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 중앙일보
지난 10월,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면서 ‘한강 신드롬’이라는 열풍이 일어났다. 인터넷 서점 알라딘에 따르면, ‘소년이 온다’는 노벨상 발표 당일 4시간 동안 분당 18권씩 판매 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한강 신드롬’에서 시각장애인들은 배제되었다.
전자책 시장이 확대되며 다양한 독서 환경이 제공되고 있지만, 시각장애인을 위한 접근성은 여전히 미흡하다. 국내 주요 전자책 플랫폼 5곳(YES24, 교보문고, 알라딘, 리디북스, 밀리의 서재)의 접근성 실태 조사 결과, 시각장애인이 자유롭게 독서할 수 있는 기능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장애인의 독서활동 실태조사에 따르면, 시각장애인은 하루 평균 102.2분 동안 독서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전자책과 오디오북의 이용률이 증가했다는 것이다.
2020년 5.7%에서 2022년에는 10.4%로 4.7%가 증가했다. 전자책과 오디오북은 보관과 휴대가 용이하고,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독서를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장애 유형별로 전자책과 오디오북을 이용하는 비율은 시각장애인이 23.2%로 가장 높았고, 발달 12.4%, 지체 9.3%, 청각장애인이 5.1%로 나타났다. 그러나 5개의 전자책 플랫폼에 대한 접근성 조사에서는 시각장애인이 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리적 도서 접근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전자책 활용이 여전히 제한적이다.
전자책 파일은 이미지 기반의 PDF와 텍스트 기반의 이펍(EPUB)이 일반적이다. 장애인 접근성 표준은 이펍 3.0부터 규정되어 있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은 이펍 3.0 제작 난이도에 따라 최대 300만원까지 지원한다. 선정된 출판사에는 장애인 접근성 전자책 제작 교육과 컨설팅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전자책 플랫폼은 서로 다른 형태로 제공되어 기능적인 문제로 시각장애인들이 온전히 이용할 수 없다.
버튼 누락, 음성 지원 미비… 시각장애인 독서권은 여전히 사각지대
일부 플랫폼에서는 화면에 제어 버튼이 나타나지 않아, 음성 보조기기를 사용하는 시각장애인들이 어떤 기능을 이용할 수 있는지 파악하기 어렵다. 또한, 회원가입과 로그인 과정이 복잡해 시각장애인의 접근성이 제한된다. 장애인 접근성 기준인 EPUB 3.0 표준으로 제작된 도서라도, 시각장애인이 온전히 활용할 수 있는 기능이 부족하다.
법적 기준은 존재하지만, 개선은 더딘 상황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서는 출판물이 장애인과 비장애인에게 동등하게 제공될 것을 규정하고 있다. 또한, 국립장애인도서관에서 국가 표준으로 지정한 ‘독서장애인을 위한 전자책 접근성’ 가이드라인이 존재하지만, 실질적으로 준수하는 플랫폼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LG상남도서관에서 운영하는 ‘책 읽어주는 도서관’ 앱은 다른 도서플랫폼 앱들과는 달리, 전반적으로 시각장애인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넓고 큰 버튼과 단순한 조작법, 원하는대로 바꿀 수 있는 글자 크기와 색 설정은 모범 사례가 될 수 있다.
디지털 시대에 독서 접근성은 단순한 편의가 아닌 권리의 문제이다. 전자책 플랫폼 업체들이 시각장애인을 포함한 다양한 사용자들의 독서권 보장을 위해, 표준화된 접근성 기술을 적극 도입하고 개선에 나설 필요가 있다.
장애인제도개선솔루션은 예스이십사(주), (주)교보문고, (주)알라딘커뮤니케이션, 리디(주), (주)밀리의서재에 시각장애인을 위한 독서 편의 기능 제공과 장애인 접근성 표준 EPUB 3.0기반 전자책 랜더링 기능을 구축할 것을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