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제네바에 함께 갔던 시각장애가 있는 남성분 기억나죠? 그 분을 주축으로 몽골에 있는 장애인단체들이 최근 내각에 대화를 요구했어요. 장애인단체들은 11가지 요구안을 만들었어요. 몇 주 내로 의회의 응답이 없으면 평화시위를 전개하려고 계획 중이에요. 국가가 우리와 대화할 때가 되면 우리는 준비가 되어있어야 해요.”
몽골 장애인단체의 최근 움직임을 전하는 이퀄소사이어티(Equal Society)의 에베 대표와 투키 담당자의 눈빛은 단단했습니다. 몽골에 있는 동료들에 대한 자부심이나, 앞으로의 계획에 대한 결연함같은 것들이 함께 들리는 듯했습니다. 그들은 이번 활동을 통해 얻게 된 민간보고서와 최종견해가 11가지 요구안의 지침이 되었고, 초청을 통해 한국에서 알게 된 많은 정보와 역사들이 몽골의 장애인단체가 갈 길이라는 말도 전했습니다.
몽골에는 전체 인구의 약 4%가 장애인이라고 합니다. 아쉽게도 정확한 통계는 아닙니다. 몽골에는 아직 장애인실태에 대한 정기적인 통계 조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제시되고 있는 통계들은 정부에서 혹은 민간에서 일회적으로 조사한 결과입니다. 최근에서야 사회주의체제에서 벗어났기 때문인지, 시민사회의 활동, 특히 장애인단체의 활동이 드러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장애인단체를 파트너로 인정하고 지원해야 하는 의회가 그 의무를 다하지 않고 있습니다. 몽골에는 장애인단체에 대한 지원이 전무하다고 합니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은 한국 장애인단체의 우산조직으로서 장애인정책이 변화한 길과, 그 과정에 장애인단체의 역할을 공유하였습니다. 장애인차별금지법 등 관련 법과 정책을 요구할때 온 장애계의 뜻을 모아 대응하고 총선, 대선 등의 시기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던 전략을 소개하자, 에베와 투키는 장애인정책과 법을 만드는데 장애인단체 우산조직의 역할이 매우 중요함에 공감하였습니다. 그들은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을 비롯한 한국장애인단체들의 활동을 보며 ‘바로 우리가 꿈꾸던 모습’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에베 대표와 투키 담당자는 10월 9일 한국장애인개발원이 지원하는 ‘한-몽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심의대응 역량강화’사업의 일환으로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의 초청을 받아 한국에 왔습니다. 4박 5일 동안 둘은 한국장애인개발원 이경혜 원장과 국제협력팀을 팀원들을 만나고,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한국장애인부모회,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한국여성장애인연합, 한국장애인재활협회 등의 단체 대표와 소통하였습니다.
특히 에베 대표와 투키 담당자는 한국여성장애인연합과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에 꼭 방문하고 싶어했었습니다. 몽골에서는 장애인들이 주로 집에 갇혀 지낸다고 합니다. 장애여성은 폭력, 교육 배제 등의 위험에 더 취약할 것이 뻔한데, 몇몇 사례가 전해지는 것 말고는 사회적으로 폭력이 드러난 적은 없다고 합니다. 한국여성장애인연합 문애준 대표는 몽골의 상황을 듣고, 앞으로 국제협력을 강화해나갈 여장연과 힘을 합쳐 장애여성의 폭력 문제를 이슈화하는데 힘써보자고 이야기했습니다. 또한 몽골에서는 최근 자립생활이라는 개념이 도입되었고, 8개의 자립생활센터와 1개의 연합체도 설립되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모두 일시적인 프로그램만 진행하고 있어서 자립생활이 정책 기조로 자리잡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라고 걱정했습니다. 대중의 자립생활에 대한 인식도 매우 저조하다고 꼬집었습니다.
에베 대표와 투키 담당자는 한국의 장애인단체 뿐 아니라 같은 시기 한국에 방문한 아시아태평양지역의 장애인단체 관계자와도 활발한 네트워킹을 펼쳤습니다. 한국장애포럼에서 개최한 국제장애인권포럼에 참여하여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제24조 교육의 이행 현황도 발표하고, 하반기동안 한국장총과 함께 참여했던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제2·3차 심의 대응 성과와 모니터링 계획도 발표하였습니다.
에베 대표는 몽골 내에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을 알리고 그 중요성을 알리는 것이 우선 과제라고 꼬집었습니다. 몽골 국민은 영어를 하는 사람이 극소수여서 협약을 습득하기에 불리한 환경에 처해있습니다.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협약과 관련 문서를 번역·배포해야 하지만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는 장애인단체가 포함된 유엔장애인권리협약 독립모니터링 메커니즘을 구축해서 향후 국가의 이행을 모니터링하겠다는 계획도 밝혔습니다.
보호작업장과 특수학교, 재활센터를 설립하는 국제개발협력도 중요하지만, 궁극적으로 장애인단체의 역량이 강화되고 국가의 파트너가 되어 법과 정책을 바꾸어 나가는 것이 지속가능한발전일 것입니다. 드넓은 몽골 초원에 보이지 않던 몽골의 장애인들도 장애인단체의 활동을 통해 하나 둘 드러나기를 기대합니다