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장애인 필수품 인공와우 배터리, 항공기 반입 제한돼

(사진 출처: 중앙일보 “소음 환경서 대화 어려운 일측성 난청, 인공와우 수술 효과 좋을까”/내용과 무관함)

인공와우 배터리는 소모품이어서 시간이 지날수록 가용시간이 감소하고,어떤 돌발 상황이 생길지 몰라 여유 있게 배터리를 챙기는 편입니다.비행기를 타야할 일이 있어 넉넉하게 배터리를 챙겨 갔더니,일반용/의료용 구분 없이 5개까지만 반입이 되고나머지는 반입 불가라 폐기하거나 물품보관 하라는 안내를 받았습니다.
알아보니 항공사마다 반입 가능 규정도 달랐습니다.일반용과 의료용 구분도 못하는 상황인데다, 청각장애인이 쓰는 보청기 배터리인데반입 가능 개수가 상이하다는 게 당사자의 혼란만 야기할 뿐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20년 째 인공와우 사용 중인 청각장애인 A씨)

오늘날 사용되는 일체형 배터리는 주로 리튬 배터리다. 가볍고 에너지밀도가 높아 성능이 오래 가기 때문이다. 항상 몸에 지니고 다니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에도 리튬배터리가 들어있다. 인공와우 수술을 한 청각장애인에게도 스마트폰만큼 몸에 항상 지니고 있는 것이 있다. 바로 인공와우 배터리다. 항공기를 탈 때 인공와우 배터리 반입 시 문제가 있어 청각장애인이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다.

2005년 의료보험 적용이 되면서 인공와우 수술을 하는 청각장애인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장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인공와우 수술을 한 청각장애인이 3.4%(2014)에서 3.7%(2017), 4.2%(2020)로 수가 점진적으로 증가되는 추세인 것으로 나타난다.

원활한 청취환경을 위해 소모품인 배터리를 지속적으로 교체해야 한다. 여행과 같은 장기 외출이나 돌발 상황을 대비해 여분을 챙기는 것은 일상이다. 따라서 인공와우 배터리가 성능이 오래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제조사마다 사용하는 배터리 종류에는 리튬이나 아연 등이 있으며, 호환되지는 않는 경우도 있다. 그 중 리튬 배터리는 가볍고 에너지밀도가 높아 성능이 오래 가서 사용되고 있다.

인공와우 사용 청각장애인의 필수소지품인 배터리는 공항의 보안검색대를 통과하기 쉽지 않다. 리튬 배터리는 폭발 위험으로 반입에 제한이 있기 때문이다. 항공위험물운송기술기준에서는 리튬의 전력소비율이 100Wh 이상이면 반입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인공와우 리튬 배터리의 전력소비율은 1Wh도 안 되는 겨우 0.792Wh로 매우 작다. 법적 기준에는 전혀 이상이 없다.

문제는 개수다. 관련된 법에는 전력소비율의 용량만 한정할 뿐, 개수는 제한하고 있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항공사는 내부 규정에 따라 인공와우 배터리가 6개 이상인 경우부터는 제한을 하거나 문의를 통해 통과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항공사별로도 규정이 조금씩 상이해 당사자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

국내항공사만 개수를 제한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 교통안전국은 합선 등의 위험 없이 포장된 경우, 100Wh 이하의 리튬 배터리는 개수를 제한하지 않고 기내수하물로 반입 가능하다고 규정했다. 전 세계 항공사들의 연합체인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도 100Wh 이하의 리튬 배터리는 항공사의 별도 승인 없이 최대 20개까지 기내수하물 반입 가능하도록 규정했다. 국내 기준은 안전을 고려하더라도 너무 규제적인 것이 문제다

다른 형태의 리튬배터리는 출력 단자가 외부로 노출되어있지 않아 개수에 구애받지 않는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스마트폰(삼성 갤럭시 S21 기준)도 전력소비율이 14.8Wh, 태블릿PC(갤럭시탭 S8 기준)는 29.8Wh이다. 인공와우 배터리보다 전력소비율이 훨씬 크지만 반입 개수에 대해 제한하는 경우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하늘 위에서 몇 시간씩 시간을 보내는 만큼 기내 안전이 중요한 것은 지당하다. 안전을 보장하는 선에서는 인공와우 배터리도 제한되어서는 안 된다. 인공와우는 청각장애인의 일상생활과 직결되어있기 때문이다. 장애인제도개선솔루션에서는 국내 각 항공사(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에어부산항공, 에어서울항공, 제주항공, 진에어항공, 티웨이항공, 플라이강원항공) 와 국토교통부 항공운항과에 인공와우 리튬배터리 기내 반입 개수 제한을 해제토록 요청했다.

진행상황

○ 국토교통부 항공운항과

[내용]: 인공와우 리튬배터리 기내 반입 개수 제한 해제 요청(22.10.06)

[통화 회신]
주어진 건의서만으로는 검토가 불가능하며,사례가 없는데 검토를 요청하는 것은 감시하고 강요하는 것과 마찬가지임.해당 사례에 대한 구체적 정보(항공편명,제품명, PID(Product Identity))요청함.오히려 항공사들과 국토부가 함께 모여 논의하는 자리를 만드는 것이 더욱 쉽고 적절해보임(22.10.24)

[통화 회신]
12월 초 항공사들과의 간담회를 마련토록 지원하겠음. 다른 사안(공항 내 편의지원)은 다른 부서나 기관(예. 한국공항공사 등)이 협조해야하므로 시간이 더욱 오래 걸리며 어려움. 리튬배터리에 대한 사안 만 다루기로 함. 이에 따른 협조 요청 공문 송부함(22.11.8)

○ 국내 각 항공사

[내용]: 인공와우 리튬배터리 기내 반입 개수 제한 해제 요청(22.10.06)

[회신]
– (아시아나항공) 국토부 등 관계부처들과의 논의와 검토가 필요한 상황임(메일) (22.10.28)

– (제주항공)사용 목적이 의료용일 경우 최대20개까지 반입 가능하도록 규정을 개정함.규정 변경한 지3개월 정도여서 재변경하기 어려우며 추후 제한 사항으로 인해 불편사항 확인될 경우 재검토해보겠음(메일) (22.10.11)

– (플라이강원)의료용 리튬배터리일 경우 항공사 승인 후20개까지 기내 반입하도록 되어있음(공문) (22.10.13)

– (진에어항공)리튬배터리와 같은 위험물의 취급은 항공기 안전보안과 관련이 있어 유관부서 협의 및 관계기관 확인 절차를 거쳐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하겠으며,일정 시일이 소요될 수 있음(메일) (22.10.14)

– (에어부산항공)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는 제안이라고 판단되며 적극적으로 공감함.다만,현재 국토부 인가를 받은 위험물 교범 상에 특별규정으로1인당5개를 제한함.해당 부분은 당장 제한 해지할 수는 없지만,국토부 협의 및 교범 개정을 통해 긍정적인 방향으로 검토하겠음(메일) (22.10.14) /내용에 타당성이 있다고 판단되어 규정 개정 논의 중임(22.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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