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초 정부는 장애인서비스종합조사도구를 공개했지만 다양한 장애 특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기존체계를 답습하여 장애계의 거센 비판을 받았습니다. 두 달이 지났지만 개선 진행경과는 알려진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이에 장애인공동대응네트워크는 보건복지부를 불러 현재 장애인 등급제 폐지 진행사항을 공유하고, 서비스종합조사도구에 대한 장애계의 의견을 전달하는 자리를 가졌습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오제세 의원이 축사를 통해 정책 간담회 개최를 축하하고, 의의를 설명하고 있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복지부는 장애인 등급제 폐지를 담당하는 정순길 서기관이 참석하였고, 각 장애유형 단체별로 참석하여 의견을 모았습니다.
공동대응네트워크와 함께 간담회를 주최한 오제세 의원은 “장애인 활동지원서비스를 비롯한 돌봄이 장애인의 욕구에 기반해 제공될 수 있도록 모색되기를 바란다.”며 이 자리를 만든 의의를 밝혔습니다.
먼저 보건복지부 정순길 서기관이 먼저 현재까지 진행 사항에 대해 밝혔습니다. 정 서기관이 밝힌 경과는 3가지로, 토론회 이후 장애인복지법 하위법령 개정, 서비스 기준 개편, 전달체계입니다. 하위법령은 법제처 심사중이며, 전달체계 개선은 없을 것으로 이야기 했습니다.
보건복지부 정순길 서기관이 현재까지 진행경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정 서기관은 “우리나라 장애인 복지는 OECD보다 낮은 수준”이라며 “OECD 평균 8조원 수준까지 올리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현재 예산안 심의 중이지만 정부안보다 증액되어 3조 1천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서비스 개편에 대해서는 장기적으로 바라볼 때는 질적 평가를 기반으로 해야 하는 것에 동의를 표했습니다. “일본, 영국 정도만 정형화된 조사도구로 총량을 평가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질적 평가가 중요하지만, 표준화된 사정체계를 만들어 점진적으로 질적평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여러 이야기를 했지만, 구체적인 개선 방안이나 방향에 대해 이야기하진 못했습니다. 서비스종합조사표 관련해서도 뚜렷한 개선책을 내놓지 못해 장애계의 질타를 받았는데요. 정 서기관은 “토론회 이후 내부적으로 실무진, 전문가들과 의견을 나누고 장애계로부터 자문도 받았다”면서 조심스럽게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이연주 팀장은“종합조사표 문제에 대해 문제제기 한지 3개월이 지났고, 토론회를 한지 2개월이 넘었는데 달라진 게 없다. 수정하겠다는 건지, 시간이 흘러가서 시행시기가 돼서 하겠다는 건지 알 수가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또한 “우리는 종합조사표가 수정되지 않는다면 복지부 정책에 협조할 수 없다. 그 이후 벌어지는 사태에 대해서는 인지하셔야 한다”면서 “감각성 장애가 전혀 배제된 종합조사표를 당장 수정하라”고 촉구하였습니다.
발표자들이 정 서기관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있다. 앞쪽부터 이연주팀장, 홍현근 국장, 김수연 부장 ⓒ에이블뉴스
한국정신재활시설협회 윤선희 사무총장과 한국농아인협회 김수연 부장도 각각 정신, 청각장애인에 맞춘 유형별 종합조사표를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습니다.
윤선희 사무총장은 “정신장애인은 신체적으로 별 문제가 없고 인지기능 자체도 어렵지 않다. 문제는 일상생활에서 대처하는 법이 어렵다”면서 “사회활동 영역에 ‘사회적 관계 철회’, ‘만성적 무기력’, ‘여가 및 관심의 추구’ 등 사회적 역할에 대한 항목을 추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자리에 참여한 정신장애인 당사자들도 이 부분에 동의하였습니다.
김수연 부장은 “청각장애인은 활동지원제도에 준하는 일상적인 의사소통을 위한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면서 종합조사표에 청각장애인을 위한 의사소통지원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과거부터 청각장애인의 의사소통 지원이 점점 소원해지고 있다는 말도 덧 붙였습니다.
한국여성장애인연합 박혜경 상임대표는 “토론회 이후 조사표가 전혀 변하지 않았다. 그때와 같은 내용을 그대로 읽어주셨다. 정부가 변할 생각을 안 하는데 우리가 말한다고 해도 먹힐 것인지 의문”이라면서 “있는 조사표를 짜 맞추기를 할 것이 아니라 잘못된 조사표를 없애고, 다시 새롭게 만들어달라고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내부장애에 관해서도 말이 나왔는데요. 한국신장장애인협회 이영정 사무처장과 한국장루장애인협회 전봉규 이사장은 ”내부 장애인에 대한 이해도가 너무 낮다.“고 지적했습니다. 결국 겉으로 드러나는 신체적 장애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인데요. 전 이사장은 ”소수장애는 근본적으로 서비스 종합조사도구와 맞지 않는다. 과거 복지부와 소통할 때 등급제가 폐지되면 맞춤형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고 좋아했지만 지금은 과거와 똑같아 졌다.“고 지적했습니다.
여러 비판이 나왔지만 보건복지부는 답변을 제대로 하지 못하였습니다. 다만 의견을 검토하여 정리해 설명하는 자리를 갖겠다는 의례적인 답변만 한 후 자리가 종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