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월, 춘천 정신병원 폐쇄병동에서 입원한지 290여시간 중 250여시간을 침대에 강제로 묶여 결국 숨진 당사자의 사건이 언론보도를 통해 밝혀지면서 정신병원 내 격리·강박과 관련한 사망사건이 연이어 보도되고 있다. 이처럼 상당수의 정신병원 내 격리·강박은 관행적이고 일상적으로 오래전부터 이루어졌던 반인권적 행위였다.
그들은 환자의 고통을 정신적 증상으로 치부하고 신뢰하지 않았다. 주의 깊게 듣지 않고 독한 안정제로 통제했다. 관리하기 편하게 강제로 진정시키고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었을 뿐이다. 환자의 호소를 믿지 않고, 보지 않고, 어떠한 적절한 조치도 취하지 않는다. 부천 정신병원에서 사망한 30대의 여성도 과도한 약물투여로 인한 화학적 통제와 비인권적인 강박을 당한 후 사망하였다. 배가 부풀고 코피를 흘리며 고통을 호소했으나 적절한 조치는 커녕 ‘안정제’와 ‘강박’이 시행되었다. 그 자리에 의사는 없었다.
상당수의 정신병원은 정신질환을 경험하는 당사자를 신뢰하지 않는다. 거짓말을 하고, 망상에 휘둘려 난동 피우고 이성적인 판단을 하지 못하는 객체로 여길 뿐이다. 상당수 정신병원은 정신질환의 유무를 떠나 폭력적이고 강압적인 치료가 관행적으로 이루어지는 고문의 장소이다. 이는 심히 규탄받아야 하고 사라져야만 할 악습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문제가 되었던 격리·강박 등 정신병원 내 강압적 관행에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인권침해라고 여러번 지적하였다. 2016년 국가인권위원회는 ▶‘격리강박 지침’을 법령으로 강화, ▶격리강박을 대체할 프로그램 개발, ▶격리실의 구조와 설비, 강박을 표준화할 것 등을 보건복지부장관에게 권고하였으나 보건복지부는 직무를 유기하였다. 국가가 이를 방치하는 동안 여전히 수많은 당사자가 정신병원에서 고문에 가까운 부적절한 용량의 약물을 처방하거나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처벌적 강박을 경험해야만 했다.
당사자도 소중한 생명이다. 누구도 생명을 지닌 존재에게 그렇게 대하지 않으면서 정신병원은 당사자를 묶고 가두고 약을 통해 통제하였다. 사지가 묶여 조그만 방안에 갇힌 당사자들은 수치심을 느끼고 공포를 경험해야만 했다. 당해보지 않은 사람을 모를 것이다. 치료 또는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사용되어야 함에도 이와 무관하게 처벌성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병동 규칙을 위반하거나(24.9%), 처벌을 목적으로(30.7%) 시행된 격리강박을 당한 당사자에게는 어떠한 설명도 하지 않았다(69.1%). 또한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위험한 조치임에도 모니터링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다(62.5%). 코끼리도 재우는 진정제를 투여해 화학적 강박만 시행할 뿐이었다(80%).
국가인권위원회 진정사건 현황 통계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부당한 격리 및 강박’이 463건으로 진정사건 중 5위였다(한겨레, 2024). 이러한 격리·강박은 유엔 고문방지협약에 따른 명백한 고문에 해당한다. 하지만 치료라는 이름으로 둔갑하여 통제와 처벌의 목적으로 정신질환 및 정신장애를 경험하는 당사자를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 고문방지위원회 등 국제기구 및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에도 정부는 폐쇄적인 병동 운영과 격리·강박 수가만을 오히려 인상하며 인권침해와 죽음을 부추기고 있다. 실제로 2018년 폐쇄병동 비용은 22,960원이었으나 2023년 47,030원으로, 격리실은 57,730원에서 118,260원으로 각각 2배가량 인상해주었다. 특히, 격리실의 경우 6시간 미만의 격리는 비용을 50% 삭감해 6시간 이상 격리하도록 부추기고 있는데 이는 고문을 부추기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한편, 이러한 인권침해 및 사망사건이 발생해도 외부와 철저히 차단된 정신병원의 구조는 사건이 외부로 밝혀지지 않는 구조적 문제점을 가진다. 다른 장애인 거주시설의 경우 NGO 단체가 접근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나 정신병원에 접근할 수 있는 유일한 기관은 국가인권위원회 뿐이다. 하지만 2022년 국가인권위원회 다수인보호시설 조사건수는 40건으로 정신병원 593개 중 약 6.7%만 조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개인의 휴대전화 등을 활용해 외부에 이의를 제기하거나 외출하여 직접 이의를 제기할 방법조차 제한되기 때문에 춘천 정신병원 사망사건과 같이 외부에 알려지는데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이제는 치료를 받기 위해 정신병원에 입원한 죄밖에 없는 당사자가 치료라는 이름으로 죽어가는 일을 막아야 한다. 치료의 한 유형으로 둔갑한 격리 및 강박이라는 처벌 및 통제의 수단을 금지시켜야 한다. 강압적 수단을 조장하는 반인권적 치료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현재도 과거도 앞으로도 사람이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이유로 죽어가서는 안된다. 당사자들의 목숨은 값싸지 않다. 생명에 값을 매기지 말라.
정신병원개혁연대는 대한민국 정부가 치료라는 이름의 고문을 전면 금지하고 통제와 처벌을 통한 굴종적인 정신병원 환경에서 대화와 비강압적 치료를 통한 사람 및 권리기반의 정신건강 정책으로 대전환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 이에 정신병원개혁연대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하나. 대한민국 정부는 정신병원 내 강박을 원천적으로 금지하라!
하나. 대한민국 정부는 정신병원 내 비강압적 치료를 적극 도입하라!
하나. 대한민국 정부는 인권침해가 발생한 정신병원을 모두 폐쇄하라!
하나. 대한민국 정부는 인권침해가 발생한 정신병원의 책임자와 담당의사를 처벌하라!
하나. 대한민국 정부는 정신과약물 과처방에 대한 제재 방안을 마련하라!
하나. 대한민국 정부는 당사자가 위기시 쉴 수 있는 동료지원쉼터를 확대하라!
하나. 대한민국 정부는 비자의입원제도를 국제적 인권기준에 맞게 개선하라!
하나. 대한민국 정부는 사람중심 권리기반의 정신건강정책 전환을 선포하라!
2024. 08. 23.
정신병원개혁연대(연대단체 가나다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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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과 대한정신장애인가족협회가 정신병원개혁연대에 참여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