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속화되는 디지털 정보 격차
키오스크를 비롯하여 전자결제, 모바일뱅킹, 모바일 예약 등이 빠르게 늘면서 디지털에 능숙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 간의 격차가 커지고 있다.
젊은 세대들은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알아서 척척 해낸다지만 장애인, 노인 등 사회 취약계층은 ‘디지털 약자’로 전락하고 있다.
2022년 디지털 정보격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장애인의 디지털정보화수준은 일반 국민 대비 82.2%로 지난해 보다 0.5% 상승했지만 여전히 80%대에 머무르고 있다. 2022년 웹접근성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60.9점으로 해마다 0.1점씩 미미하게 상승한다.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디지털기술을 이용하고 세상을 살아갈 수 있도록 시대에 맞는 법과 제도가 필요한 시점이다.
2년 반째 제자리 디지털포용법
2001년 제정된 「정보격차 해소에 관한 법률」이 2009년 폐지되면서 「지능정보화기본법」으로 통합되었다. 「지능정보화기본법」은 1995년 「정보화촉진기본법」에서 시작하여 2009년 「국가정보화기본법」이 되었고, 2020년 전부 개정되어 지금의 「지능정보화기본법」이 되었다. 하지만 비대면 중심의 디지털 전환이 일상으로 확산되는 요즈음의 기술 발전과 포용정책을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
2021년 1월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국회의원은 디지털포용법을 발의했다. 문재인정부 당시 발의한 이 법은 디지털포용위원회 설치, 전문기관 설립, 디지털역량교육 등의 내용을 담고 있으나 2022년 1월이 돼서야 공청회가 개최되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공동주최하며 법 제정에 탄력이 붙는 듯 했지만 상임위에서 논의조차 되지 못한 채 멈춰있다.
윤석열정부 출범 후 2022년 11월 국민의힘 박성중 국회의원은 디지털포용법을 다시 발의했다. 디지털역량 함양 종합정보시스템을 구축하고, 디지털취약계층의 사회참여 지원,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을 발의한 박성중 의원이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여당 간사로 여·야 간 쟁점이 없고 논의목록 1호로 상정하는 법안이기 때문에 상임위만 열리면 통과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나 회의 일정은 아직까지 미지수다.
디지털 격차 해소 및 취약계층의 역량 강화를 공약으로 제시한 윤석열정부의 국정과제 속에서 디지털 전환 지원 관련 과제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또한 올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업무계획을 보더라도 디지털 전면 확산을 3대 추진방향 중에 하나로 제시하고 있을만큼 정부의 관심은 지대하다.
디지털포용법에 대한 장애계 첫 의견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은 지난해부터 활동 중인 “장애포괄 디지털전환위원회”를 통해 부처별 디지털 정책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새로운 정책 개선과 전략 추진에 있어 장애인문제가 배제되지 않도록 학계, 기업, 장애계가 함께 모여 의견을 교환하는 협의체다.
지난 18일에는 디지털포용법에 대한 검토의견서를 작성하여 법을 발의한 강병원·박성중 의원실에 전달했다. 장애인의 디지털 접근성 향상을 위해 디지털포용법이 제정되는 것은 환영하지만 장애당사자 입장에서 큰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과 모든 국민을 포괄하는 법 속에 장애 특수성과 접근성이 초기 단계부터 고려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국가나 지능정보사업자가 장애인의 접근성을 보장하지 않았을 때의 제재 방안이 필요하다는 점, 지능정보서비스 및 제품의 접근성 품질인증의 실효성을 담보해야 하며, 강병원 국회의원이 제안한 것처럼 별도 위원회를 설치하고 디지털취약계층의 접근성 전문가 참여 보장을 제안했다.
사회가 비대면 방식으로 전환되는 것은 사람의 편리함을 위함이지 배제시키고자 함이 아니다.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 앞에 장애인이 포용되는 법과 제도가 속히 마련돼야 한다.
*작성자 :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남궁 은 책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