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장애인의 지역사회 정착, 병리화의 한계를 넘어야

우리는 정신장애인들이 일상생활에서 어떤 문제를 갖고 살아가는지 잘 모릅니다. 그나마 언론을 통해서 듣게 되는 자극적인 보도내용들이 대부분인데요.

과연,정신의학이 인간의 정신적 상태에 대한절대적인 해석일까요?

이제는 소수장애라 할 수 없는 정신장애인
우리나라에서는 15가지 장애유형의 등록 장애인 인구수에서 1%를 넘지 않는 장애유형을 통념상 소수장애라고 표현합니다. 현재 정신장애 유형의 등록장애인 수는 2016년 12월 말 기준으로 100,069명으로 2004년 54,333명보다 약 2배 가량 증가하였는데요. 이는 전체 등록장애인의 4% 수준이며 사회적 인식과 편견으로 장애진단 및 등록을 꺼리는 사각지대의 정신장애인을 포함한다면 정신장애를 소수장애라고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정신장애인 5명 중 3명은 사회적 입원 상태

2015년 기준 정신보건시설에 입원하거나 입소하고 있는 정신장애인의 수는 81,105명으로 과반 수 이상입니다. 특히, 정신요양시설을 포함한 비자의적인 입원 비율은 2005년 9.7%, 2010년 20.3%, 2015년 32.1%로 점차 늘어나고 있는데요. 이와 같이 계속입원환자의 수가 증가하는 것은 단편적으로 잔존증상이나 자·타해 위험이 있는 환자가 많은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 지역사회  인프라가 부족하여 퇴원하고 싶어도 퇴원하지 못하는 사회적 입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강제적 조치로 환자의 권리는 사라져
이렇게 비자의적으로 입원된 환자들은 강제적인 약물치료, 격리·강박, 통신제한 등의 제약적 조치가 자연스럽게 따르게 됩니다 . 즉, 환자로서의 선택이나 절차적 권리,  자기결정권이라는 것은 강제입원 환자에게는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간주되는데요. 다음 글은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 되었던 한 당사자의 경험담입니다.


“정해진 시간에 주어진 약을 먹고 입을 벌려서 확인을 받습니다. 한 방에서 10명 정도의 사람이 10cm 정도도 안 되는 간격을 두고, 얇은 메트리스를 깔고 잡을 잡니다. “

 

“코끼리 주사를 맞고 하루 정도의 기억을 잃은 적이 있으며, 보호사가 환자를 때리거나 가두고, 화장실이 없는 보호실은 밤에 문을 열어주지 않아서 플라스틱 소변기에 소변을 봅니다.”


이처럼 강제적 조치로 인해 정신장애인은 공간적으로 단절되는 물리적 배제를 겪고있는데요. 하지만 더 큰 문제는 편견과 잘못된 시선으로 인해 지역사회에서의 차별을 겪는 사회적 배제 또한 받고있다는 것입니다.

정신장애인은 폭력적? 범죄율은  비정신장애인의 1/15 수준
폭력적인 사람은 ‘폭력’이라는 정신병의 한 증상을 보이기 때문에, 정신병이 있다는 진단을 받을 가능성이 있지만 단순하게 ‘미친’사람이 폭력적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순환오류를 범하면 안됩니다. 이러한 판단은 범죄적 통계만을 봐도 나타나는데요. 2017년 대검찰청 범죄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비정신장애인이 범죄를 저지를 확률은 1.2%인 반면 정신장애인이 범죄를 저지를 확률은 0.08%로 비정신장애인의 15분의 1수준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언론의 과도한 몰아가기식의 보도와 각종 미디어를 통해 정신장애를 잔인하고, 폭력적인 범죄와 연결 짓고, 잘못된 표현과 묘사 등으로 인해 마치 정신장애인은 잠재적 범죄자라는 편견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도미노처럼 파생되는 각종 문제들
정신장애인을 바라보는 사회적 편견은 또 다른 많은 문제들을 파생시키고 있습니다.

▶ 소득보장: 경제활동참여율이 낮은 정신장애인으로서 장애연금은 굉장히 중요한 제도이지만 장애3급 이하의 장애인은 장애연금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하지만 정신장애인은 다른 유형의 3급 장애인에 비하여 사회활동과 관련한 기능이 현저히 약화되어 있으며 사회적 편견으로 노동시장에서의 참여가 크게 제약되고 있어 소득보장체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 의료: 의료보장체계에서도 정신장애인은 국민건강보험제도와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하는 의료급여제도에 의하여 보장되는데요. 의료급여법상 제1종 수급자의 경우 입원진료비 전액을 지원받지만 이 수급자격 획득을 위하여 가족의 정신장애인에 대한 부양의 포기를 촉진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 지역사회정착: 미흡한 소득보장과 의료보장시스템의 부작용은 정신장애인의 지역사회 정착을 방해하는 주요 요인이며 병원에서 퇴원하더라도 입원 전에 지역사회에서 형성되었던 인적네트워크가 차단되는 것이 일반적인 현실입니다. 또한, 경험의 특수성으로 주위 사람들로부터 공감을 얻기가 어려워 심리적으로 자연히 멀어지게 되며 전문가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 의존적인 삶에서 주체가 되는 독립적인 삶으로 극적인 전환을 이루기가 쉽지 않습니다. 

