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 존폐’보다 당사자 ‘선택권 보장’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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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가 국정과제로 선언한‘장애인 탈시설과 지역사회 정착 환경 조성’,만4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렇다 할 성과는커녕 기본계획조차 불투명하다.탈시설 정책 법적 근거 마련을 위해 지난해12월 국회의원68명의 공동발의로 상정된 장애인탈시설지원법은 반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국회 소관위 심사 계류 중인 상황이다.

지역사회 내 자립이라는 탈시설 정책의 기본방향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다만 그 방식에 있어서는 입장의 차가 존재한다. ‘정책의 동력이 될 법 제정이 먼저다지역사회 인프라 구축이 먼저다라는 찬반양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장애인 탈시설 지원법 안에 10년 내 거주시설을 폐쇄한다는 조항이 있는데, 지역사회에서 장애인을 위한 구체적 대안도 없이 폐쇄한다면 사람이 죽을 수도 있다.” – 김재익 이사장(해냄복지회)

“탈시설 해서 지역사회에서 산다고 치자. 우리 아이가 밥을 굶을 때, 누가 밥을 먹이나. 가족이 탈시설 막지 말라? 무책임한 말들이나 하지 말라.” – 고선순 회장(한국장애인부모회)

“지역사회 자원에 없었던 것이 아니라 적정한 시기에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것이 문제이고, 또 부모나 가족의 굴레를 이제는 국가에 지우기 위해서는 법안이 필요하다.” – 장혜영 국회의원(정의당)

 

– 제1회 장애인리더스 포럼 “장애인탈시설지원법 제정, 현재 그리고 앞으로의 길을 말하다” 참여자 발언 中


찬성 측에서는 시설이라는 폐쇄성과 집단성 등 구조적 한계를 지적한다.이로 인해 지속적으로 학대,방임과 같은 인권유린이 쉽게 발생하고,사건이 은폐되거나 사후조치가 늦어지는 등 여러 폐단이 있다고 주장한다.결국 근본적인 해답은‘탈시설’이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반대 측에서는 일부 시설에서 발생하는 문제 상황을 일반화시켜시설은 나쁘다라는 프레임에 가둘 경우,시설 생활을 원하는 장애인에게 오히려 낙인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특히현재 발의된 장애인탈시설지원법의 핵심인‘10년 내 모든 거주시설 폐쇄’에 대해서는,지역사회 안착을 위한 인프라 부족으로 가족 부담이 늘고,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는 점 등을 이유로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UN장애인인권선언19조에서 천명한 바와 같이탈시설정책은 시설 존폐 여부가 아닌 당사자의자기결정권을 얼마나 존중하는지에 방점이 찍혀야 한다.지금처럼 시설 존폐나 소형화 인정 여부의 관점에서만 탈시설 논쟁이 흐른다면 주거나 인적서비스 지원 등 당사자들의 개별 욕구를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지긴 힘들다.

UN장애인권리협약 제19<자립적 생활 및 지역사회에의 동참>

이 협약의 당사국은 모든 장애인이 다른 사람과 동등한 선택을 통하여 지역 사회에서 살 수 있는 동등한 권리를 가짐을 인정하며, 장애인이 이러한 권리를 완전히 향유하고 지역사회로의 통합과 참여를 촉진하기 위하여, 효과적이고 적절한 조치를 취한다. 여기에는 다음의 사항을 보장하는 것이 포함된다.

() 장애인은 다른 사람과 동등하게 자신의 거주지 및 동거인을 선택할 기회를 가지며, 특정한 주거 형태를 취할 것을 강요받지 아니한다.

() 장애인의 지역사회에서의 생활과 통합을 지원하고 지역사회로부터 소외되거나 분리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개별 지원을 포함하여, 장애인은 가정 내 지원서비스, 주거 지원서비스 및 그 밖의 지역사회 지원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다.

() 일반 국민을 위한 지역사회 서비스와 시설은 동등하게 장애인에게 제공되고, 그들의 요구를 수용한다.



시설 안이든 밖(지역사회)이든 제대로 살아갈 환경이 갖춰진다면 장애인 스스로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살아갈지 선택은 결국 당사자의 몫이다.시설이냐 아니냐를 따지다가 정작 지역사회로의 안착을 위해 풀어야 할 많은 과제들이 뒷전에 놓여서는 안 된다.당사자의 선택권 확대에 도움이 될만한 모든 선택지를 열어놓는 방향으로 논의가 확장되어야 하지 않을까?

지금이라도 정부와 장애계는 양극단의 논쟁에서 벗어나 시설에 살고 있는 장애인들이 정말 원하는 것은 무엇이고 당사자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 지 머리를 맞대야 한다.상호 이해와 합의점을 바탕으로 그간 미온적 태도를 보여온 정부에게 적극적 자세를 요구하는 채찍질을 가해야 할 것이다.

–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정혜영(chyoung41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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