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은 4월 17일(월) 국회의원 이종성·최혜영과 함께 ‘장애친화 건강검진기관 활성화를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습니다.
정부가 2018년부터 장애친화 건강검진기관을 지정하고 있지만 당초 100개를 만들겠다는 목표가 2022년에서 2024년, 최근에는 2027년으로 계속해서 지연되면서 장애인들의 불편은 여전하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지정된 장애친화 건강검진기관은 22개소에 불과하며, 그 중에서 문을 연 곳은 11개뿐입니다. 왜 이렇게 더딘걸까요?
발제를 맡은 이경숙 교수(서울대학교 간호대학)는 건강검진기관이 정부에 공모하여 지정받고, 장애친화 검진기관으로 개소하기까지 평균 17.3개월의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고 했습니다. 신청 당시에는 얼마나 많은 시설을 개선해야 하는지 모른채 신청했다가 신청을 철회하는 경우도 빈번하다고 했습니다.
장애친화 건강검진기관으로 지정받으려면 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과 검진장비, 인력기준을 충족해야 합니다. 장애인이 들어와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도록 출입구 턱을 없애거나 점자블록을 설치하고, 탈의실, 검진실 등도 넓은 공간을 확보해야 하는데요. 또 장애인전용 주차구역이나 화장실도 갖추어야 합니다. 이런 시설을 개선하는데 정부의 지원금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의료기관의 규모를 고려한 지급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장애친화 건강검진기관은 장애인을 위한 9가지의 필수장비를 갖추어야 합니다. 그런데 검진기관마다 장비를 구입하는데 드는 비용이 천차만별이라고 하는데요. 장애특화 신장계의 경우 70.8배 차이가 나고, 성인용 기저귀 교환대(6.8배)나 휠체어 체중계(5.5배)도 5배 이상 차이가 나고 있었습니다. 현재는 외국에서 구입하는 장비가 많기 때문에 고가인데요. 다른 검사로 대체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를 포함해서 정부의 가이드라인이 필요합니다.
장애인 건강검진에 투입되는 업무강도가 비장애인보다 1.8배 이상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습니다. 또 현재의 인력에게 실습중심의 교육과 장애유형별 매뉴얼을 마련해 장애인을 지원하는데 숙련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습니다.
이 밖에 검진기관에서 장애에 대한 사전정보를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고 검진에 참여할 수 없는 이유를 구체적으로 작성·관리할 필요성, 검진 이후 유소견자에 대한 사후관리 실시, 지역 의료기관 대상 장애친화 건강검진기관에 홍보 확대 등 장애인 건강검진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제언들을 발표했습니다.
토론자로는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김주현 정책국장과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김형희 이사장,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임선정 수석, 국립재활원 장애인건강검진센터 조용익 실장, 이종성 의원실에 오창석 보좌관, 보건복지부 김정연 장애인건강과장이 참여했는데요.
김주현 정책국장(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과 김형희 이사장(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은 장애당사자로서 건강검진에서 경험한 어려움들을 현실적으로 지적해주었습니다. 일단 장애인을 건강검진 해주는 기관을 찾는데서부터 어려움이 있고(지레 안된다는 거부), 검진기관까지의 이동의 어려움, 검진공간이 비좁아서 전동휠체어로 이용이 어렵고 청력검사실에는 들어갈 수 없어 검진을 받을 수 없었다는 이야기를 공통적으로 하였습니다. 옷을 갈아 입거나 휠체어에서 침대로 이동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보호자나 활동지원사가 도와주는게 더 편한데 안된다고 거부하거나, 검진인력이 너무 많은 상황에서 커텐이나 가림막 없이 반인권적으로 검진을 받아야 하는 불편함도 호소했습니다. 또 문진표를 작성할 때, 의료진과의 의사소통, 당사자가 아니라 보호자와 소통하려는 의료진의 태도 등 인식 개선이 필요한 부분도 많이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장애친화 건강검진기관이라고 해서 찾아갔지만 예약이 다 차있거나 의료진이 특정 요일에만 진료하고 있고, 검진할 수 없는 항목이 존재하는 등 완벽하지 않은 모습이었습니다. 김형희 이사장님의 경우 지난해 11월부터 지금까지 7개의 병원을 돌아다니면서 건강검진을 받고 있지만 아직도 검진을 다 끝내지 못했다고 하니 참 심각한 일입니다.
