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국민의힘 초선 의원들이 국회에 모여 ‘북한 원전건설 추진 의혹’과 관련해 청와대와 여당의 대응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국민을 우습게 아는 것이 아니라면 집단적 조현병이 아닌지 의심될 정도”라는 장애인 비하 발언을 한 것이 세간의 논란이 되었는데요.
ⓒ연합뉴스(허은아 의원실 제공)
정치권의 말은 언론에 그대로 옮겨지는 만큼 파급력이 큽니다. 그만큼 언행에 신중을 기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정치인들의 장애인 비하 발언은 비단 어제오늘만의 일이 아닙니다. 이런 상황의 반복이 지겨울 법도 한데 매번 새롭게 분노가 치밀어 오릅니다. 경솔한 언행으로 장애가 정쟁과 비난의 도구로 전락해버린 그 순간, 장애인 당사자와 그 가족들은 또다시 사회적 낙인의 굴레를 실감하며 상처받고 아파할 것일 테니까요.
한국조현병환우회(심지회) 어머니 대표인 ㄱ씨도 “있을 수 없는 일이고 분노한다”며 “가만히 둬도 매일이 힘든 우리에게 병을 들먹이며 상처를 주는 일은 있어선 안 된다”고 사과와 재발방지를 촉구했다. (중략) 조현병 진단을 받은 ㄴ씨는 “심각한 편견으로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조현병에 대한 인식 자체가 너무 편협하다”고 지적했다. 당사자 ㄷ씨도 “조현병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사회적 약자인 조현병 당사자에게 상처를 주는 몰상식한 발언을 당장 철회하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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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들은 사회적 소외계층들이 당면한 문제들을 선도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책임이 있습니다.그럼에도 오히려 문제적 발언을 내뱉어 장애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조장·강화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 왔는데요.
인권위에서 2019년 실시한 ‘혐오표현 국민인식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58.8%가 국회의원 등 정치인이 혐오 표현을 조장한다고 평가했습니다. 이는 정치인들이 혐오 표현을 줄이는 긍정적 역할을 한다는 의견(3.8%) 보다 무려 15배 이상 높게 나타났습니다. 아울러 응답자의 82.3%가 국회 차원에서 정치인의 혐오 표현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데 찬성한 것도 주목해야 합니다.
ⓒ에이블뉴스
작년에도 여야 지도부의 잇따른 장애인 비하 발언이 세간에 논란이 되었습니다.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해 1월 민주당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선천적인 장애인은 의지가 좀 약하다”고 발언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죠.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도 “그런 상태로 총리가 된다면 절름발이 총리”라고 말해 물의를 빚었습니다.
두 발언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는 당 차원에서 “차별행위를 중단하고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하라”라고 이례적으로 최고 수준의 조처인 ‘권고’ 결정을 내렸죠. 이와 함께 장애인 인권교육 수강도 권고한 바 있습니다.
그럼에도 또 연초부터 이런 일이 발생한 것에 대해 우리는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숱한 여론의 뭇매와 인권위 권고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정말 장애인 비하인지 몰라서 그랬을까요? 오히려 알면서도 ‘이게 뭐 어때?’라는 식의 무시하는 인식과 태도가 저변에 뿌리 깊게 자리잡은 것 아닐까요?
정치권의 장애 감수성과 인권의식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주는 일련의 사건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를 발언 당사자뿐만 아니라 국회 차원에서도 귀담아들어야 합니다. 반성과 성찰의 계기로 삼아 자정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더 이상 “고의가 아니었다”는 변명을 늘어놓으며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지 않거나, 정쟁적 사안으로 치부해 무시해서도 안 될 것입니다.
이번 사건에 대해 국회의장에 대한 권고 차원에서 즉각적인 의견 표명을 할 것을 국가인권위원회에 촉구합니다. 장관이나 국회의원 등 정치인에 대한 인권교육을 단순 권고가 아닌 인권위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진행하는 방안도 마련되어야 할 것입니다.
각 당 차원에서도 장애인 비하 언행이 근절될 수 있도록 발언자에게 패널티를 가하거나 인권교육을 실시하는 등 장기적 재발방지대책을 하루속히 마련하길 촉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