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권리보장법, 긴긴 기다림의 종착지는 어디일까

아직도 베일 속 장애인권리보장법
2012년 12월, 제18대 대통령선거 새누리당 정책공약집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을 약속했다. 정책공약집의 제목도 “세상을 바꾸는 약속 책임 있는 변화”라는 이름이었기에 우리의 바람이 이루어질거란 굳건한 믿음이 있었다.

그간 장애계는 장애등급제 폐지와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을 통해 시혜와 동정에 기초한 장애인복지의 낡은 패러다임을 벗어버리자고 주장해왔다. 박근혜 후보의 당선으로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 의제가 처음으로 공식적으로 채택되어 기대했지만, 기대는 물거품이 되었다.
 

20대 국회가 개원하며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 움직임이 여러 차례 있었다. 첫 발을 내딛은 건 양승조 국회의원이다. 2017년 1월, 장애인 권리보장 및 복지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한 것이다. 현재의 장애인복지법을 대체하는 것을 전제로 7장 171개 조문이라는 방대한 법이 세상에 나왔다. 2019년에는 오제세 국회의원과 김승희 국회의원이 각각 장애인권리보장법을 발의했다. 야당에서는 이종명 국회의원이 장애인기본법을 발의했다. 장애인복지법은 그대로 두고 장애 관련된 법령을 아우르는 방향성을 제시하는 내용이었다. 여러 의원을 통한 활발한 논의가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결과는 임기만료로 자동폐기되는 수순을 밟았다.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고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은 국정과제로 채택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부터 첫번째 공약으로 장애인권리보장법을 내세워 왔다. 2022년 국회 제출을 목표로 전문가 연구, 민관 협의 등의 과정을 거쳤다. 그러나 지금까지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의 이념을 토대로 기본법 성격의 ‘장애인권리보장법’과 서비스를 규정하는 ‘장애인복지법’으로 양분한다는 계획만 밝혀져 장애인이 필요로 하는 내용이 얼만큼 담길지 아직은 불투명하다.

장애인권리보장법에 담겨야 할 핵심사항7가지
지난 20대 국회에 발의된 양승조·오제세·김승희 국회의원의 장애인권리보장법(안)은 세부적 차이는 있지만 내용은 닮아있다. 세 법안을 중심으로 장애인권리보장법의 쟁점사항을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확장된 장애 개념을 정의하고 있다. 지금은 의학적 손상 중심으로 신체적 장애인지, 정신적 장애인지를 구분한다. 그러나 장애인권리보장법(안)에서 장애는 개인의 책임이 아니라 문화적, 물리적, 제도적 장벽으로 인해 사회참여에 제약을 주고 있는 상태로 폭넓게 규정하고 있다.

둘째, 정부부처간 의견을 조정하며 장애인정책을 수립하는 기구로 국무총리 소속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를 대통령 소속 국가장애인위원회로 격상시키는 것이다. 또한 사무처를 설치하여 연례행사로 열리는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의 기능을 활성화시키고자 하였다. 오제세 의원과 김승희 의원(안)에서는 시·도지사 소속 지역장애인위원회를 설치하는 것까지 포함하고 있다. 또 세 (안) 모두 정부에서 5년마다 수립하는 장애인정책종합계획을 지역에서도 수립하도록 하고 있다.

셋째, 장애인 학대 예방 목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의 기능을 장애인 차별금지와 인권보장 등 권리침해 예방의 목적으로 확대하고자 하였다. 단체소송을 도입하여 장애인 권리 침해에 대해 실효성 있게 구제 받을 수 있도록 하였다. 명칭은 장애인권익옹호기관 그대로 하자는 오제세 의원(안)과 장애인권리옹호센터로 변경하는 양승조·김승희 의원(안)이 있지만 지금보다 강력한 구제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취지는 동일하다.

넷째, 장애인으로 등록하고 복지서비스에 대해 심사하는 전달체계를 도입하고자 하였다. 현재는 국민연금공단에서 장애정도를 판단하고 일상생활서비스와 이동지원서비스의 필요도를 파악하는 서비스 지원 종합조사를 수행하고 있다. 이를 전문적으로 시행하는 중앙 및 지역장애인종합지원센터를 설치하고 개인별 지원계획을 수립하여 장애 판정부터 서비스 연계까지 일원화된 전달체계를 유지하고자 하였다.

다섯째, 장애인지예산을 제안하였다. 장애인은 사회적으로 차별받고 있으며, 장애인 정책은 여러 정부부처에서 수립하고 있어 각 부처 예산이 장애인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정책효과 등을 평가하기 위하여 장애인지예산을 수립하고자 한 것이다.

여섯째, 소득보장에 관한 내용이다. 노동시장에서 근로를 통한 소득창출 기회가 적은 장애인을 위하여 장애로 인한 추가비용 등의 기본 생계를 보장하기 위한 소득보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헌법이 보장한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에 해당하며, 양승조 의원은 표준소득, 오제세 의원은 기본소득이라고 명하였지만 유사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일곱째, 탈시설 및 거주전환 지원이다. 장애인이 거주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자립생활 할 수 있도록 주거전환에 대한 조치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오제세 의원과 김승희 의원은 중앙 및 지역장애인탈시설지원센터를 설치하고자 하였다. 또한 세 법안에서 모두 장애인의 자립생활을 지원하기 위하여 자산형성 지원을 제안하고 있다.
 

이 밖에 주거지원, 참정권, 문화향유 지원 등 장애인이 기본권을 지키며 인간다운 생활을 하기 위하여 전반적인 영역에 대해 폭넓게 제안하였다. 변화하는 장애인 지원 패러다임을 반영하기 위해 장애인의 다양한 바람들이 담겨있지만 요란한 빈 수레가 되고 말았다.

지난 2일, 유엔 회원국의 만장일치로 우리나라는 선진국 지위를 획득했다. 하지만 장애에 대한 사회적 태도는 아직 따라오지 못했다. 장애인의 완전한 사회참여와 자립적인 삶의 영위라는 꿈은 아직도 현실이 아닌 꿈으로 남아있다.
 

* 작성자 :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남궁 은 팀장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Languag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