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국민연금 개혁안이란?
국민연금제도란 일반적으로 나이가 들어 생업에 종사할 수 없게 되거나 예기치 못한 사고, 질병으로 장애를 입거나 사망할 경우에 대비하여 평소에 조금씩 보험료를 납부하였다가 노령, 장애, 사망으로 소득능력을 상실하였을 때 본인이나 그 유족에게 매달 연금을 지급하여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소득보장제도로 우리나라에서는 1988년 사업장 근로자를 대상으로 처음 시작한 후 1995년 7월 농·어촌지역으로 확대하였고, 1999년 4월 도시지역으로 확대된 사회보험제도의 한 축을 이루는 제도이다.
외국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에서도 국민연금제도는 외환위기 이후 재정불안정으로 제도유지에 대한 불안감이 지속되고 있다. 1998년 1차 개혁을 추진한 바 있는 국민연금제도는 한동안 우리 사회에서 뜨거운 감자였고, 2007년 4월에 국민연금개혁안은 근소한 차로 개혁안이 국회에서 부결되었다.
이번 개혁안의 핵심은 ‘급여삭감과 보험료 인상’을 통한 재정불안 완화였다. 그러나 개혁안이 실행되더라도 장기적인 재정 건전성을 확보할 지는 불투명하다고 평가받고 있다. 이러한 재정불안 안정화에 초점이 맞추어진 국민연금개혁으로 인해 기초장애연금의 도입은 외면당하고 있다.
2. 이번 연금개혁의 주요 골자는?
이번 국민연금개혁 논란의 출발은 정부로부터 제기되었다. 그 주요내용은 이렇다. 2006년 10월말 기준으로 국민연금 기금적립금이 약 185조 원인데, 1988년부터 지금까지 국민연금 보험료를 낸 가입자들이 법적으로 청구할 수 있는 연금수급 총액이 약 390조 원으로 추정된다.
그 결과 약 200조의 잠재부채가 발생하게 되어 있고, 또한 2008년 이후에는 1988년에 가입하여 보험료를 내온 사람들이 연금수령자로 전환되므로 연금지급액이 늘기 시작하기 때문에 2047년이면 국민연금의 기금적립금이 고갈된다는 주장이다.
사실 이번에 제출된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한나라당 공동 수정안을 국민연금 재정 안정화의 시각에서 본다면 별 차이가 없다. 열린우리당 안에 의하면 연금재정 고갈 예상시기는 2065년이고, 민주노동당·한나라당 안을 적용하면 2062년이다.
한쪽 안은 급여율을 50%로 낮추되 보험료를 12.9%까지 인상하는 것이고, 다른 쪽 안은 급여율을 40%까지 낮추되 보험료는 그대로 유지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각각의 개혁안에서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는 지점은 사각지대의 해소방법이었다. 구체적으로는 수급대상과 급여수준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우리사회의 대표적 사각지대는 장애인과 노인임에도 불구하고 각각의 개혁안을 보면 장애인을 쏙 빼놓고 사각지대해소를 외쳐대고 있다.
열린우리당의 기초연금 안은 2008년부터 65살 이상 노인의 ‘60%’(약 300만 명)에게만 2008년 현재 약 8만9천원(급여율 5%)을 지급한다는 것이고, 민주노동당·한나라당 수정안은 65살 이상 노인 ‘80%’에게 내년에 8만9천원을 지급하되 이후 해마다 급여 수준을 높여 2018년에 급여율 10%(2008년 현재 불변 가격으로 약 18만원)를 지급한다는 것이다.
3. 무엇이 문제인가?
이처럼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기초연금을 저소득·취약계층만을 위한 공적 부조로 보는 반면, 민주노동당과 한나라당은 기초연금도 보편적 연금으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면서도 결국 기초장애연금제도의 도입은 외면당해버렸다.
이번 개혁안은 옥신각신 끝에 결국 ‘더 내고 덜 받는’ 열린우리당의 안과 ‘그대로 내고 덜 받는’ 민주노동당·한나라당의 수정안이 국회본회의에서 모두 부결되었다.
그러나 그 와중에 열린우리당이 제출한 기초노령연금법 제정안만이 국회를 통과되어버린 것이다. 탕약의 쓴 맛을 없애기 위해 알사탕을 준비했는데 탕약은 쏟아버리고 알사탕만 날름 먹어버린 꼴이 된 것이다.
그동안 우리사회에서 국민연금 개혁의 초점은 재정안정화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정부여당은 계수조정식의 연금개혁방식을 택하였다. 동구권을 제외한 OECD 10개국에서 실시한 12차례의 개혁에서 재정건전성회복에는 실패했던 쓰라린 역사를 가지고 있었던 것을 감안한다면 계수조정식의 국민연금개혁 방식은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
어쨌든 국민연금법 개정을 통해 재정 안정화를 꾀하되 대신 줄어든 급여 수준을 기초노령연금으로 어느 정도 보완해주고자 했던 것이다.
여기서 장애계가 분명하게 집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이번 연금개혁안이 재정안정화에 초점이 맞추어 시도되었다고는 하나 분명 이번 개혁의 핵심의제는 연금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 해소였다.
그러나 전형적인 ‘시각지대’인 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기초장애연금의 도입은 이번에도 제외되었다. 장기요양제도도입에 있어서 요양욕구가 제일 많은 장애인은 제외하고 노인장기요양제도를 도입한 각 당의 정치적 술수가 또 다시 재현됨으로 장애인의 생존권이 또 다시 박탈된 것이다.