임선정 수석(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은 건강검진기본법에서 국민의 권리로 건강검진을 보장하고 있지만,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건강 격차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공공인프라 구축을 통해서 검진기관을 확대해야 하고, 17개 지역별로는 장애유형별 특화 건강검진기관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습니다. 그리고 지역 복지관이나 직업재활시설같이 장애인들이 많이 이용하는 기관에 찾아가는 검진서비스를 제공할 필요가 있고요. 장애유형별로 질병의 양상과 필요한 검진이 다르기 때문에 양적 확대에만 초점을 맞출게 아니라 서비스 이용자와 의료종사자, 의료기관의 어려움을 종합해서 대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장애친화 건강검진기관을 운영하고 있는 조용익 실장(국립재활원 장애친화 건강검진기관)은 2021년 11월 장애친화 건강검진기관으로 지정 후 지적, 지체, 뇌병변장애인 순으로 검진에 참여하였으며, 장애인을 검진할 때 보조인력의 배정과 충분한 시간을 두고 검진을 진행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또한 문진시 보호자가 참여하는게 효율적일 수 있다고 했는데요. 장애친화 건강검진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지역 장애인단체나 시설 대상 홍보를 확대하고, 검진센터까지 이동지원 서비스, 주치의 등 지역사회 건강관리 프로그램과 연계가 필요하다고 제안했습니다.
이종성 국회의원은 지방의료원을 장애친화 건강검진기관으로 의무 지정하는 법안을 지난해 발의했는데요. 지난 2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공공보건의료기관을 당연 지정하도록 하는 장애인건강권법 개정안이 의결된 바 있습니다. 오창석 보좌관(국회 이종성 의원실)은 법안의 내용과 실제 운영될 수 있는 적정한 재원 마련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습니다. 또한 장애당사자단체와 긴밀한 소통을 통해 장애인의 욕구에 기반한 사업을 확대해가야 한다고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김정연 과장(보건복지부 장애인건강과)은 민간 건강검진기관의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올해부터 안전편의관리비 가산수가를 3.7만원에서 5만원으로 상향하였으며, 발달장애인부터 시작해 장애유형별 검진 매뉴얼을 만들겠다고 했습니다. 또한 장애친화 건강검진기관 지정부터 개소까지 걸리는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컨설팅을 지원하고, 17개 시·도 장애인보건의료센터와 시군구 보건소, 복지관, 단체 등을 대상으로 안내책자를 배포해 홍보를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는데요. 혼자서 고민하던 부분을 현장에 와서 다양한 이야기를 듣고 깨닫는 점이 많았다고 하면서 시간이 걸리겠지만 차차 개선해나가겠다고 했습니다.
이 날 토론회에는 유튜브 댓글을 통한 의견도 쏟아졌는데요. 휠체어 이용 장애인이 검진시 경험하는 불편함은 노인에게도 동일한 문제일거라고 하면서 적어도 시군구 내의 검진센터와 병원이 장애친화적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고요. 복지부에서 의료진의 낮은 장애인식과 비싼 장비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나갈 계획인지 질문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활성화가 안되고 있는데 장애인들은 잘못이 없다면서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은 토론회에 나온 내용을 바탕으로 정부에 장애친화 건강검진 활성화를 위한 정책건의를 할 것입니다. 장애인도 차별없이 건강권을 누릴 수 있도록 여러 의견들을 제안해주시기 바랍니다.
*현장에 참석하지 못했거나 토론회 내용이 궁금한 분들은 유튜브 다시보기로 시청할 수 있습니다. (유튜브 다시보기 바로가기)
작성자 :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남궁 은 책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