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속에 남겨진 장애인 안전… 대피정보조차 제대로 제공하지 못해

화마가 대한민국을 덮쳤다. 강원도에서 발생한 산불로 인해 지난 4일에는 국가재난사태가 선포되었다. 현재 산불지역을 특별 재난지역 지정 여부를 검토하는 등 피해가 심각한 상황이지만, 재난 상황에서 장애인들은 화재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산불은 강풍으로 인해 무서운 속도로 번지면서 대피소 안내가 시시각각 바뀔 정도로 촌각을 다투었다. 장애인들은 재난 문자를 받았지만 조치를 취할 수 없었다. 초기 재난 정보전달 과정에서 장애인에 대한 고려는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재난 문자는 “산불발생, OO지역 일대 주민들은 OO장소로 즉시 대피바랍니다.”라는 내용뿐 휠체어 등 보조기기가 접근이 가능한지, 장애인 등이 이용가능한 시설이 있는지, 근처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시설이 있는지 등 장애인의 생존을 위한 정보는 전혀 확인할 수 없다. 특히 지체·시각·뇌병변 장애 유형의 경우 재난문자의 정보를 가지고는 스스로 대응하기 어려웠다. 한국장총은 여러 차례 건의를 통해 장애인이 접근 가능한 대피시설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줄 것을 요청한 바 있지만 여전히 반영되지 못했다.

또한, 지상파 방송사들은 재난상황을 보도하면서 수어통역을 지원하지 않아 청각장애인들은 정확한 정보파악에 어려움을 겪었다. 「방송통신발전 기본법」 제40조(재난방송 등)에 의거하여 지정된 방송사는 재난이 발생한 경우 관련법에 따라 재난방송을 실시해야 한다. KBS는 재난주관방송사로서 장애인, 노약자, 외국인 등 재난 취약계층을 고려한 정보전달시스템을 의무적으로 구축해야 한다. 그러나 지난 세월호 사건, 포항 지진 등에 이어 수어통역을 지원하지 않았다. 이번 화재에서 강원지역 청각장애인들은 이번 화재를 인지하지 못해 지역의 장애인단체에서 회원들의 안위를 파악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장애포괄적 재난관리체계 구축을 위한 기초연구’에 따르면 장애인의 경우 재난에 대한 대처능력이 비장애인에 비해 2배 이상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정보습득 또한 비장애인에 비해 낮은 것으로 나타나 재난 시 장애인 맞춤형 정보제공이 필요한 상황이다.

재난 상황에서 초기대응이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장애인들은 정보조차 제대로 전달받지 못해 초기대응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말로만 떠드는 장애인 안전대책이 아닌, 근본적으로 취약계층 맞춤형 재난 정보전달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또한 지상파 방송사들은 재난방송에서 수어통역 방송하여 장애인의 안전 향상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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