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재활원은 한국사회보장정보원(등록 장애인), 국민건강보험공단(건강검진, 자격, 급여자료), 통계청(사망원인자료)를 통해 매년 장애인건강보건통계를 발표하고 있다. 장애인 건강권법 제11조, 통계법 제18조에 근거하고 있으며, 장애인 보건의료 정책의 기반이 된다는 점에 큰 의의가 있다. 이번 컨퍼런스는 코로나19 시기를 겪으며 장애인의 건강상태는 어떻게 변화했는지 살펴보았고, 특히 발달장애인들의 건강 보건 실태를 적나라하게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장애인건강보건통계는 80개의 세부항목을 통해 장애인 건강검진 수검률, 장애인 건강형태, 장애인대사증후군 위험요인, 장애인 동반질환, 장애인 다빈도질환, 장애인 의료이용 및 진료비, 장애인 사망률, 사망원인을 발표한다. 이번 통계는 2020년 12월 31일 기준 등록 장애인 약 260만명을 대상으로 1년간의 데이터를 분석한 자료다. (단, 건강검진은 2020년 짝수연도 검진 대상자만 포함하고 있다.)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장애인은 건강검진 수검률이 비장애인에 비해 낮으며 암 의심이나 양성판정이 비장애인에 비해 높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건강검진 수검률은 최대 10%p 차이가 나며, 유방암, 자궁경부암 등 여성장애인 암검진 수검률은 최대 19.2%p로 격차가 심각하다. 특히 수검률은 낮으나 수검 이후 의심 혹은 양성으로 판정되는 결과가 높아 건강검진 수검률을 높일 필요가 있다. 다빈도질환은 장애유형별 주장애 관련 질환이 높고, 만성질환 유병률, 고혈압 당뇨 등을 보면 비장애인에 비래 1.7~3.6배의 격차가 나타났다. 대부분의 장애유형에서 치은염 및 치주질환은 1~2위에 있으며, 지적·자폐성장애인의 경우 치아우식도 함께 상위권에 분포하고 있었다. 1인당 연평균 입원일수는 장애인(21.5일)이 비장애인(2.1일)에 비해 10.2배 차이가 나, 여전히 지역사회로의 복귀가 이뤄지지 않는 것을 알 수 있다. 장애인의 사망원인으로 사고사·자살(자살 조사망률은 전체인구 대비 2.1배 차이)이 많고, 장애인의 우울(13.1%) 불안(14.0%), 치매(13.0%) 발생이 비장애인의 우울(4.4%), 불안(5.7%), 치매(1.7%)보다 2.5배~7.6배 차이가 난다.
발달장애인 건강보건통계를 보면 더욱 열악하다. 암 검진 수검률을 살펴보면 비발달장애인 수검률 39.7%은 발달장애인의 수검률 26.4%과 13.3%p 차이가 난다. 발달장애인 중에서도 자폐성장애인은 8.3%로 매우 적은 수검률을 나타나고 있다. 정부는 장애인 건강검진 수검률을 높이고자 접근성을 보완한 장애친화건강검진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검진기관을 공모·선정하고 있지만 민간의 참여도 저조하고 그나마 선정된 22개 기관 중 11곳만 운영하고 있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2016년부터 2021년까지 지적장애인의 사망원인 1위는 압도적으로 암이 차지하고 있다. 지적장애인은 성인기 이전에는 장애 원인 및 관련 질병으로 사망하고 성인기에는 심장 질환 및 악성신생물 등의 질환으로 사망한다. 건강검진을 통해 질병을 조기 발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자폐성 장애인은 전 연령대에 걸쳐 사고사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 원인에 대해 모두가 궁금했지만 이번 컨퍼런스에서는 답을 내놓지 못했다. 국립재활원 호승희 과장은 통계 결과를 언급하며 장애 특성을 고려해 건강검진 시기, 대상, 연령, 항목 등 개선이 필요하고 예방중심의 필수 보건의료 서비스를 확대해야 한다는 향후 계획을 밝혔다.
발달장애인 거점병원! 이용자, 의사 및 공급자, 병원 시스템 관점에서 해결해 나가야…
발달장애인 거점병원 및 행동발달증진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김인향(한양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교수는 발달장애인이 병의원을 이용하지 못하는 이유를 이용자, 의사 및 공급자, 병원 시스템 세 가지 관점에서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발달장애인은 자신의 아픈 내용을 설명하기가 어렵고 의료진과의 의사소통이 안되며, 낯설어 하는 의료환경, 루틴한 일정 변화의 어려움 등이 있고, 의사 및 공급자는 발달장애인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병원 시스템으로 발달장애인을 위한 특별한 대기공간 마련, 의료장비시 감각이 예민한 발달장애인의 특성을 감안한 별도의 의료기기가 필요하며 도전적 행동을 대비한 추가 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발달장애인들은 병원을 가지 못하고 결국 가족케어로 연결되는 악순환 구조로 빠져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미국 발달장애인 전문 병원의 사례를 들며 진료 시 사용하는 기구를 보여주고 만져보게 해서 낯설음을 완화하고, 머리 고정 장치, 가정용 수건 등 다양한 기구에 의한 고정방법, 보조기구를 활용한 신체고정 등 표준화된 진료 프로세스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또한 발달장애인 거점병원 및 행동발달증진센터는 전국에 10개가 지정되어있어, 발달장애인들이 이용 가능한 병원을 지역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통계가 정책 기반이 되기 위해서는 건강서비스 이용 실태, 사회환경적 요인 파악 등 다학적 분석이 필요!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김성천(한국자폐인사랑협회) 부회장은 “모르는 병원에 갔을 때 받는 상처와 부정적 경험으로 병원을 이용할 수 없어, 결국 아는 의사에게 양해를 구하며 진료를 볼 수밖에 없다.”며 심리적 접근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송윤재(한국장애인부모회) 부회장은 “장애수용의 문제로 장애 등록시기가 늦어지며 통계자료에 없는 세부적인 부분들이 많기 때문에 개별적인 사례를 함께 논의해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용득(성공회대학교 사회융합자율학부)교수는 “복지와 보건의료 행정데이터를 연결하여 분석할 필요가 있고, 데이터 결과에 따른 맞춤 정책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예로 자폐성장애의 사망 연령이 낮다고 인정되면 연금 수령 시기를 조정하여 삭감 없이 조기수령 받을 수 있는 정책이 수반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임선정 수석은 통계결과를 현 제도에 적용할 수 있는 대안들을 제시했다. 특히 장애인의 자살과 우울 불안 치매 발생이 비장애인에 비해 높기 때문에 자살 실태조사에 본인 및 가족 구성원의 장애 여부와 장애 유형이 포함되어 그 근거로 장애인 및 그 가족의 정신건강을 살펴보고 그에 맞는 교육 프로그램이 제공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참석했던 발제자, 토론자 그리고 플로어들의 공통적인 의견으로 건강통계가 매년 발표되고 있지만 원인분석에 대한 후속 연구 및 발표가 이뤄져야 정책에 반영할 수 있는 근거가 될 것이라고 말하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통계는 장애를 등록한 시점부터 데이터가 산출되기 때문에 숫자의 오류에 빠질 수 있다. 이런 오차를 줄이기 위서는 장애유형과 생애주기에 따른 개별적인 사례들을 파악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 했다.
장애인 건강보건통계가 매년 발표되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그러나 단순히 장애인은 비장애인 보다 건강상태가 좋지 않다는 결과가 반복된다면 의미 없는 통계가 될 것이다. 통계가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사회 환경적인 요소, 건강서비스 이용에 대한 분석 등을 포함한 다학적 연구 발표가 동반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