‘정신건강복지법’은 ‘장애인복지법’과 따로 놀기?
이렇게 사각지대에서 소외받는 정신장애인의 권리보장을 위해 2017년 5월 30일 ‘정신보건법’이 ‘정신건강복지법(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으로 개정되었는데요. 법이 개정되면서 복지에 관한 내용이 가까스로 법에 들어가 열거되어 있기는 하지만 ‘장애인복지법’과 별개이며 현재까지 예산을 전혀 배정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신장애인에 대한 복지서비스는 장애인복지체계에서 제외되어 보건소 산하의 의료체계로 다루어지고, 정신건강복지법에서도 장애인복지법에서도 제대로 된 복지서비스릴 지원 받기 어려운 사각지대에 놓여져 있습니다.

법 개정되었어도 병리화된 정책만 가동 중
개정된 정신건강복지법으로 인해 차별 해소의 근거를 마련하고, 정신건강 증진을 위한 복지서비스 근거를 마련한 점은 고무적입니다. 특히, 당사자의 인권에 초점을 맞추고, 당사자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는 자기결정권의 확보에 중점이 있다고 볼 수 있는데요. 하지만 법 개정이 되었어도 여전히 병리화된 정책프로그램만 가동될 뿐 정신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서 경험하는 다양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되어야 할 복지서비스의 시행은 미진한 상태라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해결 실마리 제공한 정신장애인 권리선언
지난 2017년 9월 6일 “국가정신건강정책솔루션 포럼 참여단체 공동선언문”에 참여한 국내 21개 기관의 선언과 2017년 10월 13일 충청남도 정신건강의 날에 선언된 ‘정신장애인의 권리선언’에는 당사자의 목소리에 담긴 4가지 영역의 권리 외침으로 정신장애인의 지역사회 정착을 위한 방향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1. 치료에서의 권리를 되찾기 위한 정책 방향
– 첫째: 강제입원은 완전히 폐지되어야 하고,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치료받을 권리를 보장하여야 하며 응급상황이 아니라면 치료가 필요한 당사자에게 의료진은 치료를 설득하고, 당사자의 욕구와 희망을 수용하면 자의입원과 자의치료가 가능할 것임
 

– 둘째: 치료,입원의 모든 상황에서 자기결정권을 존중하고 보장하여야 하며 어늘하거나, 표현을 하지 못하거나, 질문에 답하지 못한다는 이유만으로 치료와 요양에 있어 타인의 결정이 관여되면 안됨. 다른 표현과 방식으로 전달하는 당사자의 의사를 위해 다양한 방법과 장치를 마련하여 의사결정지원 서비스를 제공해야 함

2. 사회생활에서의 권리를 위한 정책 방향
– 첫째: 당사자가 지역사회에서 가족에게 부담을 주지 않고 독립하여 생활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여야 하며 이를 저해하는 각종 차별적인 제도를 전면 폐지해야 함
– 둘째: 지역사회에서 자립하여 생활할 수 있도록 최저임금이 보장되는 공공일자리를 제공하여야 하며 이웃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도록 공공임대주택 및 지원주택을 제공하여야 함
– 셋째: 당사자 조직, 당사자 자조모임, 당사자의 연구모임을 지원하여야 하며 당사자에 대한 지원을 이유로 독립성을 침해해서는 안 됨
 

3. 가족생활에서의 권리를 위한 정책 방향
– 첫째: 평화로운 가족생활을 할 당사자의 권리를 보장하여야 함. 가족이 직면한 의료, 직업, 사회적 곤란과 어려움을 가족단위로 해결하기 위한 지원이 필요하며 부양의무제 폐기, 보호의무자 동의에 의한 강제입원 발생 시에는 당사자들이 퇴원 후에 가족과 연락하지 않아도 독립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함
– 둘째: 의료적, 복지적, 사회적, 권리적 지원과 정보를 가족에게 제공함으로써 가족의 선택에 따라 다양한 방법으로 정신장애 당사자를 돌볼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함
 

4. 사회적 편견해소를 위한 정책 방향
– 첫째: 당사자가 타인과 다를 권리는 불가침적인 권리로서 국가와 사회는 이를 보장하여야 함. 다른 사람을 해치지 않는 한, 다른 사람과 다르게 보고, 듣고, 느끼고, 상상하고, 믿거나 경험할 권리를 침해해서는 안 됨
– 둘째: 미디어는 정신질환에 대한 왜곡되고 부정적인 인식을 조장하고 확산하는 것을 중단하여야 함. 객관적인 행동과 그 행동의 배경이 아니라 그 사람의 질환이나 치료 내역을 범죄와 연결하여 보도하는 것을 지양해야 함
– 셋째: 정신질환 또는 정신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당사자를 차별하는 모든 법과 제도를 폐지하여야 함. 차별적인 법과 제도 및 정책은 정신질환의 조기 발견, 조기치료를 저해하는 주된 원인이며 정신장애인의 인권 침해를 합리화시키는 구실일 뿐임
 

이상 정책리포트 한국장총 제374호의 이야기였습니다. 전문은 ‘발간자료’ 탭에서 확인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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