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5월 30일, 제22대 국회가 개원하게 된다. 21대 국회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계류되어 있던 발의안들이 제·개정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장애계에서도 21대 국회 막바지까지 해결하지 못한 과제가 산적해 있다. 여러 과제 중 21대 국회에서 반드시 제정이 필요한 법안은 ‘장애인권리보장법’이다.
장애인을 시혜의 대상으로 바라보고 시작한 장애인복지법은 장애인 정책을 권리적 접근으로 풀어내는 데 있어 한계가 있다. 40여 년간 69회 개정하며 장애인 정책의 기본법으로 토대를 다져왔으나 개인의 손상에 집중하는 의료적 관점의 장애 정의, 장애등급제 폐지 이후 맞춤형 서비스 욕구 등 새로운 요구에 부응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누적되어 왔다.
2006년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채택으로 국제사회는 장애인의 천부적 가치와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노력을 시작했다. 우리나라는 2008년 비준(최종 동의)하여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을 갖게 되었고, 2022년 선택의정서까지 비준하여 유엔 진정, 직권조사 등 국내법의 한계를 보완하게 되었다.
이같이 장애인 정책을 권리적 접근으로 보는 것은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이 가지는 중요한 의미 중 하나다. 또한 장애등급제 폐지 이후 시행된 맞춤형 지원이 반쪽짜리 정책이 아닌 완성된 정책으로 만들고, 함께 소통해 온 다른 제정법 논의의 틀 안에서 시설장애인 지역사회 자립지원의 시행 근거가 마련되기 위해서도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장애계는 2013년부터 10년 넘게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을 촉구해 왔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통합안 마련, 제20대 총선·제19대 대선공약 반영, 제20대·21대 국회 법안 발의 등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정부와 국회가 머리를 맞대고 최종 합의안 직전까지 도출했지만 법안심사소위원회 재회부, 총선 국면으로 이어지며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 불씨는 사그라진 상태다.
제22대 국회는 여소야대 편성과 함께 21대 국회에서 계류되었던 법안을 다시 논의하고 제정하기에는 상당한 어려움이 따를 것이다. 기존 장애인과 관련한 법들로 인해 시혜적인 관점을 탈피하지 못하고 진행되는 정책들은 권리적 접근에 지속적인 한계에 부딪힐 것이다. 시혜에서 권리로 장애인들의 인권이 증진되고 장애인의 삶 속에서 새로운 변화를 체감할 수 있도록 제21대 국회에서 장애인권리보장법이 반드시 제정되길 바란다.
2024. 4. 17.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