의 편의시설 부재와 검진장비 접근의 어려움으로 비장애인 수준으로 건강검진 수검률을 높이는 것도 의미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유독 건강검진 분야에만 과제가 30% 이상 치중되어 있다. 
 
또한 ‘장애친화 건강검진기관 지정수'(334번)는 2017년 8개에서 2030년 100개로 확대할 계획인데 문재인정부에서 수립한 제5차 장애인정책종합계획에서 2024년까지 장애친화 건강검진기관을 100개소 만드는 것을 이미 목표로 하고 있다. 그렇다면 2024년부터 6년간은 더 이상의 장애친화 건강검진기관을 늘리지 않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셋째, 목표치가 하락한 과제가 포함되어 있다. 
‘장애인 비만유병률'(340번)은 32.0%에서 42.4%로 목표가 하락하였고, ‘보장구 건강보험 급여율'(351번)은 95.0%로 90.0%로 목표가 하락하였다. 
비만은 당뇨와 고지혈증 등 다양한 합병증을 유발하지만 장애인은 체육시설의 편의시설 부재로 운동을 실천하기 어렵다. 장애인 체육시설에서 운동을 하는 장애인은 14.9%에 불과하다(문체부, 2018 장애인 생활체육 실태조사). 
장애인은 보조기기 구입·유지를 위해 월 평균 7.2천원을 장애로 인한 추가 비용으로 지출하고 있다. 정부는 해마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주장하면서 의료비 지출이 많고 소득수준은 낮은 장애인의 보장구 급여율 목표를 10년 전보다 오히려 하향시키는 것은 묵과하기 어렵다. 

연번

과제

번호

성과지표

3차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2010~2020)

4차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2016~2020)

5차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2021~2030)

기준치

(‘08)

목표치

(‘20)

기준치

(‘08)

목표치

(‘20)

기준치

(‘18)

목표치

(‘30)

340

15

장애인 비만 유병률

(20세 이상)

30.7%

32.0%

42.2%

32.0%

43.4%

(’17)

42.4%

351

26

보장구 건강보험 급여율

80.0%

95.0%

80.0%

95.0%

90%

90%

정부는 장애인의 취약한 건강상태를 고려하여 제3차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HP2020)부터 장애인의 건강관리를 포함하여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이후 장애인건강권법이 제정(‘15.12월)되고 장애인 건강주치의 시범사업(‘18.5월)이 시작되는 등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은 장애인건강에 대한 국가의 관심이 시작된 단초에 해당한다. 그러나 이번 HP2030의 장애인건강증진 목표는 발전이 아닌 사실상 후퇴다. 
 
건강검진은 질병의 조기발견과 예방에 효과적이지만 장애인의 건강증진을 위해 건강검진만이 능사는 아니다. 비장애인과 비교해 열악한 장애인의 건강수준을 끌어올릴 수 있는 다양한 과제를 발굴해야 한다.비만과 만성질환 등의 수준을 낮추기 위해 방관이 아닌 국가적인 개입이 필요하다. 
 
또한 건강정보 취약군에 장애인이 포함되어야 한다. 
HP2030에서는 건강정보 이해 및 활용능력 제고를 통한 건강형평성을 제고하기 위해 노인, 만성질환자, 결혼이민자 등을 포함하여 건강정보 이행능력 조사도구를 개발하고 주기적 실태조사를 계획하고 있다. 국제적 흐름을 고려하여 WHO의 건강증진 3대 축의 하나인 ‘건강정보 이해능력’을 과제로 포함한 것이다.

 

시·청각장애인, 발달장애인, 뇌병변장애인 등은 점자자료, 수어통역, 영상 및 음성파일, 쉬운 말, 그림자료 등의 지원을 통해 건강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의료기관의 의사소통 지원현황은 전무한 수준이며, 현재 운영중인 5개소의 장애친화 건강검진기관에만 수어통역사 의무 배치 및 점자프린터 등의 장비가 비치되어 있을 뿐이다. 건강정보 약자에 해당하는 장애인을 건강정보 취약군에 포함시켜 개선을 위한 방안을 만들어가야 한다. 
 
건강은 개인의 책임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결정된다. 보다 진취적이고 도전적인 장애인의 건강증진 목표를 재수립하여 장애인도 미래에는 청사진을 그릴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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