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건강주치의 시범사업은 실패했다.실패를 단언하는 이유는 장애인과 의사,참여자들로부터 외면 받고 있기 때문이다.장애인건강주치의2단계 시범사업에 참여한 이용자는 중증장애인의0.1%(1,146명),주치의 활동의사는 전국88명으로 실적이 초라하다.
의료기관은 찾아오는 장애인이 없어서,교육은 받았지만 방법을 모르겠다는 이유로 주치의로 등록했어도 사업을 중단하고 있다.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조사 결과 전국89개 주치의 의료기관의70%(62개소)가 시범사업 중단 상태로 장애인이 찾아가면 진료를 거부당한다.
장애인은 시범사업을 몰라서 참여하지 못한다.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이 전국의 장애인423명에게 조사한 결과 시범사업에 참여하지 않은 이유1순위가 정보를 몰라서였다. 84%는3년 이상 진행된 시범사업 자체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다.
장애인건강주치의 시범사업은 장애인-의사간 수요와 공급의 손뼉을 맞춰야 성공할 수 있는 구조다.병원은 장애인이 오지 않아서 사업을 중단하고,장애인은 몰라서 이용률이 저조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대국민 홍보의 책임은 보건복지부,건강보험심사평가원,국민건강보험공단이 나누어가지고 있다.하지만 과연3개 기관이 어떻게 역할을 나누어 전략적으로 주치의 시범사업을 알리려는 노력을 했는지 묻고 싶다.
먼저 홍보의 내용과 방식이 불충분하다.보건복지부는 단계별 시범사업을 시작하는 시기에 맞춰 리플렛을 만들어 장애인들에게 배포했다.리플렛은 신청자격,이용방법 등을 소개하고 있으나 주치의 제도 자체에 대한 홍보는 부족하다.당사자 입장에서는 처음 이용해보는 제도이기 때문에 주치의제도가 무엇이고,무엇이 좋은지 알 수 있어야 하는데 리플렛만으로는 충분히 알기 힘들다.지면의 한계로 내용을 담기가 부족했다면 이를 알리기 위한 부차적인 노력이 있었어야 한다. 2017장애인실태조사에 따르면47.3%가TV등 대중매체를 통해 건강에 대한 정보를 얻고 있지만 효과적인 홍보 전략을 택하지 못했다.
둘째,정보를 어디서 찾아야하는지에 대한 정보가 없다.시범사업 참여기관 및 시설현황 등의 정보는 국민건강보험공단 홈페이지에서 제공하고 있다.그러나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의 조사 결과 응답자의89%가 국민건강보험공단 홈페이지에서 주치의 시범사업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고 있다.
셋째,정보의 부정확성이다.장애인이 주치의 의료기관인지 아닌지를 알 수 있는 방법은 건강보험공단 홈페이지를 통한 확인이 유일하다.그러나 홈페이지에서 정보를 확인하고 찾아가도 병원에서는 모른다며 문전박대 당하고 있다.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조사에 따르면 시범사업 참여 의료기관에서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43%였다.또한 주치의 등록 의료기관이 시범사업을 중단한 사실은 어디에서도 알려주지 않고 장애인이 일일이 발품 팔아서 확인해야 한다.홈페이지에서 편의시설에 대해서 안내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접근이 불가능한 곳도 수두룩하다.
넷째,정보 접근방법이 복잡하다.건강보험공단 홈페이지에 접속해“장애인 건강주치의 의료기관 찾기”라는 메뉴를 찾기까지 건강iN메뉴 클릭–검진기관/병원찾기 메뉴 클릭–병(의)원 정보 메뉴 클릭 등4번 이상 클릭을 통해 주치의 의료기관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지금의 인지도로는 건강보험공단 홈페이지에 들어갈 가능성도 희박한데 메뉴를 타고타고 들어가 정보를 확인해야하는 방식은 지극히 공급자 중심적이다.
지난8월23일 보건복지부는 장애인건강주치의3단계 시범사업 설명회를 열었다.그러나3단계 시범사업의 개선사항과 의견 수렴이 주가 아닌 시범사업 신청과정에 대한 홍보가 주가 돼 주객이 전도됐다.줌(ZOOM)을 활용한 온라인 회의에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등3개 단체만 초대해 폐쇄적으로 운영했다.이쯤되니 보건복지부가 이 제도를 널리 알릴 의향이 있는지 진의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보건복지부는 장애인건강주치의 시범사업의 장애인들의 낮은 인지도와 의사 참여율에 대해서 뼈저리게 고민하고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장애인과 의사가 방법을 몰라서 참여를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정확하고 신속하게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수요자와 공급자의 참여목표를 수립하고 홍보방식 등의 전향적 개선이 없다면9월 시작할3단계 시범사업도 실패가 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