4. 기초장애연금에 있어서의 각 당의 얼굴
먼저 정부와 여당은 애당초부터 기초장애연금도입은 안중에도 없었다. 오로지 기금이 고갈되니 현행 국민연금을 “더내고 덜받은 방식”으로 연금제도 개정 논리만 펴왔다. 하지만 정부의 재정안정화화논리에는 허구성 많다.
국민연금기금이 고갈되면 큰 재앙이라는 인식도 공적연금의 기본원리를 모르고 하는 소리다. 기금이 고갈된다고 연금 안 주는 나라가 어디에도 없다. 대부분 선진국은 이미 기금이 없어진 지 오래다. 그래도 보험료와 세금을 합쳐 연금을 주고 있다
하루에 800억원의 연금 부채가 생긴다는 논리도 이치에 맞지 않다. 정부안대로 연금개혁을 하면 잠재부채가 없어지나? 액수만 조금 줄 뿐이지 천문학적인 잠재부채는 그대로 남는 것이고 단지 고갈시기를 조금 연기시킬 뿐이다.
또한 사보험같이 회사도산을 전제로 할 때 사용하는 잠재부채개념은 공적연금에는 성립하지 않는 얼토당토 않는 개념이다. 정부와 열린우리당이 주장하는 재정안정화논리는 연금개혁의 방향을 잘못 설정한 것이며, 연금사각지대에 있는 전체장애인 70%의 빈곤문제에 대해 해결을 제시하지 못함으로 연금개혁의 본질을 훼손하고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한나라당은 이해관계 따라 기초장애연금을 헌신짝 버리듯 하고 있다. 당초한나라당 안에는 사각지대해소를 위해 3급이상 장애인에게 기초장애연금 도입방안이 포함되어있었다. 이러한 입장은 민주노동당과 공동수정 발의안까지도 유지되었다.
국회 내 세력 구도상 의제 설정 능력이 떨어지고 한나라당의 수적 우위를 등에 업으면 국민연금 정세를 주도할 수 있다고 판단한 민주노동당과 기초연금과 관련해 처음으로 시민사회단체가 공감하고 있다는 명분으로 “따뜻한 복지”라는 포장지로 감싸고 있는 한나라당이 좌우합작, ‘오월동주’를 이루어낸 것이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최근 열린우리당과 합의과정에서 사립학교법 재개정을 위해 당초부터 주장해 왔던 기초장애연금을 협상물로 포기해 버렸다.
그러나 우리는 한나라당이 민주노동당과을 배신한 것과 열린우리당과의 밀실야합을 한 것을 문제 삼지는 않겠다. 우리가 제기하는 심각한 문제는 사각지대해소에 가장 핵심적인 요소인 기초장애연금을 대선을 앞둔 치졸한 당리당략에 의해 너무나 쉽게 내팽개쳐버렸고, 이제 와서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발뺌하면서 장애인의 생존권을 무참히 짓밟고 있는 것은 그냥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5. 기초장애연금, 왜 반드시 도입되어야 하나?
당면한 연금개혁의 최우선과제는 ‘사각지대’해소이다. 현행 국민연금제도는 18세 이상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가입대상자 중 절반이 가입을 하지 못하고 있는 심각한 상황이다. 비정규직, 영세자영자, 실업자, 장애인 등 우리사회의 취약계층은 납부능력이 없어 가입을 못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노동으로 먹고 살만한 사람들은 연금제도 대상자로 포함되어 나중에 연금혜택을 받게 되지만, 현재 노동이 어려운 사람들은 연금에서 제외되어 나중에 연금을 못 받게 된다. 빈곤의 악순환이 소득능력을 상실했을 때부터 죽을 때까지 지속된다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여능력과 무관하게 일정액의 연금을 지급하는 기초연금도입이 대안이다.
장애인의 70%가 연금사각지대에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초장애연금의 도입이 절실히 요구된다. 2005년 전체 장애인 중 66%인 138만명이 연금 미가입상태이며, 이에 연금미납자까지 합치면 140만명이 이른다.
이중 국민기초생활보장 대상자 가구 13%(27만명)를 제외한다하더라도 110만명이 현재 및 노후소득에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또한 15세 이상 장애인 경제활동인구율이 38%에 불과하며 장애인평균소득도 비장애인의의 월평균에 45%에도 못 미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장애인의 생존권은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는 중이다.
현재 실시하고 장애인 경제부담 경감정책은 당당한 사회구성원으로서 사회참여를 이루려는 장애인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한다고 비판당하고 있다.
그 이유는 다양한 장애유형과 정도에 따라 상이한 장애인 개인의 기본적 필요도에 따라 작성되고 시행되는 것이 아니라 제한된 예산에 맞추어져서 일부대상에 한정하여 일부 액수만 지원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행방식은 장애인을 시혜적 존재로 전락시키고 있다.
특히 소득능력이 없는 장애인을 위한 자립생활을 위해서는 기초장애연금의 도입은 반드시 요구되어진다. 현재 도입되고 있는 활동보조인서비스지원제도는 전동휠체어를 타는 중증장애인들도 월 “0”시간 판정을 받는 등 시력, 청력, 지각 등에 중복장애를 가진 중증장애인이 아니면 월 40시간도 받기가 어려운 불합리한 제도로 강행되고 있다.
이러한 시혜적인 정책으로는 장애인복지정책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장애인이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고 인격적인 권리주체로 나서기 위해서는 보편적 권리를 담보하는 기초장애연금제도가 반드시 도입되어 장애인이 당당한 사회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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