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적인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기자회견
2006년 3월 28일(화) 오후 1시/ 국가인권위원회 앞
[기자회견문]
우리는 사회적 “차별금지법”을 반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독립적인 장애인차별금지법과 차별시정기구를 마련하라!
오늘 우리 장애인차별금지법제정추진연대(이하 장추련)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사회적 “차별금지법” 공청회를 앞두고, 달리 접근해야하는 장애인에 대한 차별문제를 70%이상이 노동차별에 중점을 둔 사회적 “차별금지법”으로는 해결할 수 없음을 선포하며, 독립적인 장애인차별금지법과 차별시정기구의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단식농성을 벌일 것을 결의하는 바이다.
장애인계는, 지난 2001년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 필요성이 제기된 후, 공론화 과정을 거쳐 2003년 2월, 범장애계 70개 단체가 연대하여 장애인차별금지법제정추진연대를 구성했다. 장추련은 지난 5년간, 1년여에 걸친 토론을 거쳐 법 초안을 만들고,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제정 필요성을 알리기 위한 국토순례와 전국을 순회하며 지역토론회를 개최하면서, 장애인 차별의 실체가 과연 무엇인지 심도 깊은 논의과정을 거쳐 법안 마련에 매진했다. 노무현정부도 대선공약으로 내걸었던 사항이라 장애인당사자들이 만든 이 법안이 통과될 것이라는 기대를 품고 말이다.
결국 우리는 우리의 손으로 만든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지난 2005년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과 장애인을 대표한 의원들을 비롯한 37명의 의원들의 이름으로 국회에 발의했고, 올 2005년에는 반드시 통과시키겠다는 굳은 의지를 다져왔다. 그러나 2월까지 국가인권위원회의 차별금지법이 발의되지 않으면 우리의 장애인차별금지법을 단독안건으로 상정하여 논의하겠다고, 누차 약속했던 열린우리당의 이석현 보건복지위원장과 보건복지위원회는 480만 장애인들을 기만하였다. 우리의 땀이 어린 장애인차별금지법은 막연히 계류상태에 놓여있다.
노무현 정부는 우리의 요구를 외면했다. 아니 480만 장애인들과 한 약속을 스스로가 저버렸다. 참여정부는 인권을 밥 먹듯 이야기하면서도 정작 차별받는 사람과 그 집단에 눈길을 돌린 것이 아니라 예산의 한계, 효율적인 행정조직의 규모와 운영이란 명분 아래 노동, 교육, 등 5개 영역에 대한 차별금지를 대상으로 하면서, 생활에서의 차별영역에 장애인을 통으로 집어넣어, 노동 뿐 만 아니라 전 생애에 걸친 장애인차별에 대한 원인과 양상들을 근본부터 들여다보고 전문적이고 세심함으로 해결해나가야 한다는 필요하다는 우리의 주장을 완벽히 무시해버렸다.
물론 사회적 “차별금지법”에 담긴 시정명령제도와 징벌적손해배상제도와 같은 권리구제수단에 대해서는 우리의 장애인차별금지법안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강화된 측면이 있어, 일면 반갑고 다행스럽다. 또한 다른 영역에서의 차별금지가 법제화 되는 것도 환영하는 바이다. 우리 장추련은 장애인 영역이 함께 포함되어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이번에 마련된 사회적 “차별금지법”안의 내용이 국회에 상정되어도 후퇴하거나 다른 내용들이 삭제되는 등 변질되지 않도록 힘을 모을 자세가 되어 있음을 밝히는 바이다. 그러나 장애인과 관련한 차별의 영역은 전생애주기에 걸쳐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매우 포괄적이고 전문적이며 특수한 상활에 처해 있어, 결론적으로 재차 독립적인 장애인차별금지법과 차별시정기구가 필요함을 요구하는 것이다.
