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세계보건기구(WHO)에서 발표한 ‘장애인의 건강 형평성에 관한 글로벌 보고서’에 따르면, 장애인이 비장애인들에 비해 조기 사망하는 이유를 건강 불평등 때문이라고 밝혔다. 특히 장애인의 천식, 우울증, 당뇨병, 비만, 구강질환, 뇌졸중 발생 위험률이 비장애인에 비해 두 배까지 차이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장애인건강보건통계(2019년)에 따르면 장애인의 다빈도 질환은 장애 유형별 장애와 관련한 주요 질환들이 상위에 분포하고 있고, 고혈압과 당뇨병 등 만성질환 유병률은 비장애인에 비해 2.7~2.8%의 차이가 난다. 장애인의 낮은 건강검진 수검률을 감안하면 실제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장애인의 의료보장에 대한 요구를 반영하여 2015년 「장애인 건강권 및 의료접근성 보장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었지만, 보건과 복지의 유기적 연계를 위해서는 장애인 건강 전담부서의 설치는 필수적이었다. 장애계는 끊임없이 장애인 건강 전담부서 설치를 요구해왔고, 복지부의 ‘장애인 건강과 신설’은 간절한 염원의 응답으로 보인다.
장애계는 보건복지부의 장애인 건강과 신설을 환영하며,
장애인 건강증진을 위한 올바른 정책 방향 수립과 실천을 제안한다.
첫째, 장애인건강보건종합계획 수립으로 중장기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 수립으로 국민의 건강관리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장애인건강보건통계가 매년 발표되고 있지만 목표 설정에 대한 계획은 장애인종합계획에 일부 포함되어 있어 포괄적이고 지속가능한 지표 설정이 필요하다.
둘째, 장애인건강전달체계를 정비해야 한다.
중앙장애인보건의료센터-지역장애인보건의료센터-지역사회중심재활사업(CBR)을 수행하는 보건소, 권역별 재활병원, 재활의료기관의 기능이 혼재되어있다. 각 기관별 역할정립으로 지역, 장애 유형에 상관없이 건강서비스를 이용 할 수 있도록 구축해야 한다.
셋째, 장애인건강주치의, 장애치과주치의, 장애친화건강검진기관, 발달장애인 거점병원, 장애인구강진료센터, 장애친화산부인과 등 장애인건강보건관리 사업 현황을 재점검, 개선해나가야 한다.
각 사업별 장애인 이용현황과 문제점들을 분석한 결과보고가 없다. 이용자에 대한 분석, 저조한 이용 실적 원인 파악, 장애인 당사자 및 장애계의 필요 욕구 조사, 개선점 등을 반영하여 보완해 나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유령제도로 전락해 버릴 것이다.
장애인 건강 체계를 확립하기 위해서는 의료-복지의 연계가 필수적이다.
‘장애인 건강과’는 사회복지를 담당하는 제1차관 산하 장애인 정책국 안에 설치되었다. 그러나 보건의료정책, 건강보험 정책, 건강정책, 보건산업 정책을 관할하는 조직은 제2차관 산하에 있다. 정책 추진을 위해 의료 전담부서 협조가 잘 이뤄질지 염려되는 바이다.
풀어야 할 과제가 많은 장애인 건강권! 60대 이상의 장애인이 63.4%로 초고령화에 진입하고 있으며, 30대 이하의 장애유형의 66%는 발달장애인이다. 장애인 건강 정책과 제도는 모든 연령과 유형의 장애인을 포괄할 수 있도록 변화해야 한다. 장애 안에서 또 다른 차별을 겪지 않도록 촘촘한 의료보장을 설계해야 한다.
2023년 계묘년(癸卯年), ‘장애인 건강과’가 토끼처럼 뛰어다니며 의료계·장애계와 지속적인 소통으로 장애인 건강 전담과로서 올바른 방향을 잡아나가는 한해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