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자리가 있었는데요, 없었습니다.

현재 일반 및 고속철도는 휠체어석 운영, 운임 할인 등 장애인 승객 대상 다양한 제도 운영 중이나 이용 시 여러 불편 발생
출발역 기준 출발시간 30분 전 수동휠체어석의 일반좌석화, 중간 지점 탑승 휠체어 승객은 구매 기회 박탈 가능
전동휠체어석, 빈 공간으로 오해 받아 짐이나 입석 승객이 타있어…최근 입석 승객 많아 휠체어 승객 탑승거부 당하기도 해
손 이용이 불편하거나 보호자가 대리 구매하는 등 직접 표 구매 어려움에도..’표 선물하기’ 기능 비활성화

‘국내 여행’하면 ‘기차 여행’을 떠올릴 수 있다. 단순히 어떤 목적지로 가는 것만이 다가 아니다. 그 안에서 바라보는 풍경, 동행과 나누는 대화, 기차 안에서 먹는 음식 그 모든 것이 추억이 될 수 있다. 장애인은 그런 추억을 갖는 것이 사치다. 기차표를 구매하는 것부터 착석하는 것까지 불편의 연속이다.
 

장애인의 편안하고 원활한 기차 이용을 위해 다양한 제도들이 시행되고 있다. 교통약자 이동편의증진법에 의거해 고속철도(KTX, SRT)에는 편당 수동휠체어석 3석 이상과 전동휠체어석 2석 이상을, 일반철도(무궁화호 등)는 휠체어석 4석 이상 설치해야한다. 전용좌석 부근에는 휠체어 보관 장치와 장애인전용화장실 등을 설치하는 등 다양한 편의가 제공되고 있다. 장애인복지법에 따라서는 경제적 부담을 덜기 위해 기차표 예매 시 일정 비율 할인된 가격으로 예매할 수 있다.
 

다양한 제도 덕분에 기차를 이용하는 장애인도 많다. 교통약자 이동편의 실태조사(2021)에 따르면, 장애인의 8.1%가 지역 간 이동 시 ‘기차’를 주로 이용한다고 답했다. 자동차나 버스 다음으로 많았다. 제도는 잘 작동하고 있지만, 제도 운영상에 문제가 나타나 기차 이용이 불편하다. 주로 기차표를 예매하고 착석하는 데에 문제가 발생한다.
 

먼저 예매 시 불편함이다. 수동휠체어석은 출발역에서 출발하기 전에 예매하지 않는 이상 자리 확보가 어렵다. 출발역 기준 출발 30분 전까지 수동휠체어석이 비어있다면 일반좌석으로 전환돼 비장애인도 수동휠체어석 구매가 가능하다. 수동휠체어석은 일반좌석과 동일하지만 휠체어 보관함이나 장애인화장실이 가깝기에 편리하다. 중간 지점에서 수동휠체어석에 탑승하고자 하는 휠체어 이용 장애인은 예매 기회조차 사라질 수 있다.
 

표를 대리구매 하는 것도 쉽지 않다. 보통 휴대폰 어플로 실시간으로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 장애인 중에는 손을 사용하기 어렵거나 보호자가 구매해야하는 등 표를 직접 구매할 수 없는 상황이 있다. KTX는 비장애인이 휠체어석 표를 구매하고 선물할 수 있게 되어있으나, SRT는 그 기능을 쓸 수 없는 문제가 있다.
 

어렵게 표를 구해도 ‘착석’이라는 또 다른 산을 마주하게 된다. 전동휠체어 좌석은 시인성이 높지 않아 다른 용도로 쓰이는 경우가 나타나고 있다. 전동휠체어 좌석은 의자 따로 없이 전동휠체어를 고정하는 설비만 갖추고 있어 얼핏 보면 텅 빈 공간으로 오해하기 쉽다. 좌석에 대한 안내표지마저도 조그맣게 붙어있어 전동휠체어 좌석임을 인지하지 못할 수 있다. 실제로 빈 공간으로 알고 짐을 둔 비장애인 승객과 다툰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짐뿐만 아니라 비장애인이 전동휠체어석을 차지하고 있는 경우도 발생한다. 입석은 다른 좌석과 달리 좌석에 대한 구분이 없어 주로 빈 공간에 서있는 형태로 되어있다. 열차 간 통로에 서는 것이 보편적이지만 주말이나 명절처럼 수요가 많은 날은 열차 내에 서있기도 한다. 휠체어가 없다면 굉장히 넓은 공간이 되는 전동휠체어석에도 사람들이 서있는 것이다. 최근 정당하게 표를 구매한 휠체어 이용 장애인이 열차에 탑승하려 하자 입석 탑승객이 너무 많다며 탑승 거부를 당한 사례도 있었다.
 

여느 사람들처럼 편안한 여행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제도가 시작되었지만, 예매와 착석과 같은 기초적 요소가 삐그덕대고 있어 험난한 여행을 하게 된다. 전윤선 대표(한국접근가능한관광네트워크)는 “휠체어 이용 장애인의 장거리 여행은 ‘기차’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기차는 다른 교통수단에 상대적으로 접근성은 높고 멀리까지 편안하게 이동할 수 있는 수단이다. 기차에서의 모든 여정이 추억이 될 수 있게 불편사항들이 해결될 필요가 있다. 장애인제도개선솔루션은 한국철도공사에 전동휠체어 좌석 표시 시인성을 강화하고 휠체어 이용 장애인 탑승 거부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마련토록 요청했다. 수동휠체어 좌석의 일반좌석 전환 문제도 해결하도록 요청했다. (주)에스알에는 휠체어 좌석 ‘선물하기’ 기능을 활성화할 수 있도록 요청했다.

진행상황

○ 한국철도공사, (주)에스알에 건의서 발송(23.04.27)
 

[내용]

– 전동휠체어 좌석 표시 시인성 강화(주차구역 표시)(한국철도공사)
– 휠체어 이용 장애인 탑승 거부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한국철도공사)
– 수동휠체어 좌석의 일반좌석 전환 문제 해결(한국철도공사)
– 기차표 휠체어 좌석‘선물하기’기능 활성화((주)에스알)


[공문 회신]
– 장애인, 국가유공자 등 할인 적용된 승차권을 선물할 수 있도록 개선 예정(에스알/23.05.10)

– 시인성 향상을 위해 전동휠체어 전용공간 바닥에 전용공간 ZONE 표기 설치 예정, 공사 접객분야 전체 직원에 대해 특별교육을 시행하고, 교통약자 관련 매뉴얼 정비함(휠체어 이용 승객 우선 승차토록 안내 등). 현재 중간역에서 승차하는 교통약자 이동편의를 위해 미판매된 전동휠체어 2석(전석)과 수동휠체어 1석은 종착역까지 휠체어석으로 제공 중이며, 추후 휠체어석 이용률과 고객의 소리(VOC) 등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여 휠체어석 이용에 불편이 없도록 노력하겠음(한국철도공사/23.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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