이는 그간 국가인권위원회에 접수된 진정 사건 중 노동 다음으로 장애인 관련 차별사안이 많다는 것으로도 증명되고 있는 사실이다. 그러나 얼마가 받아들여졌고, 얼마나 시정조치가 내려졌는가. 국가인권위는 권한 범위가 협소하기 짝이 없는 국가인권위원회법에 근거해 ‘해당없음’이란 기각 판정을 내리기 일쑤였고, 철저하게 조사를 다하고 나서도 장애인차별에 대한 수준 낮은 감수성을 갖고 있는 국가인권위원들은 그저 “차별이다”라고 선언만 할 뿐이었다. 차별받고 자존감을 빼앗긴 장애인들의 한은 그 누구도 해결해주지 못했다. 오히려 가다가다 맨 마지막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국가인권위를 찾지만, ‘국가’란 이름에 한줄기 밝은 희망의 빛을 기대했건만, 돌아오는 건 ‘차별 당한 장애인 스스로 알아서’였을 뿐이다.
게다가 이미 유엔에 아동권리인권협약, 여성차별철폐협약 등이 있고 국내에 아동권리에 관한법률과 여성권리에 관한 법률이 있다고 해도 장애아동이나 장애여성의 인권을 담보하고 있는 구제협약과 국내 법률은 그 어디에도 있지 않다. 때문에 유엔에서는 장애인권리협약 제정을 서두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오로지 장애인과 관련한 내용이라면 장애인복지법 등에 쏠려 있을 뿐이다. 이는 장애인의 문제를 인권의 관점에서 바라보지 못하고 단지 서비스제공의 대상자로만 한정하고 있는 후진적 모습에서 벗어나고 있지 못하다는 방증이며, 권리의 주체로 인정하지 않는 반인권적 태도에 다름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렇다 할 중장기 인권개선계획도 없는 것 아닌가. 억압과 착취 속에 오늘도 집안에서 혹은 시설 안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어도 그들을 지역사회에서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는 고귀한 ‘사람’으로, ‘이웃’으로 자리매김하지 못하는 것 아닌가.
우리 장추련은 지난 5년간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운동을 이끌어오면서 사회적으로 각광받지도 않고 주목되지 않았지만 처절하게 주장했다. 한국 사회에 차별을 금지하는 법과 제도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가장 먼저, 가장 절실하게 제기했다.
그래서 사회적 ‘차별금지법안’에 우리가 주장한 권리구제수단 등이 명시된 것은 매우 환영할만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독립적인 장애인차별금지법과 차별시정기구가 담보되지 못한 이번 사회적 ‘차별금지법’과 별도로 독립적인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제정되어야 함을 다시 한 번 밝히는 바이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장애가 무엇인지, 차별이 무엇인지, 장애인의 권리가 무엇인지, 우리 사회에 제시하는 척도가 될 수 있으나, 이런 식으로 모든 차별의 영역과 한꺼번에 다룰 경우 그 의미는 힘을 잃고 퇴색할 것이며, 당사자인 장애인들은 또다시 차별 앞에 무기력하게 당하면서 살아갈 것이다.
이번 사회적 ‘차별금지법안’은 그간 우리의 요구가 한낮 주장에 불과했음을, 그리고 노무현 정권에서도 외면과 소외의 대상이었음을 드러내는 일에 다름 아니다. 따라서 우리 장추련은 독립된 장애인차별금지법과 차별시정기구를, 450만 장애인의 이름으로 당당하게 요구하는 바이다.
하나, 국가인권위원회는 현재 인권위원회 기능과 차별금지법만으로는 장애인차별금지에 한계가 있음을 인정하라!
하나, 독립적인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과 장애인차별금지위원회의 설립 필요성을 인정하라!
하나, 국회는 계류 중에 있는 ‘장애인차별금지및권리구제등에 관한법률’을 조속히 제정하여 장애인을 인간으로 대접받을 수 있도록 책임을 다해라!
이제는 국가가 응답하라!
2006. 3. 28
장애인차별금지법제정추진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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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문]독립적인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기자회견
- 3월 31, 2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